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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Jan 20. 2019

버킷리스트 100개와 함께하는 2019년 만들기

2019년이 내 인생의 마지막 해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버킷리스트라는 말을 아시나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보고 싶은 것들을 적어 놓은 리스트를 일컫는 버킷리스트(bucket list)는 영어의 "kick the bucket"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kick the bucket은 죽는다는 영어의 관용어적 표현이다. 버킷을 차버리는 게 왜 죽는다는 것을 의미할까? 


이 말의 어원은 중세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수형을 집행할 때 올가미로 목을 두른 뒤 버킷을 올려 놓았다가 버킷을 차버리며 형을 집행한 데서 나온 말이 kick the bucket이다. 이런 유래로 kick the bucket은 죽는다는 의미를 그리고 버킷리스트는 죽기전에 꼭 해야할 일들이라는 표현으로 통용된다.


죽기전에 꼭 해야 할 일이라, 버킷리스트는 일반적으로 거창한 것들로 잡곤 한다. 죽기 전에 오로라를 볼 것이다, 나의 책을 출간할 것이다, 스카이 다이빙을 해 볼 것이다라는 것처럼 평생 단 한 번이라도 해봐야 할 것들로 잡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다보니 버킷리스트는 지금, 당장,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닌 먼 미래의 일들로 생각되곤 한다.



올 해 내가 죽는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버킷리스트 이야기를 쓰다보니 얼마 전 읽었던 정재승 교수의 책 <열두발자국>에서 소개된 “메멘토 모리” 라는 말이 생각났다.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정재승 교수는 사람들이 이 말을 기억하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내일 혹은 한 달 후에 죽는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정말 소중한 일들에 집중하게 되고,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고, 선택의 무게도 훨씬 가벼워집니다. (중략)
그런면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절대 불길하거나 우울한 것이 아니에요. 결국 삶을 살아내는 데 도움이 되지요, 죽음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빠르게 결정하지 못할 일이 없어집니다.  (정재승 "열두발자국" 중)


당장 내일 죽는다면, 다음달에 죽는다면, 연말에 죽는다고 생각하면 하루 하루가 너무 소중해진다. 물론 버킷리스트에 대한 생각도 달라진다.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닌 지금, 당장, 꼭 해야하는 일이 된다.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마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을 인생에서 한 번만 만드는 게 아니라 매 년 만들어 보는거다. 마치 올해가 마지막  나의 해인 것처럼 말이다.


기왕이면 100개 정도 만들어 주면 더 좋을 듯 싶었다. 한 해 동안 하고 싶은 일을 100가지 만들다 보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깊이 있게 고민해볼 수 있다. 10개 버킷리스트 정도로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고민하긴 어려울 것이다. 1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완결성에도 끌렸다. 뭔가 100까지 리스트를 작성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다 써 본 느낌이 들 것 같았다.


한 해의 계획을 버킷리스트 100개 작성으로 대신한 것은 작년 처음 경험해 봤다.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의미가 깊었다. 만드는 과정도 뜻깊었고, 만들고 난 후 2019년을 보내고 정리하는 시간에 얻는 것도 많았다.


https://blog.naver.com/tham2000/221426974818

https://blog.naver.com/tham2000/221430043424


그래서 올해 또 한 번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들어 보기러 했다. 이미 작년에도 한 번 만들어본 터라 많은 것을 더 얻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올해는 작년과 또 달랐다. 같이 만들 동지들도 있었다. 동지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푸른 바다를 보고 한라산의 정기를 받아 함께 하는 사람들과 금세 100개의 칸을 채울 수 있었다. 새로운 공간에서 함께 만들다보니 버킷리스트를 채우고 나서 마음가짐이 달라지는 기분이었다.



우연히 시작된 제주 여행 그리고 제주에서 만든 버킷리스트


사회에서 만난 세 명의 남자가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너무 특이한 조합이었다. 같이 일 해 본 경험도, 학교를 다녀본 적도 없던 사람들이 그냥 사회에서 소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즉흥적으로 제주행을 결정했다.


서로 존대하는 사이라 어색할 줄 알았는데 제주 여행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었다. 기대가 없었던 여행이어서 그랬는지 오히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제주의 푸른 겨울 바다를 보며 고독을 즐겼고, 한라산 등산을 하며 겨울 산을 경험했고 성산일출봉에서 멋진 일몰도 봤다.



그렇게 서울에서의 찌든 때를 벗고 자유롭게 제주도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여행의 막바지였던 셋째날 오후 우리는 저지리에 있는 뉴저지라는 카페에서 오후 내내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공간이 좋아서 그랬는지, 시기가 1월 초라서 그랬는지, 제주에서의 여행에서 충분한 기를 받아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버킷리스트 100개는 순식간에 채워졌다. 하나씩 채워가며 자신들의 버킷리스트를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일들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쏟아져 나왔다. 같이 하고 싶은 일들도 생겼다. 혼자 하면 어려울 거 같았던 것들, 이를테면 팟캐스트 진행이나 마라톤 대회 같은 것들을 같이 해보자고 의기투합하기도 했다.


그렇게 여행을 통해 우리는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들었다.


처음 100개를 만들었던 2018년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너무 벅찬 셋은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이 됐었다. 우리가 2019년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지만 버킷 리스트 100개가 주는 가치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버킷리스트 100개를 적어보는 것의 가치 5가지


버킷리스트를 100개를 "함께" 만들어 보면서 우리는 버킷리스트가 주는 힘을 알게 됐다. 그리고 우리는 버킷리스트 100개의 힘이 주는 가치가 5개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버킷리스트 100개가 만들어 낸 가치는 " V-G-M-A-R " 였다.

Visualization ( 시각화)

Grouping Efffect (무리짓기)

Motivation (동기부여)

Action items (실행하기)

Reminder (떠올리기)


1. Visualization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 나의 다양한 욕구를 알 수 있게 된다. 평상시 하고 싶었던 일들 뿐만 아니라 잠재 의식 속에 숨겨졌던 하고 싶은 일들 그리고 중요하지만 미뤄왔던 일들까지. 버킷리스트 속에는 내가 원하던 모습,  숨기고 싶던 모습, 두려워했던 모습, 내가 아쉬워했던 모습 등 다양한 나의 모습이 들어있다.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이해할 수 있다.  


적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2. Grouping (category) effect

100개라는 숫자가 주는 힘은 컸다. 100개의 리스트를 다 적고 이를 읽다 보니 몇 가지 카테고리로 그룹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룹을 짓다보니 나를 둘러싼 환경 뿐만 아니라 관심사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나와 가족, 회사, 친구 등 나를 둘러싼 주변을 이해하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바라보게 되었다.


단기 목표와 중장기 목표를 구분하여 생각할 수도 있게 되었다. 당장 오늘이라도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일 년 내내 꾸준히 해야 할 과제들도 있다.


적어보고 쭉 읽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3. Motivation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면 내가 2019년 한 해를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긴다. 스스로에게 엄청난 자극이 된다. 해보고 싶다는 동기 부여도 생긴다. 구체적으로 해야 할 것들이 눈에 보이니 언제 어떤 일을 하면 좋겠다는 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된다.

 

이런 자극은 버킷리스트를 공유하면서 더욱 극대화 된다. 이제 나 혼자만의 약속이 아닌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약속이 된다. 물론 강요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지만.


적어보고 읽어 본 후 누군가에게 공유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4. Actionable items

100개의 리스트를 작성하면 그 중 확실히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라도 실행에 옮기게 된다. 당장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면 또 다른 할 것들을 계속 해서 찾아가는 연쇄효과도 생긴다. 이번 새해는 이제까지 맞이했던 다른 새해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된다.


적어보고 읽어 본 후 공유하고 하나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5. Reminder

100개의 버킷리스트는 일단 작성해 두고 보관해두면 수시로 바라보게 된다. 리스트 작성이 주는 힘이다. 매일 매일 보진 않더라도 수시로 보면서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뭐였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리스트를 바라보며 한 해를 시작할 때 느꼈던 흥분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된다.


적어보고 읽어 본 후 공유하고 실행하며 리스트를 다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만든다고 하면 두 가지 반응이 일반적이었다.


"아니 어떻게 그걸 만들어요?"

"그래서 몇 개나 실행에 옮겼어요?"


우선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만드는 일은 누구나 가능하다. 내가 뭐를 하고 싶은지 두, 세시간 집중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굳이 거창할 필요도 없다. 그냥 하고 싶었던 일들, 그리고 꼭 올해 해야만 하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기술하면 된다.

실행에 옮기는 것도 또한 쉽다. 주기적으로 내가 버킷리스트로 기록했던 것들을 살펴보면 된다. 처음의 마음을 생각해보면 하고 싶은 마음들이 샘솟는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버킷 리스트를 100개 만들었다고 100개를 꼭 다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연초에 하고 싶었던 것들이 연말에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니까.


물론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혼자 작성하고 혼자 실행에 옮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3,40개 작성하고 나면 도저히 생각이 안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1년 동안 리스트를 바라보며 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 내기 어렵다.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하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우리가 제주 여행에서 함께 했던 것처럼 누군가와 함께 버킷리스트 100개를 만들고, 일년 내내 서로 도와주고 경험을 공유하며 실행에 옮긴다면 누구보다 값진 한 해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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