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왕관 하나쯤 쓰고 사니까

시 #6

by 김기린

<우리도 왕관 하나쯤 쓰고 사니까>


대관식이 있는 날

어느 왕실의 이야기가 아니다

공, 후, 백, 자 시대를 말함도 아니다


금으로 정교하게 제작된 왕관 앞에

더러는 울고, 놀라움에 입을 다물 수 없는

눈물의 대관식

이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수많은 세월을

무관(無冠)의 설움 속에 보냈던가

달콤함의 유혹을 쫓던 자들에게

피와 비명의 처절한 대가뿐

잘려 나간 신경들이 나뒹구는 살벌함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

사탕 하나를 쥐어주는 백의의 천사

아이는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


오늘의 주인공이 자리에 앉을 때

머리 위로 쏟아지는 하얀 조명

감격의 빛줄기에 두 눈을 감는다

집도자는 진지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늘의 대관식을 끝내야 한다

크라운이 씌어지는 순간, 앙다문 입술 속

왕관은 아직 내것이 아닌듯

소독약 내음만큼 낯설다

이제, 우리도 왕관 하나쯤 쓰고 사니까

품격에 걸맞은 품위를 유지하면 된다

언제나 세치 혀가 문제다



사진: Pixzbay(user1469083764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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