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ㅇㅇㅇ하는 사람이다.
2019년 마지막 포스팅이다. 어떤 글로 한 해를 마무리할까 고민하다, 나를 자랑해 보고 싶었다. 내가 한 도전 중에 2019년 나에게 가장 소중하고 값진 도전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 도전을 이룬 잊지 못할 순간을 나를 위해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하는 것이 새로운 2020년을 맞이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9년 많은 도전을 했고 그 속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휴직을 했고, 50명이 넘는 동기들과 함께 한 자기혁명캠프에서 가장 우수한 수강생으로 꼽혀 MVP가 되기도 했다. 9박10일 동안 단식에 성공했고, 42.195km 마라톤을 완주했다. 아이들과 캐나다 여행을 70일 동안 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사람들 앞에서 나의 이야기로 발표를 하기도 했고 글쓰기로 강의도 진행했다. 매번의 도전이 나에게 큰 성취감을 주었다. 그리고 도전 앞에서 항상 두려워만 하던 나는 두려움이란 감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두려움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 도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2019년, 나에게 가장 최고의 순간은 언제일까? 도전에 성공했을 때도 물론 좋았지만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이 올해 나의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나의 리즈를 경신하고 있어서, 일신우일신의 마음으로 매일같이 발전하고 있는 나이기에 지금을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연코 아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을 최고의 순간으로 나는 꼽을까? 이 글을 쓰는 순간 나는 올해 내가 하고 싶은 두 가지 일을 완료했기에 지금을 최고의 순간이라 생각한다. 올 해 마지막날 성취한 그 두 가지는 바로 글쓰기와 달리기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나는 올해 매일 아침 6시 30분마다, 포스팅을 올렸다.(네이버 블로그 기준) 그리고 오늘 아침 달리기를 함으로써 올해 총 1,700km를 달리게 되었다. 물론 매일 글을 쓰고, 매일 달린다고 내가 무엇이 된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1년동안 했던 나의 노력에 대해 지금 이 순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대단한 것을 이루기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매일 꾸준히 함으로써 어느새 나는 글을 쓰고 달리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우선 블로그 글쓰기부터 이야기 해보자. 올 해 나는 정말 열심히 글을 썼다. 매일 한 편씩 글을 썼다. 작년 9월부터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올해까지 이어졌고, 휴직 이후 어쩌다보니 매일같이 꾸준히 나의 생각을 담은 글을 발행하게 됐다. 사실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내 생각을 담고 싶었기에 어떤 날에는 4시간이 넘게 자판을 두드린 적도 있었다. 혹자는 글에 매몰되는 나를 경계하기도 했지만 이미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한 나는 시간을 들여 글을 쓰는 일을 멈추기 어려웠다.
매일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글을 완성할 때마다 받았던 보상 때문이기도 했다. 매일 꾸준히 글을 쓰다보니 나의 글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침 출근길에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어떤 독자분은 개인 메시지로 응원을 보내주기도 했다. 이런 응원 덕분에 내 글에 대한 책임감도 갖게 됐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 진심을 다해 글을 썼다. 나의 진심을 담은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 생각했으니까!
글을 쓰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도 큰 수확이다. 매일 글을 쓰다보니 글쓰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됐다. 내 글에 엄청난 자신감을 얻어서 그런 꿈을 갖게 된 것은 아니다. 나같이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글을 쓸 수 있고, 자신을 치유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막연한 바람은 몇 번의 강의를 경험하며 확실한 꿈으로 자리잡았다. 내 글쓰기 노하우가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고, 그것을 내가 좋아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지난 1년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아이가 맹장염에 걸렸을 때에는 글을 쓰지 못했다. 그때는 글을 쓴다는 게 사치같았고, 진심을 담아 글을 쓸 자신도 없었다. 캐나다 밴프의 캠핑장에서는 인터넷이 터지지 않아 글을 쓸 수 없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일 글을 쓰기 위해 노력했고 그걸로도 나는 충분히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365일을 매일같이 글을 쓰지 못했지만, 그래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었고, 그 속에서 작은 바람이 생겼다는 것으로도 나에게는 큰 획을 이룬 2019년이었다.
달리기는 의외의 선물이었다. 올해 초 달리기를 하면서 운명의 순간과 마주했다. 추운 겨울날 새벽에 달리기를 하면서,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이 진짜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 나도 모르게 펑펑 울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 매일 달리게 되었다.
꾸준히 달렸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덥거나 춥거나 주변 상황에 연연하지 않고 매일같이 달렸다. 달리면서 달리기가 인생과 비슷한게 많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달리기를 할 때마다 갈등을 겪곤 했다. 매일 새벽마다 달릴까 말까 고민한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너무 행복했다. 돌아올 때는 뭔가 큰 것을 이룬 것 같은 성취감이 나를 감쌌다. 인생의 도전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처음 시작이 어렵지, 하고 나면 별거 아니고 또 하다보면 보람을 느끼는 것이 인생의 도전들이었다. 인생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달리며 배울 수 있었다. 달리기를 하며 나의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생도 에너지를 적절히 배분하며 꾸준히 길게 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올해 1700km를 달렸다. 42.195km를 완주하고 나서도 쉬지 않고 달렸다. 달리다 보니 어느새 나는 달리는 사람, 러너가 되어 있었다. 달리면서 나는 매일 도전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매일 인생을 배운다. 그걸로 충분히 좋았다.
올해 나를 지배한 단어는 "꾸역꾸역"이었다. 제현주 님의 <일하는 마음>을 읽고 나는 한동안 이 단어에 사로잡혀 있었다.
의심이 들 때면 그냥 머리를 파묻고 꾸역꾸역 하면 된다. 계속하다보면 그것만으로도 이르게 되는 어떤 경지가 있다. 당신의 '잘함'으로 환산되지 않더라도 꾸역꾸역 들인 시간이 그냥 사라져 버리지 않는다 (고 믿고 싶다.) <일하는 마음 中>
올해 내가 그랬다. 꾸역꾸역 글을 쓰고, 꾸역꾸역 달렸다.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달릴 때마다 좋았던 것은 아니다. 어떤 날에는 의무감에 어쩔 수 없이 글을 쓰고, 겨우 달리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있었다. 하나는 이렇게 꾸역꾸역 하는 것이 나에게는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금 하고 있는 글쓰기와 달리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올 한 해 그 두 가지를 놓치지 않았고, 덕분에 즐겁게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무언가 대단한 성과를 2019년 얻은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19년 나는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두가지를 "하는" 사람이 된 것 만으로도 나는 행복했고 나는 나를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2019년 최고의 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