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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r 03. 2020

코로나 사태에 지금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

일상을 찾는 게 꿈이 된 현실이 빨리 끝났으면...

일상에서 꿈을 찾고 싶었는데,
일상을 찾는 게 꿈이 됐다.

<출처. 하상욱 님 페이스북>


일상이 무너져 버렸다. 3월에 새 학교에 입학해야 할 둘째는 학교에 아직 가보지도 못했고, 새학년을 맞이한 큰 아이도 온라인으로 통보 받은 담임선생님 얼굴을 아직 보지도 못했다. 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주말에도 집안에만 콕 쳐박혀 있을 수밖에 없다. 외출을 아예 안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급적 삼가고 있다. 지금은 참아야 할 때이니까.


일상을 찾는 게 꿈이 됐다는 말이 그래서 더 씁쓸하게 느껴졌다. 평범한 하루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하루 빨리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종료되고, 아이들도 학교에 가고 따뜻한 봄날을 느끼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편하게 술마실 수 있는, 일상이 그립다.


내가 만일 코로나에 걸린다면?


요즘 나는 가끔씩 생각한다. 혹시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상상만 해도 너무나 두렵다. 많이 아플까봐 그리고 혹여나 건강에 큰 이상이 있을까봐 무섭다. 팩트인지 가짜뉴스인지 알 수는 없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나서도 폐가 정상이 될 수 없다는 카톡방의 대화는 분명 공포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나의 두려움의 진짜 이유는 그게 다가 아니다.


진짜 무서운 것은 코로나에 걸렸을 때 발생하는 온갖 불편한 상황 때문이다. 


고생할 사람들이 눈에 그려진다. 전염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지만, 괜히 누군가가 나 때문에 힘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진다. 공무원들은 나의 동선을 파악해야 하고, 의료진은 나의 치료를 위해 고생해야 한다. 내가 다녀간 상점들은 하루 이상을 휴업을 하고 방역 작업을 해야 한다.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매출이 끊겨버린다. 우리 가족들 또한 자가 격리를 해야 하고, 아내의 회사 또한 난리가 나게 된다. 내가 걸리는 게 나 혼자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닌 상황이다. 그래서 더 무섭게 느껴진다. 괜히 나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까봐. 그 이면에는 그래서 온갖 비난을 받을까봐 두려운 마음도 있다. 사람들의 삿대질을 받을까봐 그리고 다들 나와 우리 가족들을 피해다닐까봐 무섭다. 


신천지 교인으로 오해받을까봐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오해받기 딱 좋은 상황이다. 지금은 코로나에 걸리면 우선 신천지 교인이 아닌지를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다. 분명 문제가 있는 종교라고 생각하기에 쓸데 없는 오해를 받는 상황도 견디기 힘들 것 같기도 하다. 나부터 주변에 혹시 신천지 사람이 있을까 의심부터 하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더 예민해졌다.


그러다보니 더 예민해졌다. 어떻게 해서든 지금 나를 보호하는 게 여러모로 중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그런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더 둘러 보게 된다.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비난을 하기도 한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리 다니나 싶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기침을 하다가 시비가 붙었다는 기사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나 또한 화가 났을테니...


주변 사람들에게 나도 모르게 비난을 하게 되기도 한다.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바람에 검사를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 순간 왜 굳이 그런데를 가냐며 욕을 하기도 했으니까. 코로나라는 병이 사람들에게 칼날을 들이 세우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한편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신천지 교인이나, 줌바강사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정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우연히 감염된 사람들은 주변으로부터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게 뻔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픈 것도 힘들텐데 자기 때문에 누군가 고생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리고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이 꽤나 고통스러울 것 같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사실이 오랫동안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웃과 사회로부터 오랜 기간 받을 따가울 시선이 걱정되기도 한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유럽을 떠돌아다녔던 것처럼 코로나라는 유령이 한반도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물론 <공산주의 선언>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말하려고 했던 그 유령과 지금의 코로나라는 유령이 맥락은 전혀 다른 것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지금의 우리의 사회를 많은 부분 바꾸고 있는 것에서는 비슷한 부분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유령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종식을 시킬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코로나라는 유령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일일 것이다. 그 속에서 서로를 위해서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거리를 두며 서로 조심하며 지냈으면 한다. 그 속에서 너무 비난만 하지말고(신천지는 예외) 아픈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그것이 일상을 찾는 우리의 꿈을 빨리 실현시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느냐는 일상을 찾고, 그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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