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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기린 Mar 14. 2023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나, 이런 시를 쓰고 싶다

봄은 고양이로다 / 이장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뻗은 고양이 수염에

푸른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금성, 1924.5)



이  시를 처음 접하고 1924년 작품이란 사실에 놀랐다. 무척 감각적인 시였기 때문이다.


시인 이장희는 1900년 경상북도 대구 출생으로 집안은 대구의 부호였다. 그러나 친일파 아버지와의 불화로 가난하게 살다가 안타깝게도 1929년 11월 대구 자택에서 음독자살했다.


당시, 출간한 시집은 없었고, 사후에 교류하였던 시인 백기만이 봄은 고양이로다(1983) 내놓게  되어 세상에 알려졌다.


고양이라는 대상을 봄과 대응하며 느껴지는 감각을 절묘하게 현한 시로 시인의 관찰력과 분석력이 돋보인다.


또 다른 대표작 《하일소경(1926)》에서도 감각적인 이장희 시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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