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아들까지 모두, 서핑의 세계로 가자
하와이에서의 토요일도 그렇게 지나갔다. 벌써 여행의 9일을 보냈다. 이제 3일 후면 한국으로 돌아 가야 한다. 긴 여행이어서 지루할 줄 알았는데 매일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곳이 바로 하와이다.
전날의 카네오헤 샌드바 투어는 정말 최고였다. 인당 100불이 넘는 금액이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바다거북이와의 스노클링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오랜 꿈을 이룬 듯한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놀았던 와이키키의 바다도 기존의 노스쇼어, 하나우마와 달랐다. 큰 도시를 끼고 있는 화려한 해변도 좋았고, 우리 입맛에 맞는 파도와 모래도 좋았다.
일요일엔 다른 데를 가지 않고 와이키키 비치에서만 놀았다. 우리가 꼭 배우고 싶었던 서핑을 배워 보기러 했다.
오늘은 하와이에서 꼭 해보고 싶은 또다른 나의 로망! 서핑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과 함께 와이키키 해변에서 서핑을 경험해봤다.
하와이에서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서핑이었다. 서퍼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하와이였기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원래는 노스쇼어에서 서핑을 배우려고 했다. 노스쇼어의 파도가 너무 좋아서 서퍼들이 즐기는 공간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노스쇼어에서의 서핑은 꽤 위험하다고 한다. 파도가 너무 높아서 초보자, 특히 어린이들은 물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것이었다. 노스쇼어에서의 서핑은 그래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서핑보다는 목숨이 중요하니까.
초보자들에게는 오히려 와이키키 해변이 서핑을 배우기 더 적절하다고 한다. 파도가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아서 처음 서핑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래서 와이키키에서 배울 수 있는 서핑 강습을 이래 저래 찾아봤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미키 서핑 스쿨이 나름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듯 했다. 하와이 사람이긴 하지만 간단한 한국어도 할 수 있어 한국사람들도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카톡도 하고 있어 쉽게 접근도 가능했다. 카톡 아이디가 Waikikisurfing 이었는데 친구로 추가해서 말을 걸었다.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상냥하게 답해줬다. 특히 6살 아이도 함께 서핑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좋은 이야기도 전달해줬다. 지체없이 예약을 진행했다. 다음날 아침 10시에 서핑을 배우기러 했다. 가격은 70분 레슨에 인당 75불이라고 했다.
사전에 숙제도 줬다. 서핑 보드에 올라타는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이것을 잘 보고 따라해보라는 것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침대 위에서 서핑보드에 올라타는 연습을 해봤다. 내일의 서핑을 기대하며 그렇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10시에 맞춰 미키와의 약속 장소로 갔다.
약속 장소는 와이키키 해변의 주요 스팟인 듀크 카하나모쿠 동상 앞이었다. 숙소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였는데 다행히 아이들과 이것저것 구경하며 쉽게 갈 수 있었다.
듀크 카하나모쿠 동상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도 딴 하와이안으로 서핑을 세계에 전파한 분이라고 한다.
도착해서 조금 지나 미키를 만났다.
그런데...
미키가 오늘 서핑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파도가 너무 높아서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기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파도가 높아보이긴 했는데 서핑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눈 앞에 서핑하는 사람들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우리같은 초보자에겐 다소 위험한 파도였나보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사가 안된다고 하니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위험하다는데 거기다 대고 해달라고 조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수 없이 아이들은 해변에서 놀아야 했다. 어짜피 바다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니 뭐 큰 불만은 없어보였다.
서핑보드들이 저리옆에 있었지만 탈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바다에서 놀기러 했다.
서핑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안고 왔는데 막상 못한다고 하니 너무 아쉬웠다. 아이들이야 별 생각이 없었는데 내가 제일 아쉬워했다. 오늘 아니면 딱히 서핑을 배울 수 있는 시간도 없었다. 그렇게 하와이를 떠날 순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근처의 서핑샵을 가보기러 했다. 모쿠(MOKU)라는 곳인데 한국인이 운영해서 한국인 관광객에게 꽤 유명한 곳이었다. 뭔가 이곳에 가서 조를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모쿠샵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서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아이들은 단독 서핑은 안되고 강사와 함께 타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아이와 어른 한명씩 팀으로 35분씩 총 70분동안 진행하는 세미프라이빗수업으로 예약했다.
너무 쉽게 이야기 해줘서 오히려 미키가 우리랑 수업하기 싫어서 거짓말을 한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였다. 추정컨대 미키는 혼자서 네명을 커버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위험하다는 것이었고 모쿠에서는 그렇지 않아서 가능하다고 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12시 정도에 예약을 했기에 다시 해변에서 놀았다. 항상 그렇듯이 바다에도 들어가고 모래놀이도 하면서 말이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서 서핑샵으로 다시 갔다. 간단하게 서핑 자세를 배우고 바다로 나갔다. 뭍에서 배우는 건 잠깐이었다. 전날 미키가 보여준 동영상을 그대로 따라하는 수준이었다.
나와 둘째부터 각자의 강사와 함께 보드를 탔다.
둘째는 혼자 서핑을 하기 위험해서 강사와 함께 보드를 탔다. 처음부터 겁없이 스탠딩 자세로 파도를 즐겼다. 강사가 뒤에서 잡아줘서 그런지 안정적이었다. 보드위에서 서서 파도를 즐기고 있었다.
조그만 녀석이 서핑 보드 위에서 파도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형만 배웠으면 엄청 억울해했을 거 같다. 당분간은 서핑 천재라고 불러주기러 했다.
10살 큰아이도 강사의 도움으로 보드를 탔다. 동생에 비해서 약간 주저하는 듯 했지만 금세 바다 위에서 폼을 잡을 수 있었다.
큰애는 다음엔 꼭 혼자 서핑하는걸 가르쳐보고 싶었다.
아내와 나는 강사가 잡아주지 않고 단독으로 서핑을 했다. 아내는 단번에 성공했다. 잠깐이긴 했지만 서핑보드위에서 균형을 잡고 설 수 있었다.
나는,,,
사실 서핑이 너무 힘들었다. 우선 보드를 끌고 바다에서 앞으로 나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파도가 일렁이는 곳까지 보드와 함께 헤엄쳐서 가야 하는데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강사는 내가 남자라고 도와주지도 않았다. 왜이리 안오냐고 재촉만 할 뿐, 본격적으로 서핑을 하기 전에 이미 진이 다 빠져버렸다. 보드 위에서 휘젓느라 팔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그런지 서핑도 제대로 안됐다. 보드 위에서 균형 잡는 게 꽤나 어려웠다. 어쩌면 잘 잡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금세 물에 빠져버린 거 같기도 했다. 강사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좀 쉬고 오라고 하기까지 했다.
강사가 생각보다 무서웠다.
쉬면서 보는데, 아내와 아이들은 꽤나 잘 타고 있었다. 이러다 나만 서핑을 못해보고 한국으로 갈 거 같았다. 힘들게 강사의 허락을 받고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도전했다.
젖먹던 힘까지 쥐어 짜내 파도가 일렁이는 곳까지 보드를 끌고가서 서핑보드를 탔다. 용기를 내어 서핑보드에 올라타니 생각보다 균형을 잡는게 어렵진 않았다. 두어번 시행착오를 겪으니 느낌이 왔다. 그리고 결국 바다 위에서 균형을 잡고 서 있을 수 있었다. 마지막엔 한참을 서핑보드에서 파도를 타고 뭍 근처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보드를 타니 보드 위에서 균형잡는 게 생각보다 수월했다. 보드위에 서서 파도를 타고 쭉 내려오니 신이 났다. 파도 위에 있으니 마치 내가 물 위를 걷는듯한 기분도 들었다. 꽤 빨라서 쭉 내려오는 느낌도 짜릿했다.
짧게 휙 내려오는 것이긴 했지만 두번째 성공했을 때는 더 타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글로 정확하게 그때 기분을 표현하기 어렵지만 충분히 서핑은 해볼만한 스포츠같아 보였다.
그렇게 강습을 마무리 했다. 마지막으로 서핑을 마치고 나서는 기분은 좋았지만, 몸은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팔이 너무 아팠다. 사람들이 서핑이 힘들다고 말을 하는데 왜 힘든건지 알 거 같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서핑을 하고 너무 신나했다. 전혀 힘든 기색이 없었다. 당연히 그렇겠지? 본인들은 강사가 보드를 끌어줘서 파도를 타고만 왔으니!
처음 서핑을 배워본 것이기에 다른곳의 서핑에 비해 하와이가 특별히 뭐가 다르다고 비교해서 설명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한 모쿠 강습에 대한 우리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모쿠의 강습은 단순한 강습이라기 보다는 서핑 체험같은 느낌이 들었다. 서핑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전달해주기보다는 직접 타보는 것을 더 많이 한 거 같았기 때문이다. 어떤 데는 서핑 이론을 배우는 데만도 시간을 꽤 소비한다고 하는 데 여긴 그렇진 않았다.
물론 우리야 그런 체험 성격이 훨씬 맞긴 했다. 서핑을 제대로 배우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고, 한번 하와이에서 체험해보고 싶었던 목적이 강했으니까.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 조금 저렴한 편이었지만 싸진 않았다. 몇군데 물어봤을 때 인당 100불정도를 이야기 하곤 했었는데 우리는 제반 비용을 다 포함해서 인당 90불 조금 넘는 금액으로 서핑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가격은 다음과 같다.
1. 강습료 : 부가세 포함 250불이었다. 인당 60불 조금 넘는 금액이었다.
2. 팁 : 개인 강의여서 별도의 팁을 드렸다. 잘 가르쳐주신거 같아서 인당 20불씩 40불을 드렸다.
3. 사진 파일 : 서핑 중간에 고프로 촬영을 계속 해주었다. 메모리카드를 별도로 구입했다. 두개 구입에 73.3불이 들었다. 개당 35불 정도였다.
네명이 함께한 서핑강습의 총비용은 360불이 조금 넘었다. 하와이에서의 액티비티가 항상 그렇듯이 나름 거액이 들어가는 액티비티였다. 하지만, 여기 아니면 어디서 서핑을 배울 수 있겠어라는 생각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비싸기도 하고, 전문적인 서핑 방법을 배운건 아니었지만, 서핑은 확실히 재미있었다. 하와이에서의 서핑 경험 또한 어디서도 할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다. 하와이에 다시 온다면 또 서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하와이가 아니더라도 서핑으로 유명한 발리 같은데를 간다면 제대로 서핑을 즐기고 싶었다. 서핑보드 위에 서서 파도에 내 몸을 맡기고 싶다.
그렇게 서핑을 마친 우리는 간단하게 점심을 사먹고 또 와이키키 해변에서 오후 늦게까지 놀았다. 물론 서핑으로 인해 지쳐버린 나는, 아이들을 관찰하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지만. 그렇게 여행의 10번째 날도 바다에서 즐겁게 마무리 했다.
이제 여행의 막바지다. 다음날은 바다가 아닌 산을 가보기러 했다. 바로 다이아몬드 헤드다. 와이키키가 한눈에 바라보는 이곳을 아이들과 함께 제대로 올라갈 수 있을까? 둘째를 업고 가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된다. 우선 둘째가 꼭 가보고 싶다고 했으니 우선 도전하는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