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게이샤에 대하여
오랜만에 커피에 대한 글을 써봅니다.
지난 커피 글에서는 하와이 코나 커피에 대해서 정리했는데요. 하와이가 그리워 정리한 글이었는데요. 하와이가 더 가고 싶어졌다는 부작용이 생긴 글이었습니다. 좋은 환경에서 자라는 최고 품질의 코나커피를 마시기 위해 하와이에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언제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오히려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https://brunch.co.kr/@tham2000/216
코나 커피는 좁은 지역에서 생산돼 수확량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던데요. 그래서 원두의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고 해요. 덕분에 블렌딩 형태로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요. 블렌딩으로 판매되는 코나커피가 워낙 많아 하와이 주정부에서는 코나의 함량이 10%는 넘어야 코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법(?)까지 만들었다고 하던데요. 코나 커피의 맛이 얼마나 좋은지, 그리고 얼마나 비싼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어요.
코나 커피의 가격에 대해 조사하면서 코나 커피 이상으로 비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라고 불리는 커피에 대해 알게 됐는데요. 바로 "파나마 게이샤"가 그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 커피가 그렇게 비싸다고 하는건지, 커피의 명품이라고도 불린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 조금 알아봤네요.
파나마 게이샤에서 게이샤라는 말이 왜 붙었는지 우선 궁금했는데요. 게이샤라는 말 때문에 일본과 연관된 커피는 아닌가 싶더라고요. 영화 게이샤의 추억도 생각났고요. 그런데 찾아보니 파나마 게이샤의 게이샤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 게이샤는 아니었습니다.
커피 파나마 게이샤의 게이샤는 에티오피아 서남부에 있는 마을 이름에서 따온 말이라고 하더라고요. 1930년대 초 커피 품종을 찾던 식물학자들이 에티오피아 게이샤라는 지역에서 커피 품종을 발견했고, 이것이 케냐로 전파되고, 다시 코스타리카로 전파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파나마라는 곳에까지 가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게이샤라는 곳에서 유래되어 파나마에서 키우는 커피라 해서 파나마 게이샤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고요.
파나마 게이샤는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커피는 아니었다고 해요. 새로운 커피 품종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수확량이었는데요. 잘 자라지 않을 뿐더러 다른 커피 품종에 비해 나무에서 자라는 커피 열매의 양도 적었다고 해요. 채산성이 좋지 않아 수지가 맞지 않는 커피였던 거죠. 맛도 그리 좋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일부 농장에서 자라던 게이샤는 자연스레 다른 품종으로 대체됐다고 해요.
그러다가 2000년대 초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게이샤 커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이곳의 농장주인 다니엘 피터슨이 이 나무를 알아보고 게이샤만 따로 경작해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피터슨은 이 커피의 맛이 다른 커피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해요.
그리고 2004년 파나마 커피 경연대회에서 파나마 게이샤의 진가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는데요. 커피 감별사들이 이 커피의 맛에 반해버렸다고 해요. 당시 커피 맛 감별사들이 에티오피아 커피를 갖고 온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대회에서 최고의 커피로 꼽히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고 합니다.
저도 파나마 게이샤를 아직 맛을 본 것이 아니기에 글로만 이 커피의 존재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는데요. 그 맛이 참 궁금해졌습니다. 찾다 보니 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한 분은 “마치 커피 잔 안에서 신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라고 찬사를 하기도 했다던데요. 섬세하고 복합적인 향미를 지니고 있다고 많은 글들에서 파나마 게이샤의 맛을 평가하고 있는데요. 강렬한 꽃향과 과일향이 어우러진 맛이라고 하네요. 맛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직접 맛 보기 전에는 뭐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조만간 한 번 맛을 보고 다시 정리해볼게요.
재미난 것은 원산지인 에티오피아 지방에서 나오는 게이샤보다 파나마에서 나오는 게이샤의 맛이 더 일품이라는 사실인데요. 그만큼 파나마의 기후와 자연환경이 게이샤의 풍미를 더 강렬하게 만들기 때문인듯 싶더라고요. 품종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자라나는 환경도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이건 커피도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파나마 게이샤는 그 맛도 맛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유명한데요. 일반 커피에 비해서 가격이 10배 정도 된다고 하던데요. 이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선 파나마 게이샤의 경우 파나마의 보테케 지역에서 재배되는 것만 최고품질의 커피로 인정받는다고 하던데요. 1650m가 넘는 고도가 꽤 높은 지역에서만 재배된다고 해요. 제한된 지역에서만 생산되고 있어 생산량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앞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나무에서 나오는 커피 열매의 양도 다른 커피에 비해 적은 편이어서 더 귀하게 인식된다고 하더라고요. 이에 반해 맛은 일품이어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으니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는거죠.
그래서 파나마 게이샤도 하와이 코나커피처럼 블렌딩 커피로 많이들 판매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블렌딩의 장점인 게이샤의 풍미는 살리면서 좀 더 저렴하게 게이샤를 즐기도록 하는 것인데요. 아쉬운대로 게이샤 블렌딩 커피를 찾아 마셔보는 것도 게이샤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파나마 게이샤에 대해 자료를 조사하면서 흥미로웠던 점은 에티오피아 게이샤보다 파나마 게이샤를 더 높게 평가한다는 사실이었어요. 결국 품종은 같더라도 어떤 기후와 환경에서 재배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대목이었는데요. 사람과 참 비슷하구나 싶었어요. 선천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인 환경이 사람의 인성이나 재능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보는 편인데요. 그런 면에서 게이샤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다시한 번 느껴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파나마 게이샤를 글로만 맛보고 있는데요. 아직 주변에 파나마 게이샤를 취급하는 곳이 없어 맛을 볼 수 없어 아쉽더라고요. 혹시 파나마 게이샤를 취급하는 곳은 아시는 분들 있으면 추천 부탁드려요. 꼭 찾아가 맛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