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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Jul 28. 2021

첫 1km를 빠르게 걸어봅시다

달리기를 쉽게 시작하는 방법에 대하여

어쩌다 달리기를 하게 되다


책 한 권을 읽고 우연히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를 하고 꽤나 기분 좋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먼 거리를 얼마나 좋은 기록으로 뛰었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땀을 내 뛰었다는 것 그 자체가 좋았다. 오랜만에 사우나가 아닌 운동을 해서 흘린 땀이었으니까. 


달리기의 첫 경험 후 겨울이 오는 바람에 달리기를 잠시 쉬었다. 추운 겨울에는 달리기가 불가능한 줄 알았다. 그러다 휴직을 하고 우연히 알게 된 분들 덕분에 추운 겨울날, 새벽에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펑펑 울고 말았다. 당시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던 나는, 그동안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며 살아왔던 나를 발견했고, 진짜 나를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달리기를 하며 할 수 있었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라는 것을 외치며 하염없이 흘렸던 눈물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첫 시작과 한 번의 인상적인 경험 덕분에 나는 달리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2019년부터 꾸준히 달렸고 덕분에 풀코스까지도 완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달리기 덕분에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고,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생각까지 갖게 됐다. 그래서 그런지 달리기가 주는 마력을 믿게 되었다. 


첫번째(아직 두 번째는 없지만) 풀코스는 2019년 JTBC 마라톤대회였다. 


여전히 달리기는 힘들다


덕분에 사람들에게도 달리기를 "열심히" 권하게 되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 또한 여전히 달리는 게 버겁다. 특히 달리기를 시작하러 나갈 때마다 짧은 순간 수많은 고민을 한다. 특히 새벽에 달리기를 하러 나갈 때면 내가 왜 이 짓을 해야 하나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이러고 있나 싶다. 가끔씩은 고민을 하다 다시 잠이 들곤 한다. 


그런데도 꾸준히 달리기를 하는 것은 달리기를 하고 나서의 쾌감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뭔가 여러 복합적인 기쁨이 느껴진다. 


우선 원하는 거리만큼을 달렸다는 데서 얻는 성취감이 나를 기쁘게 한다. 뭔가를 이뤘다는 느낌도 들고, 스스로와 싸워서 이겼다는 감정 또한 올라온다. 생각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도 받는다. 고민이 있을 때면 나는 의식적으로 빠르게 달리곤 하는데, 그렇게 숨을 헉헉대며 달리기를 하다보면 내가 고민했던 것들이 순간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물론 그 고민은 여전히 나에게 있지만 잠시 잊어버리는 순간의 경험이 고민에 빠져 있던 나를 구조해 주면서 좀 더 객관적으로 고민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 외에도 체력이 좋아졌다 느끼는 거나 끈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도 달리기가 주는 기쁨이 아닐까 싶다. 


굳이 달리기에 대해서 이렇게 길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달리기에 대한 글을 새롭게 시작해 보고 싶어서다. 어떻게 글을 정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나의 달리기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달리기를 하면서 얻었던 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글로 풀어보련다. (얼마나 길게 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써놓으면 좀 더 "많이"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어떻게 하면 달리기를 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  달리기에 대한 첫 번째 글로 첫 시작에 대해서 정리해 본다. 최근 달리기를 해보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분께서 달리기에 대한 질문을 주셨던 것도 생각나고. 


딱 1km만 뛰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 1km만 달려보고 그 다음부터 조금씩 거리를 늘려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이 때 중요한 게 하나 있다. 1km를 '질주'해서는 안된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최대한 "천천히" 뛰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나의 몸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얼마나 빠르게 뛸 수 있는지, 나의 호흡이 얼마나 빨라지는지를 우선 체크해 보며 달리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나의 몸상태에 맞게 빠르기와 호흡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달리기로 인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괜히 빠르게 달렸다가 몸이 망가지면 시작하지 않으니 못한 꼴이 되어 버린다. 그렇기에 천천히 달려보며 자신의 몸상태를 체크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비슷한 속도를 유지하며 달려보라고 하고 싶다. 적어도 달리기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달렸다는 느낌을 가져가는 것은 중요하니 말이다. 비록 그것이 걷는 것인지 달리는 것인지 분간이 안되는 수준이라도 말이다. 


그렇게 달리기를 "음미"해 보고 생각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km를 뛰었을 때 그냥 힘들기만 했는지, 아니면 뭔가 쾌감을 느꼈는지 생각해 보길 추천한다. 물론 한 번의 경험으로 뭔가를 얻기란 어려울 수도 있다. 소개팅에서 한 번 만난 사람에게 훅 빠져버리는 금사빠가 아니라면 그래도 여러번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 과정에서 느꼈던 것들을 바탕으로 조금씩 거리를 늘려나가면서 달리다 보면 누구든 5km, 10km도 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의식하지 않는 것


새벽에 달리기를 하러 나가면 자주 만나는 분이 있다. 정확한 나이는 가늠하긴 어렵지만 그 분은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시다. 그 분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 꽤나 천천히 달리신다. 하지만 계속해서 바라보면 비슷한 속도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계셨다. 신기한 건 새벽에 나갈 때마다 어김없이 뵐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녀는 자신만의 속도로 그렇게 꾸준히 달리셨다. 


물론 그 분이 얼마의 기록으로, 얼마나 먼 거리를 달리시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한 번도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그분이 달리는 모습을 꾸준히 보면서 달리기가 주는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있으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며 더 빠르게 달리려 애쓰지 않아도,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달리면서 그 기쁨을 오롯이 얻어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 분 또한 그런 기쁨을 느끼셨기에 계속해서 달리지 않았을까? 


처음 달리시는 분들께 (내가 잘 못하는 것이지만) 굳이 다른 사람의 기록이나 시선에 연연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달리기를 통해 올림픽 제패를 하는 게 목표가 아니라면 그것보다는 달리기가 주는 기쁨을 오롯이 맛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우선 1km를 자기만의 속도로 아주 "천천히"달려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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