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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기]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지만

맞는 말씀이셔서 더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by 최호진

책 소개 기사가 네이버 메인에 뜨다


책이 나오고 한동안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간의 걱정과 고생이 씻은 듯 사라졌습니다. 책이 나오기 전까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제가 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올 수 있을까 걱정됐습니다. 다행히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제가 고민하고 경험했던 것들에 대해 공감해 주셨습니다. 온라인 상에 하나 둘 올라오는 후기도 나쁘지 않았고요.


출판사에서 정확한 수량을 매일 매일 알려주지는 않으셨기에 얼마의 책이 팔렸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판매가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온라인 서점에서 집계되는 판매 순위에서도 한동안 순위권에도 올랐고 (그래봤자 자기계발 100위 정도?) 매일 매일 조금씩 숫자가 작아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순위를 확인하고 온라인 서점에서 만드는 판매지수를 확인했습니다. 출판사 대표님께서는 그런 거 하나하나에 연연하면 스트레스 받아서 안된다고 만류하셨지만 초짜 작가는 하나 하나가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기분도 좋았고요.


그러던 어느 날, 지인 몇 분이 문자를 주셨습니다.


"너 책 냈더라? 축하해!"

"책 내고도 왜 말 안했어? 잘 읽어 볼게! 여기저기 홍보도 할게"


말도 안했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문자를 주셨습니다. 챙겨주니 고맙긴 한데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해 물었더니 네이버 메인에 제 책과 관련한 기사가 떴다고 하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지인이 보내준 링크와 캡처 화면을 보고 나니 실감이 났습니다. 기사가 이날의 [생활] 섹션에서 많이 보는 뉴스 상위권에 떡하니 올라와 있었습니다. 뭔가 잘 풀리는 것 같아 신이 났습니다. PR에 힘써주신 출판사 대표님도 고마웠고 자기 일처럼 기분 좋다며 연락을 해준 지인도 고마웠습니다.


IMG_1838.PNG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11&aid=0003762467


사람들의 댓글이 궁금하다


그런데 갑자기 기사의 댓글을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간 책 소개 기사가 몇 번 나가긴 했지만 댓글이 달릴 정도로 조회수가 높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번 기사는 조회수가 만 건이 넘었으니 댓글이 조금 달렸겠거니 싶었습니다. 기사를 보고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휴직이 된다는 것 자체부터 출발이 다르다"

"애초에 일반적인 직장인으로서 불가한 이야기를 기사로 쓰는 이유는 뭐임"

"때려 죽어도 절대 저 책 사지 말아야지"


사실 블로그의 댓글처럼 훈훈한 것들이 달려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은 오산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남자의 휴직을 그리 좋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아주 심한 욕설이 쓰여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비판 일색의 댓글을 보면서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뭘 잘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이 나오고 며칠동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는데 그제서야 땅으로 착륙한 듯 했습니다. 아니 더 밑으로 내려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었을지도...


댓글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혼자서 가슴 앓이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다행히 주변의 분들이 위로를 해주셔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지만 여전히 위축된 상태였습니다. 일요일 아침에 하는 독서 모임에 참여해 제 책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가볍게 책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1년 넘게 함께한 분들이라 편안했습니다. 자연스레 기사에 달린 댓글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위로를 받을 거라 기대했지만 평가는 의외로 혹독했습니다.


댓글의 반응에 대해 공감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갖고 있는 남자 휴직에 대한 시선을 직시할 필요는 있다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런 반응이 제가 책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덕담도 남겨 주셨습니다. 뭐가 됐든 무플보다는 악플아 닛다며 말이죠.


편한 사람들이 건네주는 뼈 아픈 이야기를 듣고 잠시 혼미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댓글을 다신 분들의 마음도, 저에게 좋은 말을 해 주신 분들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처음 책을 기획하면서 이런 비판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는데 실제로 그런 상황에 닥치니 제가 더 예민해 진 것 같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많은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고민했던 것들을 그리고 그 속에서 제가 찾아 갔던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꼭 이것을 휴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냐 아니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거니 싶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북토크에서 사람들에게 조금 더 깊게 제 이야기를 꺼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제가 책을 통해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해야 할 지를 알 수 있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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