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I

시 #3

by 김기린

<헌혈 I>


너를 처음 만났던 곳

어느 겨울 서울시청 앞 광장

엄지장갑을 끼고 있던

네 손길 외면하던 인파 속에

내 팔을 잡아끌던 그날은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듯했어

아무나 사랑을 나눌 수 없다며

넌 내게 혈액형과 몸무게를 물었고

처음으로 내 뜨거움을 선물하던 날

헤어짐의 징표로 반창고를 붙여 주었을 때

창밖에는 함박눈이 나리고 있었지

만날 때마다

주먹 몇 번 불끈 쥐면 끝나는 짧은 데이트

넌 내게 말했지

네가 준 사랑이

꺼져가는 촛불도 살릴 수 있다고


그리고

두 달 뒤 또 만나자며

헤어질 때면 언제나

내 손에 초코파이를 쥐여 주었지...



사진: Pixabay(Victoria Model)

매거진의 이전글감기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