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온다>
몸살감기는 연례행사처럼 찾아온다
의사는 청진기 몇 번에 감기몸살이라며
죽을병은 아니라 했고
약사는 식후 30분에 약을 복용하라며
바르는 감기약이 어디 있냐며 약봉지를 건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거리 앞 신호는 신문광고보다 지겹다
빨간색 알약 같던 신호가 바뀌고
도로를 횡단한 보도를 파고들 땐
신발 밑창엔 온통 흰 가루가 묻어날 거 같다
뜨겁게 살아왔던 날은 춥다
차갑게 살아가던 날은 덥다
감기에 걸리면
언제부턴가 그랬다
목 안은 선인장을 삼킨 듯 따갑다
오늘의 날씨는 또 틀렸다
지난겨울도 유난히 추울 거라 했다
무릎이 저려온다
발바닥에서 시작된 열기는
척추를 타고 목덜미로 빠져나간다
응급실에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는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는 감기에 걸리며 사랑을 배운다
우리들도 기침을 하며 커왔다
감기는 봄까지 이어져 기침소리에
매화꽃잎이 깨어났다
푹 쉬고 잘 먹고
술 담배는 하지 말라던
뻔한 처방전과 약봉지가 무슨 소용이람
사랑의 열병은 감기 같지만 약이 없다
세상 사람들이 너무 차갑게 살아가면
그때 걸리는 게 감기인가 봐, 하던 말
사랑하는 사람이 떨어져 나갔어도
감기는 떨어질 줄 모른다
약 먹을 시간,
전자렌지에 식은 밥을 돌린다
장롱 속 이불을 꺼낸다
보일러 온도를 올려야겠다
사진: Pixabay(Steve Buissinne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