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시 #2

by 김기린

<할미꽃>


학교 소풍날

김밥 대신 주먹밥을 싸서

할머니와 고사리를 꺾으러 갔던 날, 처음 보았던 꽃

그 꽃 이름 할머니가 알려주었네

난 세상에 그런 꽃 이름이 어디 있냐며

할머니가 방금 지어낸 이름인가 싶어

고사리손으로 고사리는 안 꺾고 할미꽃만 생각했네

돌아오는 길, 이름 모를 무덤가에 핀

그 꽃을 또 보았지

비석도 없는 저 무덤엔 어느 할머니가 잠들었나

굽은 등으로 바람이 불어오네


착한 손주 마중 나오길 기다리시

연두색 저고리 곱게 차려입고 흰머리를 매만지네

세상 어느 꽃이 이런 이름을 가졌으랴

꽃집에서도 안 파는 고개 숙인 자줏빛 그리움, 할미꽃



사진: Pixabay(Manfred Rich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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