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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Aug 07. 2020

글쓰기 선생님이 되고 싶습니다.

나답게 사는 법을 가르쳐드려요.

니가 뭔데, 글쓰기 선생님이 된다고?


"글쓰기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왜 사람들이 호진님의 글쓰기 이야기를 들어야 할까요? 유명작가도 아니고, 글쓰기 일을 했던 것도 아니고..."


김호 작가님의 <쿨하게 생존하라>를 읽고 자기가 좋아하거나 사명감을 느끼는 분야에 대해 8개 모자를 채워봐야 한다는 이야기에, 나의 8개의 모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결국 8개를 다 채우진 못했지만 그때 확실히 채운 하나의 모자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 선생님"이었다. 언젠가 나도 강원국 작가님처럼 사람들에게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의 이런 꿈에 대해 몇 명의 사람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의 반응은 냉랭했다. 왜 사람들이 나의 글쓰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느냐가 그들의 의문점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반응에 상처도 받았지만 주변 분들의 정확한 지적 덕분에 글쓰기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나의 생각을 더욱 깊게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고,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했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SNS 널리 공유되는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닌데  나는 글쓰기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매일 글을 쓰는 사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햇수로 6년째다. 큰 아들과 단 둘이 다녀왔던 여행이 너무 좋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땐 거의 끄적이는 수준이었다. 1년 반 뒤인 2017년 초, 우연히 접한 신정철 작가의 <메모습관의 힘> 덕분에 조금 더 진솔한 나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게 됐다.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고 할 수 있는 건 그때부터였다. 그 후로 글쓰기에 대해 혼자서 공부하며 천천히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었고, 급기야 재작년 9월부터는 매일 한 편씩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지내고 있는 중이다.


사고가 있었던 며칠을 제외하고는 700일 가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쓰고 있다. 


매일 글을 올리면서 칭찬도 많이 들었지만 힘들지 않느냐며, 쉬엄쉬엄하라는 충고도 많이 받았다. 그러다 훅 무너질 것 같다며 위태위태하다고하는 분도 주변에 있었다. 인정할만한 이야기였다. 매일 글을 썼지만 그렇다고 글을 쓰는 일이 편하거나 쉽지는 않았다. 쓸 때마다 새로운 고민이 생겨 어려워지는 게 글이었다. 하지만 매일 글을 쓰는 일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꼭 해야만 하는 나의 루틴이 되어버렸다. 


꾸준히 글을 썼던 일상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하고 즐거워서라기보다는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매일 글을 쓰는 이유


우선 글을 쓰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글을 쓰면서 몇 가지 세운 원칙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솔직히 쓰자"는 것이었다. 독자에게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나를 포장하려 하기 보다는 단 한 명의 독자가 볼지라도 내 진심을 잘 드러내보자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 그렇게 쓰는 글에 "진정성"이 살아 숨쉬는 거라 생각했다.


"진정성" 덕분에 오히려 “많은” 독자들이 내 글을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가끔씩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좀 써야 하는 건가라며 나의 원칙에 대해 의심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속에서 의외의 발견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진심을 꾹꾹 담아 쓴 덕분에 나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정리할 수 있었고 그 마음의 근원에 어떤 감정이 숨어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특히 "두려움"에 대한 나의 솔직한 감정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마다 두렵다는 감정이 올라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자꾸 부정하려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다. 왜 이런 마음이 드는지 알고 싶어 글로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우선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나 스스로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려워한다는 게 소심하고 용기 없는 나를 드러내는 것 같았으니까. 그 속에서 두려움을 갖게 되는 이유도 마주할 수 있었다. 두려움의 끝에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도전이 나에게 아무 의미 없는 것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다. 그렇게 정리하다보니 두려워하는 마음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데 있어 따라오는 동반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두렵다고 느끼는 것이, 내가 뭔가를 시도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두려움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글로 써내려가지 않았다면 이렇게 깊게 이해할  없는 내용이기도 했고, 그래서 글이 너무 감사했다.


글을 쓰면서 내가 가진 가장 장점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꾸준함"이었다. 물론 이런 꾸준함에는 강박증도 공존하고 있기는 하다. 어떻게 해서든 나와의 약속을 어겨서는 안된다는 압박이 나를 짓누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게 꼭 부정적인 모습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매일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주었고 덕분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해서든 계속 나의 루틴을 지켜나가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이는 나의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꾸준히 해낸 것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자신감도 갖게 됐다. 꾸역꾸역 글을 써온 것들이 글을 더 잘쓰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에 대해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자존가들>이라는 책에서 자존가들의 가장 큰 자본은 끈기있게 쌓아가는 하루하루의 성실이라고 말한 김지수 작가의 이야기가 내게 딱 들어맞았다. 그렇게 나는 매일 글을 쓰며 나의 자존감을 쌓을 수 있었다. 아주 단단하게 말이다.


꾸준히 써내려간 글은 나의 평범한 일상을 하나의 역사로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일들이었는데, 기록으로 남겨지다보니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었다. 덕분에 켜켜이 쌓인 글들을 보면서 과거의 나와 수시로 만날 수 있었다. 그 때의 경험과 감정은 지금의 나를 반성하게 만들기도, 자극하기도 했다. 매번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는 더 큰 선물로 연결되었다.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휴직을 하고 쉬지 않고 1년 반 동안 정리한 글들이 결국  <퇴사 말고 휴직>이라는 책으로 연결 된 것이다. 평소 글을 쓰지 않았다면 감히 생각하지 못했었을 일이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출간작가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해 주었고, 또 다른 형태의 글을 쓰며 더 큰 꿈을 품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언젠가는...


2019년 초 나는 잠시 쉼을 선택했다. 잘 다니던 회사에 휴직원을 내고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휴직을 하면서 세운 목표는 단 하나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언제 행복한지를 찾아보자는 게 나의 휴직 목표였다. 다행히 복직을 앞둔 지금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게 되었다. 나는 글을 쓰면서 나를 찾아가는 일을 좋아하고 이런 경험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줄 때 행복해 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글도 글이었지만 몇 번의 강의를 진행해보고 몇 분의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알게 된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경험을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글쓰기가 중심이 되는, 나의 경험에 대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글쓰기 선생님이 되고 싶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해서 알려주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글을 함께 쓰면서 스스로를 알아보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글을, 사람들과 함께 쓰며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바로 내가 행복하게 나답게 사는 길이 아닐까 싶다. 언제 내 꿈이 이뤄질 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속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꿈을 꿀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이, 그리고 이런 내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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