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은 처음이라서

by 필민

새로운 거리에선 모든 것이 낯설지만, 그 낯섦이 설렘이 된다.

행궁동의 공기, 소리, 사람의 표정이 커피 향과 섞인다.

공간은 결국 마음의 온도를 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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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와 함께 걷기 시작한 행궁동의 골목은, 어느새 나의 하루가 되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어느 곳이든 고개만 살짝 들어도 하늘이 보이는 곳, 그런 동네가 좋다. 행궁동은 그런 곳이다.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마을 같은 온기가 있다.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도 이곳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행궁동에 처음 왔을 때는 정말 조용했다. 이런 동네가 수원에 있었다니, 믿기 어려웠다. 골목마다 오래된 집들이 다정하게 자리하고 있고, 그 풍경이 낯설지 않아 오히려 편안했다. 어린 시절 살던 동네가 떠올라서일까. 골목의 향과 사람의 온기가 뒤섞이며, 그곳의 커피가 나의 기억이 되었다.


아침이면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한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그저 평온함이 스며든다. 팔달산에는 이른 새벽부터 운동하는 사람들, 쉬어가는 어르신들, 그리고 자주 마주치는 강아지 친구들이 있다.


그리 높지 않은 서장대 정상에 오르면 도시가 사뭇 다르게 보인다. 가끔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가 귀를 맑게 해준다. 바쁘게 살아가는 요즘, 성벽을 걷다 보면 마음이 비워진다.


낮의 빛이 서서히 기울 때, 노을이 성벽 위로 스며든다. 늦가을의 빛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그 순간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오직 고요와 평온만이 남는다.

그리고 나는 그 고요 속에서, 또 한 번 '처음'을 배운다. 익숙함 속에서도 처음처럼 바라볼 수 있을 때, 삶은 다시 살아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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