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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왜 시다고 안하고 산미라고 하나요?

커피의 좋은 산미를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

by 최호진
저는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해요


커피의 맛을 표현할 때 산미라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신맛이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산미라고들 하더라고요. 왜 그럴까 궁금했어요. 산미라는 말이 조금 더 고급져서, 있어보이려고 그러는 건 아닐까요?


그래서 커피의 산미에 대해 공부해 봤습니다.


커피의 산미는 산에서 나오는 맛이다.


찾아보니 영어에서도 커피의 맛을 표현할 때 신맛을 의미하는 sour를 쓰지 않고 acidity라는 말을 쓰더라고요. acidity는 산성/ 알카리성(염기성)을 표현할 때 쓰는 "산성"이라는 뜻으로, 산미를 뜻하는 acidity는 단순한 신맛이라기 보다는, 산(酸/acid)에서 나는 특유의 맛이라고 보면 더 적절할 것 같았네요.


그래서 산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커피의 산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커피의 산미를 내는 산(酸/acid)은 크게 유기산과 클로로겐산으로 나뉘는데요. 유기산은 커피 과일에서 나는 천연의 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과산(malic acid), 구연산(citric acid), 타르타르산(tartaric acid), 아세트산 (acetic acid) 등이 대표적인 커피의 유기산이라고 해요. 각각은 사과, 자몽, 라임, 포도 등의 신맛과 비슷한 맛을 내는데요. 과일에서 나는 천연의 맛이기에 어떤 기후에서 어떻게 커피를 재배하느냐에 따라서 유기산의 맛이 더 강하게 날 수도 있고 적게 나타낼 수도 있다고 하네요.


클로로겐산은 카페인산과 퀸산으로 구분되는 천연 화합물이라고 하는데요. 로스팅 과정에서 클로로겐산은 카페인산과 퀸산으로 분해된다고 하더라고요. 분해된 카페인산에서 신맛을 나는데 로스팅을 오래하면 카페인산이 파괴된다고 하더라고요. 퀸산만 남게 되면서 쓰고 떫떠름한 맛이 강하게 되는 거고요.


커피의 산미를 결정하는 요인들


커피의 산미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요. 커피를 재배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한 번, 로스팅 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마지막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한 번 산미가 살아나기도, 죽기도 한다네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커피 또한 과일이기 때문에 과일 특유의 향과 맛을 내게 되는데요. 품종에 맞는 기후 및 재배 방법에 따라 커피의 산미에 영향을 줘요. 커피 콩을 가공하는 과정에서도 산미를 살릴 수도 또는 죽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따라서 산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원두를 잘 선택하는 게 일차적으로 즁요합니다. 품질 좋은 것으로 제대로 된 가공과정을 거친 커피콩을 선택해야 “좋은” 산미를 느낄 수 있죠.


두 번째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로스팅인데요.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의 산미를 새롭게 만들 수는 없지만 산미의 풍미를 강화할 수도 제거할 수도 있는데요. 온도와 로스팅하는 시간이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180도~ 210도)에서 로스팅을 하는 라이트 로스팅이 산미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이는 클로로겐산의 분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요. 로스팅을 강하고 오래 할 수록 클로로겐산이 분해되고 카페인산도 파괴되는데요. 그러다보니 신맛은 사라지고 쓴맛이 더 강하게 남는 거랍니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브루잉 과정도 산미에 영향을 주는데요. 일반적으로 콜드 브루잉 방법이 산미를 더 풍부하게 한다고 합니다. 커피를 추출하는 시간이 짧을 수록 커피의 산미가 더 강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요컨대, 커피의 산미는 커피의 품종, 로스팅 방법, 추출 방법에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좋은 품종을 선택해서 라이트 로스팅을 한 후 콜드 브루잉을 하거나, 짧은 시간에 추출하면 산미가 다 강해지겠죠?



나는 커피의 산미가 싫다는 분들에게...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뭔가 커피맛을 즐기는 사람 같은데요. 산미가 스페셜티 커피에서 주로 나는 향미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산미의 경험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산미를 즐긴다는 게 커피 초보자들은 이해 못하는 경지라는 느낌이랄까요?


사실 제가 그랬어요. 산미를 즐기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산미가 입에 안맞더라고요. 제 입이 싼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이번 글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경험한 산미가 제대로 된 산미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좋은 콩과 적절한 로스팅, 그리고 추출을 통해 맛깔난 산미를 제가 경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좋은 산미를 경험한 적이 없으니 산미를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실제로 우리나라 커피 집에서의 커피는 좋은 산미를 못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로스팅 과정에서 제대로 열을 활용하지 못해 콩이 균일하게 로스팅이 되지 않고 탄 경우도 많다더라고요. 블렌딩 커피를 마실 때도 커피 콩의 배합이 중요한데, 이를 신경쓰지 않고 좋다는 것을 막 섞는 경우도 있고요.


결국 좋은 산미를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겠다는 결론이 들었는데요.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을 제대로 느껴 보기 위해 제대로 된 커피 콩으로 제대로 된 로스팅을 한 커피를 찾아가 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그런 커피 집을 찾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커피의 대가들이 운영하는 커피 집을 찾아가서 경험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커피의 산미가 나는 과정을 이해하면서 맛을 음미하면 조금 다른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커피를 마시면 배가 아픈 것도 산미 때문인가?


커피에는 이렇게 산이 들어 있는데요. 산이 몸에 안좋다는데 그러면 커피도 몸에 안 좋은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아요. 일반적인 과일에도 산미가 있는데, 그렇다고 과일이 몸에 좋지 않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게다가 커피의 산도가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거든요. 산도를 표시하는 기준인 PH로 보면 커피는 PH 4.85~5.10 정도 된다고 하는데요. PH7이 중성으로 레몬이 PH2 정도 되고, 토마토가 PH4 정도 된다고 하니 커피의 산도는 그리 강하지는 않은 편이라고 해요.


https://neptunecoffee.com 참조


하지만 약산성이라고 해도 몸에 영향을 주기는 할 텐데요. 커피의 산성 성분이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 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분들에게는 커피가 소화에 영향을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커피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네요. 클로로겐산의 경우 항산화작용, 항암 작용 등을 하며 위 속에 있는 음식물의 소화 작용에도 영향을 미쳐 배변활동도 촉진한다고 하더라고요. 혈당수치도 감소시키는 효과를 주고 있고요. 결국 라이트 로스팅을 통해 클로로겐산을 분해시키지 않고 좋은 신맛을 유지시키는 것이 커피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오래도록 누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네요.


결국 좋은 신맛은 커피를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몸에도 좋다고 할 수 있어요.




저에게 커피는 잠을 깨기 위한 카페인 섭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는데요. 커피에 대해 공부를 하다보니 커피도 하나의 음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음식도 끼니를 떼우기 위해 섭취만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다양한 맛을 음미하는 것이 먹는 즐거움을 강화시켜주는 것처럼 커피라는 음식물도 맛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음미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정한 미식가라면 말이죠. 그렇게 보니 커피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좋은 커피의 맛을 경험해 보고, 커피의 긍정적인 영향을 한 번 누려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백문이 불여일미 (味) 입니다. 꼭 좋은 산미를 경험해 보시기를 바랄게요.


참고자료.


https://www.healthline.com/nutrition/is-coffee-acidic


https://perfectdailygrind.com/2018/05/why-are-some-coffees-more-acidic-than-others-a-brew-roast-guide/


https://m.blog.naver.com/goldenboy196/221803074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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