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성수 패스트파이브에서 새로운 만남이 있었다. 지난 1월 한겨레 문화센터의 "강원국의 글쓰기" 강의를 함께 들었던 사람들과의 모임이 바로 그것. 강의 마지막 날 남아 있는 사람들끼리 조촐하게 뒷풀이를 했고 그 때 합이 맞아 단체 채팅방을 만들었는데, 그 중 추진력이 강하신 한 분께서 선생님을 초대한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했다. 덕분에 열명 가까운 사람들이 성수에 모여 작가님과 두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작가님과의 대화는 강의 이상으로 즐거웠고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더 큰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모두들 이런 만남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는 것을 아쉬워 했다. 작가님과 계속 만나면서 지속적으로 배우고 싶어했다. 결국 작가님과 의기투합해 새로운 모임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게 [강원국과 글쓰기] 모임이다. 작가님과 함께 글을 쓰면서 각자의 책을 만들어 보자는 게 이 모임의 취지였다. 작가님의 수업을 함께 들은 사람들이 작가님과 할 수 있는 최적의 모임. 게다가 이름도 작가님께서 직접 지어주셨다는.
이런 모임이 수차례 만들어졌지만 지속되지 않았다는 작가님의 말마따나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이런 모임을 만들었다는 게 좋았다. 존경하는 작가님과 재미난 만남이 될 것 같은 기대감도 들었다. 모임의 지속여부는 나와 참여하는 사람들의 열정에 달려있겠지만.
이날의 만남이 뜻깊었던 건 단순히 작가님을 다시 뵈어서도, 작가님과 새로운 모임을 결성하게 되어서도 아니었다. 물론 그것도 좋았지만 역시나 이날의 백미는 작가님께서 들려준 이야기였다. 오랜만에 들은 작가님의 이야기 덕분에 몇 가지 좋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작가님은 코로나로 인해 이런 저런 강의가 끊겼다고 하셨다. 강의가 주수입원이었던 그에게는 큰 타격이었을 터. 하지만 그는 이 시간 동안 책도 쓰고 EBS에서 진행하는 강의 프로그램도 녹화하는 등 바쁘게 보내셨다고 한다. 책을 쓰는 동안엔 몰입을 경험하셨다고도 했다. 하루 한 두시간씩 자면서 글을 쓰는날도 있었고, 덕분에 6월말 정도 출간을 앞두고 있으시다고 하셨다. 코로나라는 위기 상황에서 자기 할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님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위기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주셨다. 김 전대통령은 위기에 맞서 세 가지를 고민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1. 위기의 끝은 존재한다.
2. 끝이 왔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위기의 시간을 보내라.
3. 기왕이면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라.
작가님의 최근 근황을 듣고 또 김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들으며 걱정을 하는 것도,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걱정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자명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었다.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말이지만 실상 문제가 닥치면 걱정만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요한 게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하는 말씀이었다. 크든 작든 뭐라도 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 후회하지 않고 사는 방법이겠구나 싶었다.
비교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비교는 백해무익하다며 자신은 절대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벤치마킹 대상을 찾는 것에 집중한다고.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 힘들어하기 보다는 자기가 닮아야 할 사람을 찾고 그들을 좇는 것을 자신의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고 했다. 그 속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도 보였다. 자기가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 다른 사람들과 비교도 않는 것이고 벤치마킹 할 대상을 좇아 최선을 다하는 것일테니.
집에 오는 길, 벤치마킹에 대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휴직을 하고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연예인 급이라 생각한 유명 작가들과 만나 친분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닮고 싶었다. 나에게 건전한 자극이었다. 다행히 그들을 보며 나와 비교하지 않았다. 비교할 수도 없는 분들이었기에 당연한 것이었다. 오히려 나는 주변의 지인들과 나를 비교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만들었다. 지인들이 좋은 성과를 이루면 안절부절 못할 때도 많았다. 두 경우를 동시에 떠올려보니 비교와 벤치마킹의 차이가 보였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좀 더 멀리 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교할 수 없는 닮고 싶은 사람을 바라보며 내 갈길을 가는 것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휴직 후 회사 밖에서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건 감사할 일이었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기분도 들었다. 이번 강원국 작가님과의 만남 역시 그랬다. 덕분에 무엇이 중요한지 점검해 볼 수 있었고, 내 벤치마킹 대상을 잡을 수 있었다. 언젠가 나도 강원국 작가님처럼 말하고 글을 쓸 수 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