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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Dec 18. 2019

[휴직일기] 글을 쓰다보니 작은 꿈이 생겼습니다.

글로, 누군가를 돕고 싶어졌습니다.

어쩌다보니 광주에 가게 됐다.



지난 화요일, 광주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의 계기는 걷기 모임이었다. 나와 함께 온라인 걷기 모임을 하시는 분들 중 광주 분들이 계셨다. 몇 달 동안 꾸준히 걸으시는 그분들을, 오프라인을 통해 한 번 뵙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서울에서 오프라인 걷기 모임을 하려다 이런 저런 이유로 취소가 되기도 했다. 먼저, 광주에 가겠다고 질렀다. 내가 광주에 가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다. 간만에 콧바람을 쐬고 싶기도 했다. 그들은 흔쾌히 나의 방문을 수락해주셨다.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서 나와 놀아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가려니 그냥 놀러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기왕 가는 건데, 나에게도 또 그 분들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다 그분들의 공통점을 찾게 됐다. 다들 나의 블로그를 꾸준히 읽으시는 분들이셨다. 내 글을 읽다 걷기 모임에 참여하셨다. 나의 글을 읽으며 이런 저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하셨던 게 생각나기도 했다. 게다가 자신들도 글쓰기를 좀 더 잘해보고 싶어했다. 문득, 그분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생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고, 기왕이면 블로그에 홍보를 해서 이런 저런 사람을 모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https://blog.naver.com/tham2000/221732918298


예상은 했지만, 신나서 공지를 만들고 블로그에 올렸지만,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굳이 변명하자면 열심히 홍보를 하지 않았..) 기존에 오기로 했던 분 세 분에 그 분들의 지인 한 분, 그리고 평소 장흥에서꾸준히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주신 한 분 (이분은 내가 너무 보고 싶어 와달라고 부탁한 분이셨다) 까지 총 다섯분이 참여해주셨다.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섯 분에게 광주에서 나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설레고 행복했다. 그리고 긴장도 됐고.


그렇게 나는 어쩌다보니 여행이 아닌 강의를 하러 광주에 가게 됐다.


보통사람의 보통의 글쓰기


지난 6월에 서울에서 진행했던 몇 번의 강의와 최근 나를 돌아보며 정리했던 것들을 섞어서 새롭게 강의안을 만들었다. 광주로 내려가는 기차에서는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좋은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나름 첫번째 원정 강의(?)라 너무 떨렸다. 


실망하시면 어떻게 하지?


11시부터 스터디카페에서 진행된 강의는 강의라기 보다는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듣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러려고 노력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4년동안 일어난 나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맨 처음에는 조회수에 신경쓰며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쓴 글,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성장에 대한 화두 덕분에 점점 나 자신을 돌아보며 쓰기 시작한 글, 그리고 작년 9월부터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한 이야기들을 소개했다.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면서, 의미있는 하루 하루를 만들고 그 속에서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달했다. 그리고 꾸준히 글을 쓰기 위한 10가지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소재를 찾는일, 개요를 쉽게 쓰는 일, 퇴고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 그간 내가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풀었다.



솔직히, 강의 내용이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었고, 글로 돈을 버는 직업을 갖고 있지도 않았기에 글을 잘 쓰는 "대단한" 방법을 알려줄 순 없었다. 게다가 요즘 사람들이 기대하는 “잘 노출되는” 방법을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 방법을 나도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내 블로그 조회수가 엄청 높은 것도 아니었으니.


하지만 이날 다섯명의 분들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보다 나의 이야기를 이분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분들은 나처럼 글을 쓰면서 힐링하고, 기록하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 싶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대단한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해주는 보통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라 더 공감이을 하시는 것  같았다. 자기들에게 더 쓸모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내 생각에는) 열심히 사진찍고, 메모하는 모습을 보고, 또 반짝이는 그들의 눈망울을 보며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두 시간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순식간에 지나간 두 시간이었다. 나도 분명 그 시간을 즐기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진솔한 이야기가 도움이 된 것 같아 감사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강의를 마치고,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광주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내년 7월에는 복직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원래 휴직기간이 내년 7월이기도 했지만, 휴직을 연장하거나 퇴사하는 선택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지금도 너무 좋지만 복직을 해야 할 이유를 찾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복직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이유 하나도 더 있지만 그것은 나중에)


사람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을 찾아서 내가 글을 통해서 치유하고 또 성장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 분명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되고 싶기도 했고.


그러면서 그들에게 무료에 가깝게 나의 콘텐츠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그만큼 내가 가치가 없기 때문인 것은 아니었다. 내가 어떤 가치를 지니든 그것을 돈으로 평가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의 경험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돈이 개입되면 내 진정성이 훼손될 것 같은 우려도 돈을 최소한으로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순간, 참여한 사람들이 돈으로 보일 것 같았다. 나의 생계를 위해 그들에게 돈을 받고 도움을 준다면. 그들에게 진짜 내 이야기를 들려주기 보다는 그들이 혹하는 이야기를 하는데 집중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게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돈을 벌 창구가 필요했고, 회사에 미안하지만 그게 회사가 되고 복직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안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하니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최근 자기계발시장의 비싼 가격에 대한 불편함도 한 몫했다. 휴직을 하고 자기계발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일부 터무니 없는 가격의 강의에 놀랄 때가 많았다. 굳이 이런 가격을 받아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기도 했다. 사람들이 서로 강의를 들으려고 몰려드는 것을 보면서 과연 그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물론 그들의 판단이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치가 가격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 그만한 가격을 부르는 것은 당연한 논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와는 그런게 잘 안맞는 것 같았다. 물론 그 속에는 나의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누군가에게 진짜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돈 때문에 내가 바뀌는 것을 보고 싶진 않다.


40이 넘어도 꿈을 갖는 사람들을 위하여


요즘 만나는 사람에게 나이를 불문하고, 꿈이 뭐냐고 물어보곤 한다. 그리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철학이 있고 꿈이 있다는 사실에 가끔씩 놀라곤 한다. 그동안 꿈이 없이 퇴사하기만을 기다렸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 적어도 휴직을 하기 전,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쓰기 전, 나는 꿈도 없었고 무기력했으니까. 우연히 책을 읽다 내가 그동안 지내왔던 10년 이상의 시간이 죽은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죽어있었던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죽은 시간은 사람이 수동적으로 무엇인가를 기다리기만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고, 살아있는 시간은 무엇이든 배우고 행동하며 1분 1초라도 활용하려고 노력하면서 보내는 시간이다.  <에고라는 적 중에서>



<에고라는 적>을 읽으며,  로버트 그린이라는 작가의 말을 인용한 이 문구를 보며 그동안 죽은 시간과 살아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죽은 시간을 보냈던 게 안타까웠고, 살아있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하나 하나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소생술"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죽어있는 시간을 살아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내가 경험한 글이라는 도구를 이용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의 진정성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전적 대가를 바라기 보다는 진짜 마음을 통해 내가 글쓰기를 통해 얻었던 것들을 알려주고 함께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고 싶다. 그게 글을 쓰다보니 내가 가진 꿈이 되었다. 


감사하게도...



PS.

이 글을 나중에 내가 보더라도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꾸준히 읽으며 나를 다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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