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헤드와 72번 고속도로의 멋진 뷰
와이키키 해변에서의 서핑은 즐거웠다. 처음에 파도가 높아 서핑 수업 진행이 어렵다는 이야길 들었을 때 적잖게 실망했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서핑 강습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곳 강습을 이용할 수 있었다. 몸은 천근만근이었지만 서핑은 재밌었다. 뭔가 해냈다는 기분이 들어서 더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다이아몬드 헤드에 가기러 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아이들이, 특히 둘째가 다이아몬드 헤드에 가고 싶어했다.
오늘은 다이아몬드 헤드에 올라간 이야기다. 더웠지만 나름 보람찬 경험에 대해 정리해보려고 한다. 더불어 그날 오후 72번 도로를 타고 하와이의 주요 경치를 감상한 내용도 함께 정리해봤다.
다이아몬드헤드는 와이키키 동쪽에 있는 화산이다. 하나우마베이와 와이키키 사이에 있다. 와이키키 숙소에서 20분정도 차를 타고 가면 된다.
이곳의 이름이 지어진 것은 여러가지 설이 있는 듯 했다. 분화구 꼭대기의 암석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이 다이아몬드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두산백과 참조)도 있고, 이곳에 있는 수정을 다이아몬드로 착각해 이름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세계지명 유래사전)도 있다.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건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경치 덕분에 하와이 여행의 주요 스팟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다이아몬드헤드다.
동쪽 끝에 있어 일출을 보러도 많이 가는데 우리가 간 6월은 일출을 보기 어려웠다. 산의 출입을 아침 6시부터 허용하는데 6시면 이미 해가 뜬 이후였기 때문이었다.
일출은 못보더라도 다이아몬드 헤드에는 아침 일찍 서둘러 갔다. 더운 날씨 때문에 아침에 등산하는 게 그나마 수월할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짐을 챙겨 나왔다.
7시 조금 못된 시간에 다이아몬드헤드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차공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주차 안내원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아침부터 부지런히 이곳에 오는 듯 했다. 다행히 구석에 자리가 하나 있어 그리로 갈 수 있었다, 주차 요원이 인지 못하는 중간 중간에 빈자리가 있었지만 거의 만차였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주차장 입구에서 한참 기다릴 뻔 했다.
하와이 여행객들은 참 부지런하다. 어디든 아침부터 붐비는 걸 보면 말이다. 아침마다 와이키키를 산책했던 아내의 표현에 따르자면 6시부터 관광객들이 분주히 움직인다고 한다. 지난번 하나우마베이 때도 사람들이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이는 지 느낄 수 있었다. 조금이나마 빨리 그리고 편하게 여행하고 싶어서 사람들이 일찍 일찍 움직이는 거 같았다.
눈뜨자마자 숙소에서 나온 아이들에게 간단히 음식을 주고 등산을 시작했다.
유모차를 가져가야 하나 한참 고민했다. 어짜피 산길엔 유모차가 안되겠지만 중간까지라도 애를 태워가야 하나 고민되었다. 여차하면 중간에 유모차를 두고 내려올 때 찾아올 생각이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유모차를 처음부터 놓고가기러 했다. 아이 상태도 나쁘지 않았고, 괜히 유모차를 타기 시작하면 아이가 유모차에 더 의지할 거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아이가 산을 잘 탔다. 초반엔 쉬운 구간이었다. 산이라고 하긴 애매했다. 경사진 길을 올라가는 수준이었다.
올라갈수록 점점 더 가팔랐다. 아이들도 조금씩 힘들어 하는 게 느껴졌다. 힘들어 할때마다 중간중간에서 쉬었다.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굳이 무리하지 않는게 좋을 듯 싶었다.
힘들어 하는 아이들을 위해 사탕도 입에 넣어줬다. 아무래도 단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힘겹게 올라가고 있는데, 마지막 고비가 찾아왔다. 계단을 타고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어른들도 올라가기 힘든데 아이들에게는 무리지 싶었다.
비장의 무기를 아이들에게 꺼내줬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의 FIRE"와 "아이콘의 사랑을했다"를 핸드폰으로 틀어줬다.
다른 등산객에게는 조금 민폐일 수 있었겠으나 아이들이 들릴정도로 작게 노래를 틀어주었다. 지난번 서대문 안산에서도 이 노래를 들으며 힘을 내서 등산을 했었다. 아이들은 노래를 들으며 마지막 힘을 쏟아냈다. 노래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정상에서 보이는 경치는 멋졌다. 와이키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인증샷을 찍고 반대쪽을 둘러봤다.
반대쪽은 멋진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화산 분화구도 볼 수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경치를 바라보며 정상에 머물렀다. 정상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서 그리 덥지도 않았다.
그렇게 정상에서 하와이 경치를 바라보다 산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은 훨씬 수월했다. 그런데 올라올 때 비해 훨씬 더웠다. 그새 날이 꽤 더워졌다. 왜 사람들이 다이아몬드헤드에 아침일찍 서둘러 오는 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렇게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내려오고 인증샷을 찍었다. 산에 내려오는 길에 배도 고프고 힘이 들어서인지 아이들 컨디션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함께 한 등산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물론 조금 힘도 들었지만 정상에 올라가서 하와이의 자연을 한눈에 바라본 건 등산의 힘듦을 한방에 씻겨줬다. 아이들도 하와이에 다녀와서도 다이아몬드 헤드를 기억하는 걸 보면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던 거 같다.
그렇게 다이아몬드 헤드 등산을 마치고 우리는 아침을 먹으러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아침을 먹은 우리는 다시 하와이를 느껴보기러 했다.
아침을 먹고 72번 국도를 타고 하와이 북쪽으로 올라갔다. 지난번 카일루아 비치 가는 길에 한번 지나쳤던 72번 국도였는데 이번엔 중간 중간에 주요 스팟들까지 들러서 하와이 경치를 감상했다.
라나이 전망대
첫번째 간 곳은 라나이 전망대였다. 하나우마베이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있는 곳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탔던 1번 국도가 생각났다. 그때의 절경과 비슷했다. 깎은 듯한 절벽과 바다의 조화가 멋졌다.
아이들도 이곳 경치를 분명 즐겼는데 표정들이 왜 이런지 모르겠다.
할로나 블로우홀
다음으로 간 곳은 할로나블로홀이었다. 바위 중앙에 있는 구멍으로 물이 솟구쳐서 BLOW HOLE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우리는 물이 한번씩 솟구칠때마다 함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으로 잘 표현되지 못했지만 물이 쫙 올라오는 게 나름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나의 시선을 끄는 곳은 또 다른 곳이 있었다. 조그맣게 만을 형성한 곳이었는데 몇몇의 사람들이 거기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바다 색도 예뻤고 파도도 멋졌다. 당장이라도 내려가 수영하고 싶었다. 수영복만 갖고 왔어도 내려가는 거였는데…
마카푸우 등대 전망대
다시 차를 타고 북쪽으로 더 올라갔다. 이번엔 마카푸우 등대 전망대였다. 여기서 바라보는 바다 색이 너무 예뻤다.
지도에 정확히 표기를 못했는데 정확히 우리가 간 곳은 도로 변에 있는 마카푸우 룩아웃(Makapu'u Lookout)이었다. 도로 바로 옆에 있어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음 되는 곳이었다.
에머럴드 빛 바다를 쭉 바라보는데 너무 아쉬웠다. 이제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슬퍼졌다. 카메라로 담기보다는 눈으로, 마음속으로 이곳 풍경을 새기고 싶었다.
그렇게 72번 국도를 다시한번 “제대로” 즐기고 다시 와이키키 해변으로 돌아왔다. 벌써 오후가 되어 버렸다. 오전부터 시작한 열한번째날 투어도 벌써 오후에 접어들고 있었다.
여행의 진짜 막바지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이날 조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 포스팅에서 정리해볼까 한다.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힘들게 등산을 마무리한 우리들을 위한 멋진 조식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재미난 경험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