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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Apr 24. 2020

7개월 동안의 두 번째 여행을 마치며

서울에서 한 캐나다 여행

아이들과의 여행을 돌아보며


주말 아침, 아이들과 식사를 하다 지난 70일간의 캐나다 여행 이야기가 나왔다. 캠프에서 만났던 친구들 이야기, 맹장 수술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던 이야기,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큰 사고를 당할 뻔 이야기 등등의 이야기로, 나와 아이들은 한참을 신나게 떠들었다. 이미 7개월이나 지났건만, 아이들은 70일 여행에서의 경험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었다. 마치 어제 여행에서 돌어온 것처럼 생생했다. 올 여름에도 캐나다에 가고 싶다며, 아이들은 그 때의 추억을 그리워 했다. 물론 지금은 캐나다는 커녕 해외 여행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지만.


행동경제학자 겸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경험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를 구분했다. 똑같은 경험을 했더라도 "기억하는 자아"가 어떻게 그 경험을 기억하느냐가 행복감을 느끼는데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똑같은 놀이기구를 타도 무섭고 두려운 경험으로 기억하는 사람과 짜릿하고 흥분되는 기억으로 기억하는 사람의 기억하는 자아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의 기억하는 자아에서 캐나다 여행은 즐겁고 신나는 그것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 아빠로서 뿌듯했다. 아이들에게도 고마웠다.


여행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은 것은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던 아빠인 나에게도 70일간의 여행은 충분히 즐겁고 의미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매 순간마다 즐거웠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과 함께한 70일, 대체로 좋았다.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나는 아빠로서 행복했다. 아내가 있었더라면, 아이들 엄마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아내가, 아이들 엄마가 없어서 더 좋았던 것도 있었다. 우리 셋은 더 똘똘 뭉쳐서 여행했고, 그 속에서 나도 아이들도 한 뼘 자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속에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있었다. 엄마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힘들다 투정을 부리거나 엄마가 보고 싶다고 떼를 쓰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다독여주고 나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쳐 주었다. 수술을 하고 병원에 누워있던 아이가 "좋은 일이 생길거야"라고 말할 , 외국인 친구와 놀면서 "말하지 않고   있어"라고 말할  나는 놀라지 않을  없었다. 아이들의 강한 회복탄력성과 적응력을 느낄  있었고, 두려움에 떨기만 하는 나를 아볼  있었다. 캐나다에서 짐을 끌고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 체력에 놀라기도 했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라면 여행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을  같았다. 다시 맹장이 터지는 사고가 터지면, 물론 그때도 멘붕을 겪겠지만, 그래도  헤쳐나갈  있을  같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아이들에게 믿음이 생겼으니까.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용감무쌍해졌다. 새로운 상황에 처하고 우리가 전혀 모르는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살고, 우리를 즐겁게 하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친구를 발견하는 것이 아주 편안하게 느껴졌다. 넓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 자신감이 커졌고,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게 됐다.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중>”


얼마 전 글에서도 소개했던 문구이기도 했지만 아이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읽은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에서 노부부가 여행을 하면서 변화된 그들에 대해 정리한 문구가 내게 꽤나 인상적이었다. 책에 나오는 노부부처럼 나도 아이들도, 여행을 하고 나서 훨씬 용감 무쌍해졌고, 자신감도 커졌으니까.



매 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김민식 PD님 강의를 들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는 여행기를 정리하면 여행을 세 번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여행을 할 때, 여행기를 작성할 때, 마지막으로 작성한 여행기를 다시 읽어볼 때 그는 매 번 새로운 여행을 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 덕분인지, 나는 지난 7개월 동안 두 번째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살았다. 매 주 한 편의 글을 쓰면서 여행기를 풀어낼 때마다 마치 나와 아이들이 캐나다와 미국을 돌아다니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감정이 다시 떠올랐고 무서울 때도 즐거울 때도 울적할 때도 있었다. 맹장 수술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에는 그때마다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어 울컥하기도 했다. 그렇게 7개월간 여행기를 쓰면서 여행에 푹 빠져 지낼 수 있었다. 코로나로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었지만 여행기 덕분에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행을 하고 있다는 착각으로 살았으니까.


이제 그 두 번째 여행이 끝이 났다. 그래서 그런지 많이 아쉽다. 후기가 마음에 안들어서라기 보다는 여행이 끝이 나서 서운하다. 그래서 슬슬 세 번째 여행을 준비 중이다. 하나씩 들춰보면서 아이들과의 여행을 다시 한 번 떠나 보려한다. 그리고 세 번째 여행에서는 아이들도 함께 해 보려고 한다. 아이들에게도 여행기를 공유함으로써 그 때의 기분을 다시금 느끼게 하고 싶다. 더 많은 분들에게도 이 여행을 초대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여행을 자랑하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여행을 꿈꾸게 하고 싶다.


그렇게 아이들과의 70일간의 캐나다 여행에 대한 후기를 마무리 지어본다. 내가, 아내가, 아이들이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여행기를 보며 함께 즐거워하며 여행을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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