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호진 May 15. 2020

마라톤에서 배운 인생을 잘 사는 방법

마라톤 모임에 함께합니다.


작년 11월부터 "내첫풀(내 생에 첫 풀코스)" 이라는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인해 제약은 많지만 요즘도 조심스레 마스크를 쓰고 모임 사람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접촉도 최소화하고 있지만 함께 달린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모임이다.


달리는 기쁨을 느낄 때도 있다. 엊그제만 해도 모임을 나갈까 말까 고민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 며칠 잠을 못자 피로가 쌓인 듯 했다. 고민 끝에 꾸역꾸역 나갔다. 함께 하는 사람들 덕분에 겨우 10km를 달릴 수 있었다. 신기한 건 다 달리고 나니 몸이 훨씬 개운해졌다는 사실. 적어도 달리기가 나에게는 유효한 운동인 듯 싶었다.

감독님 사진을 올려야 정상이나, 초상권의 문제가 있을 듯 싶어 제 사진으로...


"내첫풀" 모임을 통해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다. 특히 모임을 이끌고 있는 감독님은 요즘말로 "찐"이셨다. 물, 간식 등의 최소한의 운영비만 받고 모임을 꾸리고 계셨다. 까도남이셨다. 체대를 나온 선수 출신인줄 알았건만 법대를 나온 회사원 출신이셨다. 퇴사하기 전 기획실에서 보고서만 쓰셨던 분이시라고. 어떻게 해서 회사를 나오게 됐는지, 지금은 뭘로 밥벌이를 하시고 계신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직은 그 정도 질문을 할 사이는 아니라서 묻지는 못했지만 알면 알 수록 대단한 분이라 느껴진다. 덕분에 나 또한 그로부터 달리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어 감사할 따름.


그는 달리기야 말로 멘탈 스포츠의 절정이라 강조하신다. 몸과 마음 그리고 뇌가 동시에 움직여서 행해지는 스포츠라고 한다. 그는 마라톤을 잘 하기 위해 세 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것이 묘하게 우리네 인생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덕분에 나 또한 내 삶을 그리고 달리기를 돌아볼 수 있었고.


달리기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하여


1. 완주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완주할 수 있다.

풀코스를 처음으로 도전하시는 분들이 주로 하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


"과연 제가 풀코스를 뛸 수 있을까요?"


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뛰는 것이고 못 뛴다고 생각하면 못 뛴다고 감독님은 대답하신다. 당연한 말이지만 중요한 포인트다. 결국 나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야 말로 마라톤을 완주하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감독님은 이것 외에 하나 더 필요한 게 있다고 말하신다. 바로 자기를 자주 보는 것이라고. 자기를 자주 본다는 말은 훈련을 자주 참여한다는 말인데, 이는 꾸준한 노력을 의미한다고 한다. 결국 나를 믿는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바탕에 노력이라는 성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노력이 결부되지 않는 믿음은 환상이라고.


인생과 많이 닮았다. 마라톤 완주가 됐든 자기계발이 됐든 무엇을 하든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믿음이고, 이를 기반으로 하나씩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갓일테니.


2. 지치기 전에 쉬어야 한다.

풀코스 마라톤에서는  5km 마다 급수대가 있다. 감독님은 급수대에서 물을 꼭 마셔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간에 영양소도 보충해야 한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힘이 빠지기 전에 섭취해야 하는 것이다. 힘이 빠지고 나서 먹고 마시는 것은 빠진 독에  붓는 격이다. 아무리 넣어도 쓸모가 없다. 뿐만 아니라 걷는 것도 방법이다. 조금씩 걸으면서 에너지를 스스로 보충해 나가는 것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미 지쳐 버린 상태에서는 쉬어도 의미가 없다고.


번아웃이 와서 고생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다. 회복하기 위해 정신과 상담도 받고, 약도 먹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회복 탄력성을 잃어버렸던 터라 다시 돌아오기 힘들었다고. 탄성을 잃어버리기 전에 쉬는 것이, 그리고 영양분을 주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탈진하기 싫다면 말이다.


3. 앞 사람을 놓아줘라

달릴 때 나를 제치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오기가 발동할 때가 있다. 어떻게 해서든 그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오버 페이스를 하게 된다. 앞서 가는 사람은 나와 멀어지고 나는 나대로 힘들고 그러다 레이스도 망치게 된다. 감독님은 이를 경계해야 한다며 앞사람을 놓아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라톤은 누구와의 싸움도 아닌 나와의 레이스라며.


인생도 마찬가지다. 누구와의 싸움도 아닌 나와의 싸움이다. 그런데도 자꾸 주변이 신경쓰인다. 옆 사람의 성취에 나도 모르게 조급해지고 불안해진다. 나를 더욱 옥죄기도 한다. 오버하다가 탈이 나기도 한다. 괜히 투자랍시고 했다가 돈을 날리기도 하고, 무리하게 성과를 내려다 일이 틀어지기도 한다. 옆 사람보다 잘 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물론 그것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무시못할 요인임은 분명하다. 마라톤에서 앞 사람을 놓아주듯 주변 사람들의 성취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우리를 망치는 건 쓸데 없는 비교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는 것은 달리기가 나에게 유효한 메타포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또한 달리기가 내게 유효한 메타포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달리기가 나를 향상시키는 것도 물론이지만 달리기가 가르쳐 준 몇 가지 교훈 덕분에 인생을 사는 법을 알게 되었으니.


덕분에 나는 오늘도, 내일도 달리며 달리기를 배우고 인생을 배운다. 여전히 배울게 많은 달리기요, 인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