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학교 소풍날
김밥 대신 주먹밥을 싸서
할머니와 고사리를 꺾으러 갔던 날, 처음 보았던 꽃
그 꽃 이름 할머니가 알려주었네
난 세상에 그런 꽃 이름이 어디 있냐며
할머니가 방금 지어낸 이름인가 싶어
고사리손으로 고사리는 안 꺾고 할미꽃만 생각했네
돌아오는 길, 이름 모를 무덤가에 핀
그 꽃을 또 보았지
비석도 없는 저 무덤엔 어느 할머니가 잠들었나
굽은 등으로 바람이 불어오네
착한 손주 마중 나오길 기다리시나
연두색 저고리 곱게 차려입고 흰머리를 매만지네
세상 어느 꽃이 이런 이름을 가졌으랴
꽃집에서도 안 파는 고개 숙인 자줏빛 그리움, 할미꽃
사진: Pixabay(Manfred Rich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