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암모나이트

by 필민

세월을 돌이켜보면, 층층이 쌓인 껍질이 보인다.

시간의 무늬 속에는 수많은 ‘처음’이 박혀 있다.

그 껍질 속에는 여전히 ‘처음’의 온기가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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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황금기는 지금이다. 그렇다고 과거가 빛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암모나이트의 나선은 나의 인생 궤적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곡선은 멈추지 않는다. 그 나선의 시작점은 언제나 '처음'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얌전한 아이였다. 공부보다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살던 청소년기, 가장 불안하면서도 가장 자유로웠던 20대의 나에게 '처음'은 세상에 대한 설렘이었다.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시절이었지만, 그 시간은 나를 단단하게 다진 침전의 시기였다.


30대는 세상의 중심에 서 있던 시절이었다. 낮에는 일에 몰두하고 밤에는 열정적으로 놀았다. 겨울이면 스키장, 여름이면 수상스키와 볼링. 그때의 나는 움직임 그 자체였다. 그러나 지금 돌아보면, 그 뜨거움보다 지금의 고요가 훨씬 깊다. 속도를 줄이자 비로소 내가 보였다.


40대 중반, 삶의 방향이 서서히 바뀌었다. 무엇을 이루겠다는 욕심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길 위의 사람처럼, 매 순간을 배우듯 살아왔다. 뒤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도 결국 지금의 나로 가는 길 위에 있었다.


그리고 50대를 지나 60대의 나는 다시 시작하고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오래 품어온 꿈을 조금씩 꺼내본다. 꿈은 꼭 이루지 않아도 좋다. 그곳을 향해 걸어가는 마음 자체가 나를 움직이게 한다. 그래서 오늘이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시기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를 품고, 미래의 나로 이어진다. 마치 암모나이트의 나선처럼, 내 삶은 멈추지 않고 천천히 돌고 있다. 그 안에는 여전히, 첫 빛처럼 반짝이는 '처음'이 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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