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시 #7

by 김기린

<눈길>


주먹만 한 함박눈이 나리던 날

학교종이 울렸고 급히 책가방을 싸

운동장을 걸어 나올 때

이승복 어린이도 이순신 장군도 쉬는 시간에

모두 옷을 갈아입고 운동장에 서있더군


교문 밖을 나서니 매일 보던 동네가

온통 밀가루를 덮어쓴 듯 하얗더라

길까지 없어져 발자국도 안 보여

나무 작대기 하나 들고 간다

초등학교 1학년이 뭘 알겠어


찾아 올 사람 없는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

노래 하나 동무 삼아 걷노라면

꿩 한 마리 놀라 푸드덕 날아가고

놀란 발걸음 소리 노래 소리 얼어붙게 한다


눈 속에 푹푹 빠지는 털신

구멍 난 양말은 흰 눈을 싫어하지

바람소리 저만치 앞서는 고개에 이르러

길 가에다 누이의 이름을 써 본다

그 밑에 더 크게 쓴 말, 빨리 와


오늘도 집에 가면

혼자겠구나

눈사람을 만들어 놓아야지

저 멀리 백구가 겅중겅중 마중 나오는

집으로 가는 길, 눈길



사진: Pixabay(Eugen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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