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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May 06. 2021

면밀히 살펴보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실패를 용인해 달라고 말하는 건 과한 바람일까?

네이버 블로그에서 지난 4월, 챌린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30일 동안 꾸준히 쓰면 1만 6천원 네이버 페이를 주는 야심찬 기획이었다. 짐작컨대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키워볼 요량인 듯 했다. 그래서 블로그 운영자로서 반가웠다. 기획의도에 걸맞게 사람들의 관심도 높았다. 매일 쓰기만 하면 돈을 준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어 보였다. 여기저기 한 달동안 인증 챌린지에 참여하겠다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챌린지는 이벤트 시작 3일 만에 안타깝게 종료되고 말았다. 사람들이 많이 몰렸는데, 복사하여 붙이기 등 본 취지에 맞지 않는 사례가 많아, 행사 기획의도가 무색해져 급하게 챌린지를 조기 종료하게 됐다고 네이버는 안내했다. 


https://m.blog.naver.com/blogpeople/222336471988


사실 나는 이번 챌린지에 참여 해볼까 잠깐  고민했지만 실제로 참여하지는 않았다. 이미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있어 가뿐히 30일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블로그에 해시태그를 달아야 한다는 게 귀찮아서 그냥 말았었다. 만육천원의 행복을 귀찮음 때문에 포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3일 만에 조기 종료한다는 뉴스는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수많은 블로거들과의 약속이었는데 손바닥 뒤집듯 계획을 취소하는 게 고객을 우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참여했던 사람들은 나보다 더 심한 배신감같은 감정을 느끼는 듯 했다. 돈의 액수가 크고 적고를 떠나 다들 아쉬워했다. 


야심찬 기획이었을텐데...

하지만 씁쓸하고 아쉬운 마음 한켠에서 블로그 챌린지를 기획하고 실행했던 담당자에게 자꾸 마음이 쓰였다. 본인도 잘 해보고 싶어 만든 기획이을텐데, 얼마나 답답하고 힘든 시간을 보낼까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아마도 내가 회사에서 이런 저런 프로모션을 해 왔고, 지금도 담당하고 있어서 더욱 감정이입을 한 듯 했다. 문득 회사에서 진행했던 이벤트 하나가 떠올랐다.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당시 우리는 온라인 노래 경연을 통해  1등을 선발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좋은 취지로 진행된 행사였고 취지를 알아줘서였는지 사람들의 호응도 좋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이 뜨거워서였는지 문제는 금세 드러나고 말았다. 온라인으로 100% 진행된 행사에서 사람들의 투표를 온라인으로 받았는데, 그 과정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아이피를 바꾸는 프로그램을 써서 득표수를 조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매커니즘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방법으로 투표를 하고 있었다. 결국 몇몇 참여자들이 불만을 제기했고 이를 해결하느라 애를 써야만 했다. 비록 주 담당자는 아니었지만 팀에서 진행하는 행사였기에 나 또한심한 회의감에 빠지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제와 돌이켜 보면, 가장 큰 문제는 안일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태도였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런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사람들이 혹할만큼 대단한 상품이 걸린 이벤트도 아니었기에 편안하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서 조작을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었다. 아마도 이번 네이버 사태에서도 기획자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만육천원이 그리 큰 돈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선한 의지의 사람들만 참여할 거라고 생각했었던 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벤트를 활용하는 사람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그들은 "정당한" 방법으로 이벤트를 활용했을 따름이다. 그들이 했던 방법이 기획의도와는 맞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법적으로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이벤트의 규칙을 어겼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만 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겠지만. 


작은 이벤트라도 주도면밀한 고민이 필요하다.


나도 모르게 수년전 이야기까지 들춰가며 감정이입을 했던 건, 이런 사태(?)가 지금의 나에게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반면교사의 사례로 남을만한 이벤트였다. 그래서 더욱 조심하고 생각을 많이 하면서 이벤트를 기획하고 프로모션을 설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이 아닌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활용하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들의 케이스를 세세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두 번 세 번 아니 여러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회사가 이런 실패에 대해서 용인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들었다. 과연 네이버에서는 이번 챌린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혼자 상상해 보았다. 좋은 시도였고 새로운 걸 알게 된 계기로 삼을지, 실패에 대해 추궁할지 다양한 생각들이 오갔다. 그 조직에 없기에 어떻게 이번 이벤트를 평가할 지 알 수는 없지만 바람이 있다면, 새로운 시도였다고 격려해주고 실패에 대해 용인해 줬으면 한다. 그래야 더 좋은 이벤트를 계속해서 기획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꾸 몸을 사리려는 사람들이 많아질테니 말이다. 


이건 네이버에 대한 바람임과 동시에 우리 회사에 대한 바람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실패할만한 이벤트를 마음껏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조직이라는 테두리가 그래도 새로운 시도를 격려해 주고 실패에 대해 위로 해 줄 수 있게 된다면 그래도 새로운 시도를 하는 부담에서 조금 벗어나지 않을까라? 


복직을 해서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려고 하고 있지만,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 소식이 나의 마음에 훅 들어갔다 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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