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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r 10. 2020

어쩌겠어요. 지금을 즐기는수밖에

코로나로 막힌 일상이지만, 그래도 즐겁게 살아가렵니다.

3월이 되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은지 벌써 3주째다. 새롭게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할 아이는, 유치원때도 가져보지 못한 방학을, 난생처음 맞이하고 있다. 비록 집에만 있는 게 전부이긴 하지만. (참고로 아이는 병설유치원 종일반을 다닌 덕분에 방학이 없었다.) 처가가 옆에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그전보다 훨씬 많아진 건 사실이다. 덕분에 내 활동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아이들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과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았으니 다행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아이들은 잘 버티고 있다. 집에만 있는 생활을 나름 즐기고 있다. 날마다 동영상 30분을 시청하고, 각자 읽어야 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최근에는 가사일에도 열심히 참여한다. 가사일을 할 때마다 용돈을 주는 우리집 룰을 새롭게 정했기 때문이다. 설거지도 하고, 책도 정리한다. 그나마 형제라서 다행인 듯 하다. 치고 박고 싸우기도 하지만, 놀 땐 신나게 노니 다행이다. 내버려 두면 알아서들 잘 논다.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과 마스크를 쓰고 한강에도 다녀왔다. 얼마전 본 페북 글에서 (사실 정확한 이야기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 야외 활동으로는 코로나가 전염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봤다. 오히려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면 면역력이 떨어질 수도 있단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왔다. 정확히는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나는 그 뒤를 달렸다. 날씨도 너무 좋았다. 봄이 왔는지 햇살도 따뜻했다. 비록 미세먼지 지수는 높음이었지만, 그럼에도 간만에 느낀 봄은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활짝 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나름의  시간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코로나 덕분에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데, 나 또한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나름 재택근무의 환경을 만들어 지내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각자의 할 일을 시켜놓고 나는 방에서 내 할일을 한다. 아이들도 많이 커서 그게 가능한 것도 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너무 매달리다 보면 내가 힘들거 같아, 각자의 생활을 조금 분리해 봤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방법이었다. 우선 아이들과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시간이 보장될 수 있어 좋았다. 그렇다고 대단한 것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아이들도 아빠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으니 자기들끼리 편한듯 했다. 물론 통제가 되지 않을 때 한 번씩 나에게 꾸지람을 듣긴 하지만.


덕분에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인데다, 아이들도 잘 버텨주고 있다보니 굳이 불편해 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학교에 갔을 때 얻었던 자유시간을 아쉬워하지도 않게 됐다. 물론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여전히 무서운 것도 사실이고,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상황이 나를 옥죄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 듯 하다.


엄마가 회사에 간 사이 아이들과 셋이 있다보니 지난 여름 캐나다에서의 추억이 생각나기도 한다. 간만에 카레를 만들면서 캐나다에서 요리하고 도시락 쌌던 일도 생각났다. 다행히 그때의 힘들었던 것보다 즐거웠던 것들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어쩌겠어요. 이게 최선인데...


"빠르게 헤엄치려고 하지 않을 때 마침내 빨라진다"

팀페리스의 "지금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에 나오는 말이다. 요즘 이 말이 자꾸 머릿속을 멤돈다. 수영을 하고 달리기를 하면서 몸에 힘을 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힘을 줘봤자 물에 가라앉기 쉽고 근육통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운동과 삶은 조금은 달랐다. 일상에서 힘을 빼는 연습을 했는데, 그게 그리 쉽지는 않았다.


요즘은 조금 다르다. 지난 1년간의 휴직 기간 때문에 단단해진 것 같기도 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체념한 것도 있는 듯 하다. 답답한 상황에서도 조바심이 나지는 않는다. 그저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서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 보내는 지금으로서도 충분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휴직을 하고 있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나마저 회사에 나가는 상황이었다면 아이들도 우리도 너무 힘든 상황이었을테니까.


물론 지금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고, 얼른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놀고 학교에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시간 또한 충분히 나에게 의미있는 나날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시간이든 다 나에게 의미있고 가치있는 시간일테니, 지금의 상황을 최선이라 생각하고 살아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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