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를 쓰면서 아이들이 쓴 시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엄밀하게 말해 동시와 아이들이 쓴 시는 구분된다. 그 구분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 어린이가 쓴 시를 무조건 동시라 부르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이 시는 초등학교 1학년이 쓴 시다. 작자미상의 3행짜리 아주 짧은 시로 글자수는 29자뿐이다.
시가 길어야만 할 이유는 전혀 없음을 이 어린이가 잘 보여주고 있다. 3 줄짜리시에는 관찰과 모순과 자기 고백이 모두 들어있다. 놀랍다. 또한, 송아지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시점이 옮겨가는데 초등학교 1학년의 작품이라니 더 놀라울 따름이다. (그때, 난, 겨우 학교에서 집을 옮겨 다닐 뿐이었다.)
올해부터는 디카시를 쓰고 있는 나는, 그래서 짧은 시에 관심이 많다. 그만큼 제한도 제약도 많지만, 군더더기를 모두 가지치기한 함축된 시어를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