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거제 상상 임장기

by ONDI

따뜻하고 푸른 그곳.

이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곳은 거제다.


나는 인천 토박이다.

그런데 요즘 운명론을 믿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거제에 이끌리고 있다.

남편도 나와 같지만 내가 좀 더 유난이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곳임에도 유난스레 설레하는 나에게 남편이 '거제 애인'의 존재를 묻는다.

... 나는 너 하나도 벅차다.


거제, 그 한가닥의 시작은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었다.

몇 년 전 남편이 거제 사는 친구 딸의 입시 상담을 해 줬었다.

조곤조곤한 남편의 말투에 감명받았다는 후기에 우리 사업을 거제로 옮길까 농담을 했더랬다.


제주에 다녀와서 우리 가족의 미래를 갈아엎을 고민을 하던 시점에 문득 그 일이 떠올랐다.

여러 지방을 물색하던 차에 거제도 후보가 됐다.


아무런 정보가 없다 보니 온라인 부동산을 눈이 빠지게 살피고, '송옥'을 열심히 불러댔다.

거제의 첫인상은.. '우리 집 가계부의 엉킨 실타래를 풀어줄 유일한 해법'이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거제 탐색이 시작되었다.

조사를 할수록 우리 부부가 '로망'이라고 외치던 삶이 그려졌다.

바다 가까운 지방 도시에서의 삶.

(인천도 바다가 가깝지만, 잿빛 바다는 내 취향은 아니다.)


숙소를 잡지 않아도 파도만 보면 똥개가 되는 아들내미와 해수욕이 가능한 곳.

아, 매력적이야.


연고가 없어서 정착하려면 어쩔 수 없이 (진짜 어쩔 수 없이!) 내가 당분간 일을 쉬어야 하는 그런 곳.

진짜 정말, 너무 매력적이야.


부창부수라고, 뭔 놈의 부부가 죽이 잘 맞을 때는 브레이크가 없다.

몇몇 밤은 잠들만하면 거제 얘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그렇게 며칠을 지내다 보니 거제 땅은 아직 밟아보지도 않았는데 살 곳과 우리 집 똥개가 다닐 초등학교까지 정해졌다.

다음은.. 사업장인가.


남편은 얼마간의 휴식기를, 나는 휴식 후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직업에 도전할 것을 각자 기대하며 우리들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밝아지고 힘이 실렸다.


... 아직 우리는 거제 땅을 밟아보지도 않았다.


모레쯤 '진짜' 임장을 가기로 했다.

걱정도 되긴 한다.

이렇게까지 기대하고 있는데 생각과 너무 다를까 봐, 혹은 더 조바심이 나서 이사까지의 과정이 너무 기다리기 힘들까 봐.


마음 따라 붕붕 떠 있는 발을 일단 인천 땅에 다시 얌전히 붙여본다.

그리고 '진짜' 임장기를 비롯한 나의 2막 준비를 기록으로 남길 결심을 한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들여다봄'.

차분히, 외면하지 않고.

다시 꼬이지 않는 방법으로 풀어내기 위해.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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