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빠져 버렸습니다. TV도 없는 집에서 다같이 옹기종기 앉아 노트북 화면으로 보고 있는데요. 왜 이 드라마가 좋냐고요? 그냥 좋습니다. 보고 있으면 힐링되는 느낌이예요.
중간 중간 마음을 후벼파는 말들도 있는데요. 지난 편에서 이익준 선생과 채송화 선생의 대화가 그랬어요. 채송화 선생이 이익준 선생에게 묻더군요.
"익준아, 넌 요즘 너를 위해 뭘 해 주니?"
이 말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저를 되돌아 보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저를 위해 하는 일이 뭘까 생각해 봤는데요. 저를 위한 일은 글쓰기가 아닐까 싶었어요. 글을 쓰는 일이 제 자신을 돌아보고 저를 치유해준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돈이 되지 않더라도 제게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매일 글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았고요.
그런데 글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저를 위해 하는 일인데 저를 고통스럽게 만들거든요. 글을 쓰면서 생기는 욕심 때문에 힘이 들어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글쓰는 일이 참 어렵게 느껴지거든요. 누군가의 맘을 후벼파는 한 문장을 써보고 싶기도 하고, 진지충에서 벗어나 킥킥 웃으며 읽을 수 있는 편한 글을 써보고 싶기도 한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제 글이 볼품없게 느껴질 때도 많아요. 중요한 건 내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라며 마음을 다잡지만 자꾸 다른 분들의 글과 비교하게 돼요. 눈높이도 점점 높아지고요. 그래서 글을 쓰는 일이 어렵다고들 하나봐요. 단순히 타자를 친다고 글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이럴 저를 잡아주는 말이 하나 있어요.
"글은 머리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것입니다"
강원국 작가의 <대통령의 글쓰기>에서 읽은 말인데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말 덕분에 글을 쓰는 지금의 시간이 절대 저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갖게 되었어요.
더불어 힘이 들 때마다 읽은 꾸준히 글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를 지지해 주었는데요. 끈기있게 글을 써내려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어요. 언젠가 그들처럼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 보다는 꾸준히 하는 것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에 확신을 주었다고 해야 할까요?
적어도 제게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 것 같아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엉덩이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전해준 이야기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1. 강원국의 글쓰기
강원국 작가는 저의 글쓰기 스승님이십니다. 그분이 저를 제자라고 생각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 혼자 그리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의 책을 여러 번 읽고, 그의 강의를 두 번 들으며, 제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어떤 태도로 글을 써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수시로 "강원국의 글쓰기" 책을 찾아 읽어보곤 합니다. 책을 읽으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샘솟거든요.
강원국 작가는 글을 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습관이라고 말하는데요. 본질적으로 글쓰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기에 무의식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게, 글을 쓰기 위해 중요하다고 말씀하세요. 그래서 글쓰기 루틴을 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시고요.
글 잘 쓰는 비결을 말하라면 나는 '3습'을 꼽는다. 학습, 연습, 습관이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습관이다. 단순 무식하게 반복하고 지속하는 것이다. 글쓰기 트랙 위에 자신을 올려놓고 글쓰기를 일상의 일부로,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다. 밑 빠진 독에도 콩나물은 자란다. <강원국의 글쓰기 중에서>
글쓰기 근육이라는 그의 말씀도 인상적이었는데요. 글을 잘 쓰려면 근육을 잘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네요.
2. 매일아침 써봤니
재작년 9월부터 저는 매일 아침마다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는데요. 가장 큰 영향을 준 분이 김민식 PD님이십니다. 그의 책 <매일 아침 써봤니> 덕분인데요. 이 책을 읽고 그를 따라해보고 싶었습니다. 그처럼 7년을 매일같이 글을 쓰면 그를 닮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목표를 잡은 게 7년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좌절하고 있어요. PD님은 책이 나온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매일 글을 쓰고 계시거든요. 그를 따라하려면 7년이 아니라 평생을 목표로 삼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끈기에 대한 그의 이야기는 제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어요. 잘 하지는 못해도 끈기 있게 하는 건 자신있거든요.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도 끈기를 발휘하기 전에는 알 수 없고요. 결국 재능이 없는 걸 깨닫게 된다 해도 끈기를 기른다면, 재능보다 더 소중한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입닏. 재능보다 더 중요한 건 끈기입니다. 인공지능의 시대, 가장 필요한 역량이 독창성인데요. 독창성의 첫번째 채료가 바로 끈기입니다. <매일 아침 써봤니 중에서>
3.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김민식 PD님의 <매일 아침 써봤니>에서는 독창성과 관련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의 문장을 인용하세요.
요컨대 한 사람의 표현자가 됐든 그 작품이 됐든 그것이 오리지널인가 아닌가는 '시간의 검증을 받지 않고서는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어느 시기에 독자적인 스타일을 가진 표현자가 불쑥 튀어나와 세간의 강한 주목을 받았다고 해도 만일 그/그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면, 혹은 싫증이 나버렸다면, 그/그녀는 '오리지널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경우, 단순히 '한 방'으로 끝나버립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중에서>
시간의 검증이라는 말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 차곡차곡 탑을 쌓아올리듯 시간을 들이는 게 중요하겠구나 싶었어요.
하루키를 접하게 된 건 “달리기”때문이었는데요. 그의 본업은 소설가였죠. 하루키는 하루 200자 원고지 20매를 매일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글을 쓰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매일 10km를 달리는 일상도 인상적이었지만 그의 글쓰기 루틴 또한 본받아야 할 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구본형 선생님의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입니다. 구 선생님께서는 책에서 자기혁명에 대해 언급하셨는데요. 자기혁명은 자신의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아주는 것이라고 그는 말씀하셨어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더 이상 무기력하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할 수 있었어요.
그는 새벽에 일어나 매일 두 시간씩 글을 쓰며 하루를 시작하셨는데요. 그가 매일같이 두 시간씩 글을 쓰는데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하루를 22시간이라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라 하시더라고요. 글쓰기 시간을 박아 두고 사신거죠.
매일 시간을 떼어 내기 위해서는 그 시간에 우선적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즉 다른 것 다 하고 남는 시간에서 두 시간을 떼어 내겠다는 생각으로 3일을 넘기기 어렵다. 먼저 두 시간을 떼어 낸 후, 나머지 스물두 시간을 가지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먼저 즐겨라.
덕분에 저도 매일 시간을 떼어 글을 썼는데요. 그처럼 하루 22시간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엉덩이로 글을 써내려가기 위해 시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었어요.
물론 글쓰기에 시간을 많이 투여한다고 무조건 글을 잘 쓰게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1만시간의 재발견>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꼭 1만 시간 동안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책에서 언급했듯이 목적의식을 갖고 의식적으로 연습하는 게 중요하죠.
하지만 그 바탕에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이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중요해요. 순간 순간 흔들릴 때도 있지만 그것이 탄탄한 주춧돌을 만든다고 생각해야 해요. 자신에 대한 믿음만 저버리지 않는다면 분명 좋은 글을 쓰게 될 거라 생각해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연습 방법을 찾아가고, 제대로 된 1만시간을 투여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요. 엉덩이로 밀어 부쳐 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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