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책이 나왔습니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두 달을 보낸 후 8월말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6월 7월 뭔가 대단한 일이 생긴건 아니었지만 제 마음이 그랬습니다.
그제서야 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마무리하는 작업으로 출간일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여행기를 썼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 올라왔습니다. 책을 다시 쓰는 듯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여행기를 쓰면서 여행의 좋은 추억만 남는 것처럼 출간일기도 출간 과정의 좋은 일들만 남겨 주었습니다. 그렇게 하나 하나 쓰다보니 13개의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출간일기를 쓰니 결론이 보였습니다. 책을 내기 참 잘했다는 결론이요. 책을 많이 팔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많이 팔리지도 않았고요. 하지만 출간 과정을 돌아보니 책이 제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장 큰 선물은 저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책을 쓰다보니 휴직이 제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게는 꼭 필요한 "쉼표"였습니다. 그 속에서 찾았던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니라 "나다움"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할 때 행복해 한다는 사실을 책을 쓰며 자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이 하나의 점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연결된 것도 감사한 점이었습니다. 책을 출간하면서 제가 멘토라 생각하는 분들께 추천사를 받았던 순간, 정말 기뻤습니다. 거절받을 생각으로 부탁했는데 기꺼이 추천사를 써주신다 했을 때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추천사에서 저에 대한 애정이 느껴질 때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분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할 지 몰라 제 착각일 지 모르겠지만 특별한 관계가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독자들과 만나 좋은 인연을 맺었던 것도 감사했습니다. 얼굴도 못 뵌 분들도 많지만 블로그로,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며 서로를 격려할 수 있었습니다. 아들과 부모님께서 제 진심을 알아 준 것 같아 고마웠습니다. 가까운 관계라 평소 말하기 어려웠던 것들도 많았는데 책을 읽으며 공감해 주는 것 같았거든요. 책이 훌륭한 매개체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책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책이 나오는 과정에서 분명 저처럼 의미를 남기실 거란 생각이 들기 때문인데요. 물론 저와 똑같은 경험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책을 내면 확실히 뭔가는 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게 돈으로 연결되든, 제 2의 직업으로 연결되든, 그것도 아니면 그냥 책 한권으로 남든 말이죠.
물론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글도 잘 써야 하고 나만의 주제도 발견해야 하고, 출판사의 눈에도 들어와야 하니까요. 하지만 긴 인생에서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책을 내겠다는 스스로의 다짐만 무뎌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책이 나올 수 있을 거라 저는 확신합니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준비한다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못할 게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책을 내는 분들께서 소소한 저의 출간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의 책이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지만 저같은 평범한 사람도 책을 낼 수 있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으시고 제 이야기로 소소한 팁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책을 내길 바라며 저의 출간 일기를 마무리 합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저는 이제 다시 새로운 책을 준비해 보렵니다. 두 번째 책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나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