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모집하면서 배웠던 것들
지인의 추천으로 2018년 처음으로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들어 봤다. 한 해동안 하고 싶은 일 100가지를 적는 일은 꽤나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다 적고 나니, 뿌듯한 감정도 들었고 정리해서 다시 읽어보니 내가 원하는 게 어떤 것인지도 알 수 있었다. 충격적인 것은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직장인으로서 내 안의 욕망의 실체를 맛 본 기분이었다. 적는다는 것으로 연말에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100개의 버킷 중 50개 정도를 실천에 옮겼다.
좋은 경험은 2019년에도 이어졌다. 우연히 합이 맞는 두 사람과 연초에 제주로 여행을 갔다. 그리고 그들과 버킷리스트 100개를 함께 만들며 새해를 맞이했다. 함께 버킷리스트를 만드는 경험이 꽤 좋았고 이것을 사람들과 나눠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결국 워크샵으로 이어졌다. 무모하게 별 준비도 않고 사람들을 모았고, 그들과 함께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드는 모임을 진행했다.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었지만 참여하시는 분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이를 참여자들의 얼굴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https://brunch.co.kr/@tham2000/29
워크샵 덕분에 2019년 시작을 활기차게 할 수 있었다. 워크샵을 주최하면서 내가 가진 경험을 남들에게 나눴을 때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난생처음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나름의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록담님의 리빙리를 통해 짧게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든 경험에 대해 공유하게 되었고, 연말과 연초 몇몇 분들로부터 2020년 버킷리스트 워크샵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다. 작년에 함께 했던 두 분이 꽤 바빴기에 함께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나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사람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마음을 먹고 혼자서 워크샵을 준비하고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2020년 버킷리스트 워크샵의 첫번째 모임을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다. 내가 특별히 많은 것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나름 워크샵을 통해 좋은 경험을 하신 듯 싶었다. 특히 워크샵의 취지에 맞게 다른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를 보면서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영감을 얻고 또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걱정이 많았는데, 역시나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한 토요일이었다. 몸은 이런 저런 스케쥴과 스트레스로 천근만근이었지만 덕분에 2020년을 시작을 의미있게 할 수 있어 즐거웠고 또 감사했다.
이번 워크샵은 여러모로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하지만 섣부른 후기를 쓰기에는 앞으로 두 번의 워크샵이 남아 있기에, 이날의 경험은 우선 마음속에만 저장해두고, 추후에 한꺼번에 정리해볼까 한다.
다만 그냥 워크샵을 넘기기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 중간 정리의 개념의 글로, 워크샵에서 사람을 모집하면서 내가 했던 새로운 시도들과 얻었던 것들에 대해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나름 얻은 게 많은 경험이었으니.
혼자서 워크샵을 연다고 했을 때 가장 걱정됐던 것은 "모집"이었다. 모임을 주최할 때마다 힘든 게, 사람을 모으는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집에 대한 스트레스가 조금 심한 편이었다. 워크샵의 특성상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했다. 함께 버킷리스트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내 욕망을 찾기 쉽고 또 그 속에서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 쉬워지기 때문이었다. 내 안의 욕심도 있었다. 나름 워크샵인데 조금 뽀대나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 SNS에서 사람들이 진행하는 워크샵을 보면서 내가 진행하는 워크샵도 몇 명 정도 왔으면 하는 기대치가 있었다.
초기 록담님이 모집 글을 공유도 해주시고, 많은 분들이 페이스북 글에 댓글도 달아주신 덕분에 노출이 많이 된 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픈빨이 있었다. 나름 신청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픈 이후에 금세 고요해졌다. 워크샵을 취소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름 공을 들였는데 사람들이 안오니 너무 아쉬웠다. 한시간 단위로 신청자를 업데이트해서 봤지만 숫자의 변화는 없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안되겠다 싶었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런 저런 것들을 시도해 보았다. 그냥 앉아서 취소시킬수는 없었으니까.
1. 카드뉴스를 만들어 보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카드뉴스를 만드는 일이었다. 일주일 전, 지인으로부터 배운 망고보드라는 툴을 써서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담벼락과 페이스북에 다시 공유하면서 마케팅을 진행했다. 내가 왜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드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고, 그것을 왜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지를 넣어놨다.
모임을 만들면서 2차 생산물을 만들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했던 것은 처음이었다. 나름 도움이 되는 듯 싶었다. 처음 모집 글을 보고 고민했던 분들 중 몇 분이 카드 뉴스를 보고 워크샵을 신청해 주셨다. 모집 글을 못 본 분들에게는 새로운 알림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연한 것이지만 사람을 많이 모으려면 관련 글과 사진을 여러 버전으로 많이 올리고 많이 공유하는 게 중요했다.
2. 페이스북 광고를 이용해보다.
기존의 나의 블로그 이웃,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알리는 것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른 분들이 도움을 주시기도 했지만 내가 자체적으로 알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바로 페이스북 광고였다. 사람을 모집할 때 페이스북 광고를 활용했었고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했던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페이스북 광고는 일반 개인계정으로는 집행이 불가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집행해야 했는데, 다행히 내가 갖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었다. 버킷리스트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고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활용하고자 해서 만들어 놓기만 했던 페이지였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알리면 되겠거니 싶어 이곳에 모집 글을 올리고 광고를 집행했다. 금액은 5천원 미만으로 최소한으로 집행했고, 타깃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연령대도 넓게 잡았고, 주요 특성도 페이스북에서 안내하는 것 중에 그냥 내 마음에 드는 몇 개를 찍어서 집행했다. 뭘 찍었는지 지금 기억이 안나는 것을 보면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광고 집행은 실패로 끝났다. 페이지의 속성과 모집 글이 잘 맞지도 않았고, 돈을 쓰면서 크게 페이스북 광고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아무리 적은 금액으로 광고를 한다 하더라도 뭘 제대로 알고 해야 효과가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좋은 매체여도 나에게는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가 될 수 있었다.
3. 직접 영업을 뛰다.
이런 저런 시도를 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퍼나르기였다. 여기저기 모집 글을 퍼다 날랐다. 카페에도 올리고, 단톡방에도 올렸다. 내부 규정상 광고를 하면 안된다는 곳을 제외하고 알만한 데는 다 뿌려봤다.
지인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뿌려가며 워크샵에 참여해달라고 독려했다. 작년에 버킷리스트 워크샵을 경험했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준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참여해달라고 독려했다. 그들의 좋았던 경험을 올해 또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들이 오면 처음 만들어 보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이런 직접적인 영업은 몇 분을 초대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덕분에, 모집은 나름 "성공"이었다. 버킷리스트의 좋은 가치를 함께 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었다.(2차, 3차도 그럴 듯 하다) 며칠 동안 모집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신경도 많이 썼는데 그래도 다행이었다. 더 다행이었던 것은 그렇게 모집을 하면서 몇 가지 배웠던 것도 생겼다는 사실이다.
1. 모집 목표가 있어야 한며 이 목표는 현실적이어야 한다.
"몇 명이나 신청했어요?"
"한 일곱명 정도?"
"와! 날짜도 애매한데, 신청 많이 했네요. 세 명만 신청해도 성공인거에요"
워크샵을 신청하신 분과 몇 명이 참석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신청자의 숫자를 묻는 질문에 실제 신청한 사람보다 한 두명 부풀려 이야기했다. 그게 내 자존심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분의 다음 대답인 "세 명만 신청해도 성공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바랐던 숫자는 얼마였는지 혼자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많이 신청하면 좋겠다"
내가 내린 대답은 그것이었다. 정확한 KPI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그저 많은 사람이 신청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연결됐다. 사람들이 몇 명을 신청했는지와 상관없이 더 많이 신청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나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런 스트레스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게 만드는 원동력이긴 했지만, 과도했던 것은 반성할 부분인 듯 싶었다. 그리고 이런 모집을 하면서 나름 "망함-보통-괜찮음-성공"의 수준을 정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체적인 수치가 있어야 내 행동에 대한 피드백도 명확해지고, 스트레스도 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한계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모집을 하면서 내 눈높이가 너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SNS상의 많은 모임 후기를 보면서 나도 강의장을 꽉 채운 워크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그렇게 모임을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굳이 되지도 않는 목표로 나를 힘들게 할 필요는 없었다. 내 한계를 인식하고 적당한 수준의 KPI를 잡는 게 필요하다.
참고로 나는 이번 워크샵에서 망함은 2명, 보통은 5명, 괜찮음은 7명, 성공은 10명으로 KPI를 잡았다.물론 이 목표를 1차 워크샵 시작 직전인 금요일에 잡았던 게 문제였지만...
2.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운영자로서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강한 확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번에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15년 전, 은행 영업점 창구에 앉아 있을 때, 선배가 나에게 해 준 말이 있었다. 은행에서 나오는 상품을 고객에게 팔려고 한다면 그 상품이 진짜로 좋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선배는 내게 가르쳤다. 판매자가 그런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고객에게 말하면 그것은 "사기"라고 했다. 그리고 고객은 판매하는 사람의 "확신"을 대번에 알아차린다고도 했다. 그 이야기가 내게는 꽤 인상적이었다. 단 1년간의 경험이었지만 영업을 하면서 나름 "확신"을 갖고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했었고 그런 마음자세가 영업에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은 이렇게 은행 영업점 생활을 하면 안된다고는 하지만...)
오랜만에 내 콘텐츠로 영업을 하면서, 다시금 "확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진행하는 워크샵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면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행위를 하지 못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확신은 실제 워크샵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나만의 믿음은 진행을 하는 과정에서도 말 한마디 한마디에, 행동 하나하나에 드러나는 듯 했다.
앞으로 두 번의 워크샵이 더 남았다. 한 번은 1월 16일 목요일 저녁 7시에 교대에서 진행하고, 다른 한 번은 1월 21일 화요일 오전 10시 강남 또는 교대의 장소에서 (아직 장소는 미정이라는 말) 진행할 예정이다. 다행히 앞으로 두 번은 크게 모집에 대해 신경을 안써도 될 것 같다. 이미 "괜찮음" 언저리의 숫자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은 모집보다는 워크샵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운영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필요할 듯 싶다. 이미 1차 워크샵을 진행하면서 얻은 피드백도 받았다. 아쉬운 점들, 개선할 점들이 보였기에 그것을 고쳐나가면 훨씬 더 의미있는 버킷리스트 모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버킷리스트 모임에 참여하고 싶으신데, 꺼려지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두 번 남은 버킷리스트에 참여해주세요. 혹시 시간이 안맞는다면 새로운 시간도 제안해주세요. 2월에도 도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