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배움의 시작은 책 한 권에서 비롯된다.
활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손끝이 움직인다.
지식은 머리로 읽히고, 손으로 익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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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배우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배우는 일이다. 그 배움의 문을 열어준 것은 언제나 책이었다. 활자 속에서 길을 찾고, 책을 덮은 뒤에는 손으로 그 길을 다시 그려보았다. 책 속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삶의 문장을 새로 쓰고 있음을 깨닫는다.
커피를 한다는 일이 쉽게 느껴지는 시대가 되었다. 카페도 많이 생기고 있고, 커피를 공부하려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다. 예전보다 정보와 책이 많아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국내 생산 커피 도구도 다양해지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커피를 볶거나 추출하는 과정이 훨씬 수월해졌다.
하지만 내가 커피를 배우던 시기를 돌아보면 상황은 달랐다. 어떤 기술을 처음 접할 때, 나는 항상 책을 먼저 읽는 습관이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커피 관련 책이 거의 없었고, 일본에서 책을 구해 읽기 시작했다. 영어 자료조차 구하기 어려운 시기였기에, 일본어 책을 글자만 아는 수준으로 읽고 또 읽었다. 이해할 수 없더라도 반복해서 100번 정도 읽은 기억이 난다.
책에서 얻은 지식을 하나씩 이해하며, 곧 기계를 이용해 실제로 커피를 볶기 시작했다. 당시 개인 로스팅 카페들은 대부분 강하게 볶는 스타일이었고, 교육원에서도 강배전 커피를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초기에는 강하게 볶는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탄 정도였을지도 모른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가 볶았기에 맛있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어쩌면 뇌가 만들어낸 기억일 수도 있다.
책은 배우는 재미를 준다. 하지만 궁금증이 책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스스로 탐구하거나 주변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책에서 이론을 접하고, 실전 경험을 쌓으며 나 자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큰 기쁨이다. 지금도 내 곁에는 쌓여 있는 책들이 많고, 읽어야 할 책도 아직 너무 많다. 배움의 시작은 책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손과 몸으로 익히며 내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