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쇼어 비치투어
로라이모네 민박집에서 첫날 푹 잤다. 도로가 잠에서 잔 탓으로 소음으로 인해 조금 시끄러웠지만, 호텔 과 비교해서는 침대는 조금 불편했지만 이모님의 정이 느껴져서였는지 푹 잘 수 있었다. 피곤하진 않았다.
가볍게 조식을 챙겨먹고 비치 투어를 위한 준비를 했다. 오늘은 하와이의 노스쇼어 비치를 구경하는 날이다. 하와이의 본격적인 관광이다.
수영장에만 다녔던 우리였는데 비치를 가야 한다니 준비할 게 많았다. 수영복은 입고 가면 됐지만 스노클링 장비부터 돗자리, 타월, 간식까지 이것저것 부랴 부랴 챙기고 첫번째 비치로 갔다.
이번 포스팅은 노스쇼어 4개의 비치 투어에 대한 이야기다. 4개의 비치가 각기 다른 특징으로 우리 가족에게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첫번째 도착한 비치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라니아케아 비치였다. 거북이를 볼 수 있다해서 일명 거북이 비치라고도 불리는 지역이다.
로라 이모네 민박집에서 이곳은 차로 5분 거리였다. 구글 맵이 제대로 안내를 못하는 바람에조금 돌아서 갔지만 그래도 지척인지라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비치에 갔는데 거북이는 보이질 않았다. 그냥 바닷가여서 조금은 아쉬웠다. 옷갈아입을 데도 없고 바다를 즐기기에도 좁고 여러모로 애매해서 적잖게 실망했다.
그런데, 비치를 가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게 생각났다.
아내의 수영복도 안챙겼고, 아이들 타월도 안챙겼다. 하와이에서의 첫번째 비치라 준비할 게 너무 많았었나 보다. 어쩔 수 없이 민박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신발에 모래만 잔뜩 묻힌채 다시 차를 타고 돌아갔다.
그런데 민박집으로 다시 돌아 오는 길에 큰 아이에게 화를 내버렸다.
아이의 한마디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무심코 한마디를 했다.
에이 괜히 갔네
순간 욱하는 감정이 일었다. 여행길이니 참자하고 말았는데, 아이가 발에 묻은 모래를 차 안에서 터는 걸 보고는 그만 폭발해버렸다. 아이에게 한바탕 퍼부어 버렸다. 아이도 적잖게 당황했을 거다. 크게 잘못한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괜히 갔다는 말 때문에 그런건데 모래터는거 가지고 뭐라고 했으니...
본격적인 하와이 여행의 시작이어서 그랬는지 조금은 내가 예민했었나보다.
서로 그렇게 어색해져버린채 우리는 두번째 비치로 향했다. 미안 큰아들!
그렇게 감정이 좋지 못한 상태에서 도착한 곳은 와이메아 비치파크였다. 절벽다이빙으로 유명한 비치다. 그런데 입구에서 적잖게 당황했다. 주차할 공간이 없었던 것. 주차장이 그리 크지 않아서였는지 차들이 빼곡히 차 있었다. 여기에 온 이유가 따로 있었는데 쉽게 포기할 수 없어 그냥 기다렸다. 다행히 금방 나가는 일행을 발견하고 그들이 나가자마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차를 대고 아이들과 바다를 가려는데 아이들이 나무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는 바다에 갈 생각도 안하고 나무를 타기 시작했다. 큰아이도 의기소침해 있었기에 감정도 풀겸 해수욕을 하기 전에 공원의 나무앞에서 아이들이 나무타기하며 놀도록 내버려뒀다.
와이메아비치파크에 있는 나무들이 낮게 뻗어 있어서 아이들이 놀기에 적당해 보였다.
둘째는 특히나 이곳에서 나무타는 것을 좋아했다.
오죽하면 하와이에서 제일 재밌던 것이 나무타기라고 할까?
에효. 나무타기는 꼭 하와이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한참을 놀던 우리는 바다로 갔다. 비치파크 화장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바다로 향했다. 아이들이 첫번째 맛보는 하와이의 바다다.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에서 아이들은 한참 파도타기와 모래놀이를 즐겼다. 멀리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절벽에서 다이빙하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한참 물에서 논 우리는 드디어 절벽 다이빙을 하기 위해 절벽쪽으로 갔다. 우리가 와이메아비치파크에 온 이유였다.
절벽 다이빙
물이 깊은 곳이었기에 큰아들과 나만 시도하기러 하고 절벽으로 올랐다. 낮은 곳에서 한번 도전해볼까 하다가 거기까지 수영해서 가기가 만만치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곧장 가장 높은 곳으로 갔다. 별도의 길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절벽을 타고 올라가는 거였다. 물론 절벽은 아주 험하진 않았지만 조금 불편하긴 했다.
정상에 올라가니 어떤 사람들은 다이빙을 즐기고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머뭇거리고 있었다. 막상 올라가니 아래에서 본 것보다 훨씬 아찔했다. 조금 머뭇거리다가 앞으로 나섰다. 아이가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아이에게 시범을 보이기러 했다.
그런데 너무 무서웠다.
한 번 머뭇거렸다. 그래도 뒤에 아들이 보고 있으니 꼭 해야만 했다. 그렇게 두번의 도전 끝에 눈 질끈 감고 다이빙을 했다. 어찌나 높은지 한참 공중에 있었다. 분명 물에 떨어질 때가 됐는데 아직도 나는 낙하하고 있었다.
다이빙은 그럭저럭 그렇게 마무리 했는데, 생각보다 물이 많이 깊었다. 물안경도 없어서 한참 허우적거렸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있는데 아들이 정상에서 나를 계속 부르고 있었다. 자기 다이빙해도 되냐고 물어보는 거였다. 아들은 나의 대답을 듣고 곧장 다이빙을 성공했다. 그리고 나보다 더 먼저 물 밖으로 나왔다.
큰아들은 다이빙 이후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자기가 그리 높은 곳에서 성공했다는 게 너무 뿌듯했나보다.
그러더니 급기야 한번 더 다이빙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난 도저히 두번 할 자신은 없는데.
그래서 다시 절벽으로 올라갔다. 난 도저히 할 엄두가 안나서 아들보고 먼저 하라고 하고 옆에서 아들의 다이빙을 촬영했다. 절벽위에 아들은 조금 주저하는 거 같더니 용기를 내어 다시 멋지게 다이빙해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멋지게 다이빙 하는 걸 찍었어야 하는데 촬영하는 것도 겁이 나서 마지막 입수를 제대로 찍지도 못했다. 그렇게 겁쟁이 아빠는 아들을 다이빙 시켜놓고 혼자 터벅터벅 걸어서 절벽에서 내려왔다.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나도 한번 더 뛸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언제 다시 갈지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아들만큼은 뛰었어야 덜 챙피했을텐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우리의 절벽다이빙 체험(?)은 멋진 3학년 아들의 두번의 성공으로 마무리 했다.
그런데 노스쪽 비치는 생각보다 썰렁했다. 물도 차가웠을 뿐 아니라 바람도 꽤 싸늘했다. 둘째가 바다에서 놀다가 너무 추워했다. 부랴부랴 아이에게 모래 찜질을 시켜줬다. 모래가 너무 따뜻해서였는지 둘째는 그렇게 모래찜질을 하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신나게 와이메아 비치파크에서 놀던 우리는 점심 먹을 시간을 놓쳐버렸다. 물론 코스트코에서 사온 머핀을 중간 중간 간식으로 먹었던지라 그리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늦은 점심을 먹어야 했다. 어딜갈까 하다가 빠르게 아이들에게 "밥"과 "고기"를 먹여야 했기에 로라 이모네 BBQ로 다시 향했다.
로라 이모네 푸드트럭은 와이메아 비치파크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런데 차가 좀 막혔다. 라니아케아 비치 근처에 가까워질 수록 정체가 더 심해졌다. 혹시 거북이가 바닷가로 나온게 아닐까? 그래서 사람들이 모이는거 아닐까? 하는 기대감이 일었다.
예감이 맞았다. 사람들이 그쪽에서 주차하느라 차가 막혔던 것이었다. 우리 가족도 거북이를 보기 위해 배고픔도 잊은채 후다닥 그곳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 큰 아들이 괜히 왔다고 투정부렸던 라니아케아 비치에 다시 갔다. 그리고 낮잠자는 거북이를 봤다. 그것도 3마리나 거북이 주변은 테두리가 쳐져 있었고 우리들은 더 가까이 다가가진 못했다. 잘 보호되는 거 같았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거북이들은 이름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테두리 앞에 푯말이 있는데 거기에 이름도 씌어 있다고 한다. 거북이에 집중하지 못해서 우리가 본 거북이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확인도 제대로 못했다.
이름이라도 알았다면 불러줬을텐데.
거북이는 오후가 되어야 나오는 거 같다. 날이 조금 더워져야 뭍으로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 나오는 것도 아닌가 보다. 거북이도 마음이 내켜야 나올테니. 거북이를 본 건 우리의 여행 운이 좋아서라며 즐거워했다.
그리고 금세 로라 이모네 BBQ에 가서 갈비를 시켜 먹었다. 오늘은 오마이 하와이 책에 쿠폰으로 음료수까지 무료로 얻었다.
두번째 먹은 갈비였지만 아이들은 전날처럼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배고파서였는지, 맛있어서였는지 아님 둘다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로라 이모네 BBQ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오늘의 세번째 비치로 향했다. 이번엔 스노클링을 하러 갔다. 노스쇼어에서 스노클링 스팟으로 유명한 샥스코브였다.
월마트에서 산 스노클링 장비와 오리발을 챙겨서 물 속으로 들어갔다. 물 속으로 들어가기는 조금 어려웠다. 곳곳에 바위들이 있어서 오리발을 신은 아이들이 넘어질까 조심조심 가야 했다.
스노클링 명소로 꼽히는 지역이어서 그런지 물 속에는 많은 물고기들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물이 깊었다. 평상시 발이 닿는 곳에서만 수영을 했었어서 그런지 수영하기 어려웠다. 구명조끼도 안입고 오리발도 안껴서 조금은 불편했다. 오히려 아이들은 곧잘 수영을 했다. 큰아이도 구명조끼를 안입었는데 오리발을 껴서였는지 곧잘 스노클링을 했다. 둘째도 암튜브를 해서 스노클링을 즐겼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발이 닿지 않은 곳에서 수영을 해서 불편하지 않아보였다. 결국 나중엔 아이들이 나를 도와주기까지 했다. 내가 물에서 허우적거릴 때 아이들이 부축해줬다. 아들 둘을 끼고 스노클링을 했다. 10살 6살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는 애비다.
바다속은 물고기들이 자주 보였다. 산호는 생각보다 예쁘진 않았지만 물고기들이 많아서 아이들과 신기하게 봤다. 아이들은 참 좋아했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 감탄할 수준은 아니었다. 10년전 신혼여행으로 다녀왔던 몰디브가 내 눈만 높여놓은거 같다.
얼마 스노클링을 하고 있으니 둘째가 조금 추워했다. 둘째를 쉬고 있는 엄마에게 보내고 큰애와 조금 더 스노클링을 한 후 바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일몰을 보기 위해 선셋비치로
샥스코브에서 스노클링까지 하고 나니 어느덧 해가 질 때가 됐다. 해가 질 때가 됐으니 마지막으로 가야 할 비치가 있었다. 이른바 석양이 아름다워 붙여진 Sun set 비치였다. 샥스코브에 있는 간이 샤워시설에서 간단하게 아이들을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히고 선셋비치에 갔다. 멋진 노을을 구경할 수 있을거란 기대감을 갖고 그곳으로 향했다.
석양무렵 선셋비치는 정말 평화로웠다. 정확히 서쪽을 바라고 보고 있어 해가 지는 걸 지켜볼 수 있을 거 같았다. 해가 떨어지는 곳에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평화로워보였다.
다행히 아이들은 이곳에선 바다로 들어가진 않았다. 이미 옷까지 다 갈아입었기에 감히 엄두를 내진 않았었다. 대신 고운 모래에서 또 놀았다. 샥스코브에서 조금 추워했던 아이들은 긴팔까지입고 이곳에서 일몰을 기다리는 부모를 위해 자기들끼지 잘 놀아줬다.
참 평화로운 비치였다. 그런데 해가 거의 다 질 무렵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왔다. 그러더니 급기야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멋진 붉은 노을을 기대했는데 비가 그쳐도 그런 풍경을 기대하긴 어려줘보였다. 선셋 감상은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그렇게 이날의 네번째 비치를 마무리 했다.
하와이에서, 그것도 노스쇼어에서의 네개의 비치는 우리에게 각각 새로운 경험을 주었다. 큰 거북이를 직접 볼 수 있던 건 신기했고, 절벽 다이빙은 짜릿했다. 스노클링은 조금 추웠지만 아이들의 도움을 받으며 물고기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평화로운 선셋비치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내적 평화를 만끽했다. 그렇게 아침부터 노스쇼어 비치에서 하루를 보냈다. 하와이 노스쇼어의 바다가 이렇게 다채롭다니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제 내일은 쿠알로아 랜치에 간다. 쥬라기 공원 촬영지로 유명한 이곳에서 우리는 무비투어를 할 예정이다. 하와이 바다가 아닌 목장에서의 경험은 어떨까? 이또한 즐거운 경험이 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