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I>
너를 처음 만났던 곳
어느 겨울 서울시청 앞 광장
엄지장갑을 끼고 있던
네 손길 외면하던 인파 속에
내 팔을 잡아끌던 그날은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듯했어
아무나 사랑을 나눌 수 없다며
넌 내게 혈액형과 몸무게를 물었고
처음으로 내 뜨거움을 선물하던 날
헤어짐의 징표로 반창고를 붙여 주었을 때
창밖에는 함박눈이 나리고 있었지
만날 때마다
주먹 몇 번 불끈 쥐면 끝나는 짧은 데이트
넌 내게 말했지
네가 준 사랑이
꺼져가는 촛불도 살릴 수 있다고
그리고
두 달 뒤 또 만나자며
헤어질 때면 언제나
내 손에 초코파이를 쥐여 주었지...
사진: Pixabay(Victoria Mo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