커피는 처음이라서 III

by 필민

배움의 끝에는 다시 ‘처음’이 있다.

알면 알수록 더 모르는 세계가 보인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커피를 처음처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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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대박'은 없었다. 대신 필요한 순간마다 나를 채워준 기회들이 있었다. 커피도 그중 하나였다. 커피는 나에게 끝없는 호기심과 도전의 문을 열어주었다.


추출할 때는 왜 주전자를 돌려야 하는지, 물줄기는 왜 가늘어야 하는지 궁금했다. 볶을 때는 화력의 유지, 도구의 차이에 따른 반응까지 또 다른 의문이 생겼다. 하나의 궁금증이 풀리면 새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커피는 과학이자 철학이었다.


배움의 길에는 빠른 길이 없다. 나는 마치 넓은 계단을 오르듯, 하나씩 의문을 풀며 올라갔다. 때로는 한 계단에서 오래 머물렀지만, 버스 안에서도, 걸으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생각이 모이고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확신은 없지만, 과학적 근거를 찾으면 조금씩 확신으로 이어진다. 호기심이 멈추지 않기에 배움도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궁금하니까.


기술을 처음 배우려면 어디서, 어떻게 배울지 결정해야 한다. 본인의 실력과 상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책으로 시작했고, 적절한 배움터를 찾아다녔다. 커피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 10여 년, 알기 시작한 지 18년이 넘었다. 배움에 들어간 비용은 억대가 넘지만, 후회는 없다. 좋지 않은 경험조차 배움의 일부다. 할 수 있는 한, 하나라도 익히며 내일의 나를 준비한다.


처음이라는 불안은 곧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배움의 끝에서 다시 '처음'을 만나게 하는 스승이다. 알면 알수록 세계는 더 넓어지고, 나는 다시 배우는 자로 돌아간다. 그래서 오늘도, 커피 앞에 선다. 그 길의 시작과 끝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다. 책은 나의 스승이자, 다시 '처음'을 배우게 하는 또 다른 커피였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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