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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기] 실물 책을 보니 느낌이 새로웠습니다

by 최호진
"포기하지만 않으신다면, 언젠가 내실 수 있을 겁니다"


요즘들어 책을 내보고 싶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다들 "출간"을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잡으신 분들이셨습니다. 제가 책을 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제게 이런 저런 것들을 물어보십니다. 제가 그분들께 조언을 해드릴 위치는 아니지만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가 하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포기하지만 않으신다면 꼭 하실 수 있을 거라고.


그분들께 용기를 드리고자 이런 말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저는 정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이룰 수 있는 게 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모든 일이 다 마찬가지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이룰 수 있는 거라 생각하지만 책을 내겠다는 꿈은 더더욱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 열망이 사그라들지만 않는다면 출간으로 꼭 이뤄질거라 믿고 있습니다. 다만 이 때 필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꾸준히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요. 잘 쓰든 못 쓰든 지속적으로 글을 쓰면서 내 생각과 경험을 쌓아두어야 그것이 책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내보고 싶다는 분들께 저는 포기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꼭 책을 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책을 내는 게 그만큼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인세로 돈을 벌 수도 있고, 책을 매개로 강사가 되어 제 2의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책을 내서 인세로 많은 돈을 벌거나 강의를 많이 했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책을 내는 일은 저의 경험을 "제대로"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파편적으로 널부러져 있던 경험과 생각들이 찰지게 뭉쳐진 경험을 저는 책을 내는 과정에서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래서 책이 나오는 순간 그 감동이 더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소소하지만 출간한 과정을 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책을 내는 분들께 이 이야기가 자신의 출간 계획에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요.


실물 책을 영접하다.


좋은 출판사와 만나서 빠르게 원고를 정리하고 공모전에 제출한 후 발표를 기다리며 원고를 수차례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발표가 날 때 쯤 책 제목을 확정하고 표지 디자인까지 정했습니다. 표지 디자인에 대해서는 제가 큰 의견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그 쪽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대표님께서 주신 표지가 저는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는데요.


제게도 의미가 있는 디자인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서 만든 디자인이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책을 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그 중심에 있었기에 그것이 잘 표현된 표지라 생각했씁니다. 독자들에게도 잘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고요. 물론 주변에 책 디자인이 조금 아쉽다고 하신 분들도 있었지만요.



책 작업이 마무리가 될 때 쯤 공모전 결과가 나왔습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지만 역시나 하고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공모전에 붙었더라면 마케팅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았는데 애초부터 조금 큰 기대였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공모전 결과까지 나오고 나서 최종 교열까지 마친 후 드디어 기다리던 책이 나왔습니다. 출판사 분께서 직접 저희 집 앞까지 오셔서 10권을 주고 가셨는데요. 기분이 묘했습니다. 갑자기 큰 아이가 태어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큰 아이가 태어나고 품에 안았을 때 어리둥절했던 기분과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조그만 생명체를 눈앞에 본 순간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는데요. 제 책을 받았을 때도 그런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무 좋고 신기한데 묘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아직은 제 것 같지 않은 기분이랄까요?


책을 받을 당시 저는 동네에 사는 지인과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요. 덕분에 그 분께 처음으로 책을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분께서 싸인을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책이 나오면 이런 문구를 써드려야겠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쓰려니 손이 딱딱해 지더라고요. 고양이 강아지가 그린 것처럼 괴발개발 싸인을 해서 책을 드렸습니다. 솔직히 많이 창피하더군요. 책이 창피한 게 아니라 제 싸인이 부끄러웠습니다. 책을 내시는 분들께 그래서 꼭 싸인 연습을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막상 닥쳐서 싸인하게 되면 저처럼 부끄러움을 감내하셔야 할 거니까요.



서점에 책이 깔리니 부담감이 엄습하다


책이 인쇄되고 온라인 서점에서도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대형 서점에도 책이 깔렸고요. 감사하게도 여기저기의 지인들께서 책 인증을 카톡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책이 나왔다는 게 그제서야 실감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있던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때 아이의 존재감을 느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내 새끼구나라고 느껴졌달까요?


책이 나오자 마자 교보문고 광화문점 한 가운데에 제 책이 깔리는 행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매월 소형 출판사에서 내놓은 책 중 두 권을 이 달의 주목할 신간으로 선정하는데, 저희 출판사가 조건에 해당했고, 정성스럽게 작성한 책 소개서 덕분에 제 책이 "7월에 기대되는 신간"으로 뽑혔습니다. 덕분에 한 달 동안 교보문고 한 가운데에서 제 책을 "제대로" 광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수북이 쌓인 책을 보는 순간 제 성격이 참 별로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이렇게 책을 영접하고 나면 무한한 감동을 흘려 눈물도 난다던데 저는 그런 감동보다 부담감을 더 크게 느꼈습니다. 책을 내느라 고생한 출판사와 선정해준 교보문고에 손해가 되지 않도록 잘 팔려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우선 들더라고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을 하는 제가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습니다. 어쩌겠어요? 그렇게 생겨먹은걸요.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감동보다는 부담을 느낀 저를 보며 안타깝기도 했지만 덕분에 새로운 자극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이 나오고 매대에 깔려있는 걸 보면서 책을 내는 과정, 그리고 저의 휴직기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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