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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Feb 27. 2020

[휴직일기] 글쓰기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올해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뤘습니다.


2020년 나의 버킷리스트


연초가 되면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든다. 벌써 3년째다. 버킷리스트 100개를 3년째 쓰다보니 신기한 것들이 보였다. 우선 버킷리스트의 100개를 작성하는 일이 쉬워졌다. 그만큼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많아졌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면 좋겠다는 것들을 하나씩 이뤄가면서 더 많은 것을 해보고 싶어졌다. 예를 들면 뉴욕 마라톤 대회 출전 같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변해가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첫 해 버킷리스트는 가족과 함께 하는 것들이 주를 이뤘는데, 작년에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휴직을 하면서 조금 더 성장하고 싶다는 바람이 버킷리스트에 반영되었다. 올해는 지난해 만들었던 성과물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버킷이 좀 더 많아졌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가면서 그리고 실천에 옮기면서 나의 변화를 확인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라는 사실을 버킷리스트 3년차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올해 버킷리스트를 만들면서 소중한 사람들을 직접 뵙고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난 분이 강원국 작가님이었다. 강원국 작가님께 작년 초 글쓰기 강의를 듣고 글쓰는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가 강조하는 루틴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나 또한 그의 글쓰기 방식을 따라해 나만의 글쓰기 루틴을 만들어 갔다. 카페에서 매일 글을 쓰면서, 글이 잘 안써질 때에는 혼자서 산책을 해보기도 했다. 글을 쓰면서 얻는 성취감이 자존감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나의 글쓰기를 더욱 자극했다. 덕분에 매일 글을 쓰는 일을 통해, 물론 그 과정이 험난했지만,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강원국 작가님을 만나서 차 한 잔 마시며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용기를 내어 이메일을 보내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그의 강의가 동네에서 열렸다. 그것도 5주짜리로. 내용이 뭔지 보지도 않고 신청했다. 작년에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연초에 그의 강의를 들으며 나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수업은 예상대로였다. 내가 그동안 잃어버렸던 생각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들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말씀드리는 게 아니에요. 어떻게든 써지는 방법을 말씀드리는 거에요."


그의 강의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였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잘쓰는 게 아니라, 써보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글을 잘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써내려가는 것. 물론 그것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더 그 이야기에 집착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하루는 작가님의 강의를 리뷰하는 블로그 글을 올렸더니, 한 분께서 내게 댓글을 달아주셨다.


멋진도전~~~!!!
5주차에는 강원국작가와
커피한잔하기 항목하나가
삭제되기를 기원해봅니다~^^

올해 나의 버킷리스를 기억하고 계시는 이웃님의 응원의 글이었다. 불현듯 작가님과 차 한잔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다행히 작가님은 나의 요청을 받아주셨고 덕분에 그와 지난 월요일 만나 차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가 완성되는 날이었다.


짧지만 강렬한 만남


KBS 본관 앞에서 만났다. 코로나19 때문에 혹시나 약속이 취소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그에게서 "대통령의 글쓰기" 책을 선물로 받을 수 있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그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그의 책 "대통령의 글쓰기"는 갖고 있지 않았었다. 도서관에서 빌려본 게 전부였는데, 그래서 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날 선물로 받을 수 있어 더 감사했다.

최호진답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날 <피렌체의 식탁>에 기고하신 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지금의 시기에 꼭 필요한 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님은 이 글을 쓰기 위해 꽤 고생하셨다고 했다. 글이 안써져서 카페를 옮겨가며 겨우 써내려갈 수 있었다고 했다.


200쇄 가까운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에게도 여전히 글은 어려운 것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써내려가기 위해 환경을 바꿔가며 부단히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한결같게 느껴져서 감사하기도 했다.


https://firenzedt.com/?p=5190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녹음이 있으셔서 한 시간도 채 만나지 못했지만 다음에 또 보자는 "빈말"일지도 모르는 말씀에 다시 만나뵙기를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글쓰기 선생님이 되고 싶다


짧은 만남이었다. 하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꿈 하나가 떠올랐다.


글을 쓰다보니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 생각과 마음이 동시에 정리되곤 했다. 글을 써내려가는 과정에서 힐링의 감정을 느낄 때도 많았다.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정화되는 느낌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일이 나의 경험을 조금 더 특별한 역사로 만들어 준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저 그렇게 지나갔을 일상이 글을 통해서 의미있는 나날로 변해가고 있었다. 글을 꾸준히 쓰다보니 글에 대해 자신감도 갖게 되었다. 좋은 글이란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뻔뻔해지기도 했다. 덕분에 나 자신에 대한 믿음도 생겼고.


이런 경험 덕분에 글쓰기를 사람들에게 권하게 됐다. 특히 삶의 권태기에 빠진 분들에게, 또는 새로운 시작을 도전하는 분들에게 자기의 생각이 담긴 글을 써보라고 추천했다. 그 과정에서 글쓰기에 대한 내 생각을 담은 미니 강연회를 열게 되었고, 사람들과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비록 소수의 사람들이 강의를 듣고 모임에 참여했지만 충분히 나로서는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내 생각이긴 했지만 참여하시는 분들도 만족해 하시는 것 같았고.


글쓰기 관련 모임을 운영하면서 강원국 작가님의 책과 이야기를 상당 부분 활용했다. 거의 표절에 가까울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작가님과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누면서 나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작년 글쓰기 강의에서 그가 했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글쓰기 학교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만든 학교에 꼭 취직을 해서 글쓰기를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싶다는 꿈을 가졌었다. 그만큼 글쓰기가 여러모로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고, 강원국 작가님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나의 그것과 비슷해 그에게서 더 배워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그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갑자기 일년 전 내가 가졌던 꿈이 생각났다. 그리고 꼭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학교를 만드시고 싶은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리고 그가 나를 허락할 지는 알 수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그와 함께 글쓰기 관련 일을 해보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그가 꼭 글쓰기 학교를 만드셨으면 좋겠다. 그와 함께 글쓰기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바꾸는(???) 그런 일을 하며 살고 싶다.


버킷리스트 덕분에 가진 티타임이었지만   꿈을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실현 가능성은  모르겠지만, 꿈을 꾸는  누가 뭐라 하진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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