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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Feb 23. 2022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두가지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꼭 필요한 것들

나의 콘텐츠, 버킷리스트 100개 쓰기


퇴사를 한 지 벌써 석 달이 되어 간다. 석 달동안 알차게 보냈다. 방학 중인 아이들과 여행도 하고, 스키도 타며 재미난 시간을 보냈고, 이런 저런 프로젝트도 사부작 사부작 진행할 수 있었다. 연말에 나온 책 덕분에 강연도 하고 워크숍도 진행했다. 간간이 들어오는 기업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적지만 수입도 얻을 수 있었다. 석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잘 보내는 중이다. 


요즘 내가 주로 하는 활동은 워크숍이다. 주제는 <버킷리스트 100개 쓰기> 다. 버킷리스트 100개를 썼던 경험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있는 중이다. 기업 연수프로그램으로도 진행 중인데 반응이 괜찮은 편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버킷리스트를 쓰면서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신다. 서로를 알아가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들 하신다. 버킷리스트를 통해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 수 있어 소통하는데 보탬이 된다고 하신다. 


그런 후기들을 볼 때마다 버킷리스트 100개에 감사할 따름이다.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퇴사할 수 있었던 것도 버킷리스트 100개 덕이었다. 이것이 나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하였기에 더 많이 나누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퇴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이 나의 밥벌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어쩌다 버킷리스트 100개 쓰기가 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여러 우연 덕분이었다. 주변에 도와주는 분들도 갑자기 나오기도 했다. 그 과정을 복기해 보니 두 가지 내가 했던 중요한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버킷리스트 100개 쓰기가 나에게 다가온 과정을 돌아보면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정리해 볼까 한다. 


A부터 Z까지의 경험


맨처음 버킷리스트를 만난건, 2018년이었다. 당시 지인의 소개로 100개의 하고 싶은 일을 작성했다. 해보라니 무작정 해봤다. 힘들었지만 100개를 다 쓰고 나서 에너지를 얻은 기분이었다. 덕분에 뭘 해야 할 지 망설이던 한 직장인이 하고 싶은 100개의 무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나의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그냥 좋은 경험으로 족했다. 


좋은 경험은 다음해에도 이어졌다. 이때는 다른 분들과 함께 작성했다. 제주 여행을 남자 셋이서 가게 됐고, 셋이서 한 카페에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셋이 쓴 덕분인지 훨씬 수월하게 100개를 썼다. 하고 싶은 일도 더 다양해졌다.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나의 욕망들이 틈을 비집고 나오는 듯 했다. 그렇게 100개를 작성하고 기분 좋게 제주 여행을 마무리했다. 이때에도 이것이 나의 콘텐츠가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제주 여행 후 함께 했던 한 분이 버킷리스트 워크숍을 열어보자 제안했다. 좋은 경험이고 나누면 괜찮을 것 같다 생각했다. 솔직히 워크숍을 열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서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귀찮은 것도 있었지만 해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함께 했다. 같이 기획하고 운영했다. 덕분에 버킷리스트 100개 쓰기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때는 워크숍을 한 것이 경험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이걸로 뭘 해봐야겠다는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그때 나는 버킷리스트 워크숍보다는 다른 걸로 나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글쓰기 강사나 습관코치 같은 것들을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반해 버킷리스트 워크숍은 말 그대로 "그냥" 해보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나를 보면 버킷리스트 100개에 대해 물어봤고 워크숍을 또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 나 혼자서 버킷리스트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그때에도 역시 이게 뭐가 될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저 사람들이 하자고 하니 할 뿐이었다. 


그렇게 3년 정도 버킷리스트를 쓰고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니 이것이 나에게 딱 맞는 프로그램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나처럼 무기력한 채,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는 분들에게 충분한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확신이 들고나서 적극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결국 3년 정도 "경험"을 쌓았고 사람들과 소통한 것이 콘텐츠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콘텐츠라는 게 어떻게 형성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 대답을 잘 하기는 어렵기는 하다. 하지만 나의 경우 돌이켜보면 결국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한 경험을 오랫동안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보는 것이다. 버킷리스트를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에서 나는 나 스스로의 버킷리스트 경험을 해보고 사람들을 모아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그것을 정리하는 것들을 A부터 Z까지 해볼 수 있었다. 사람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홍보도 해보고, 워크숍을 진행할 때 강의안도 스스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될까 싶어 이런 저런 책들도 읽고 전문가들을 만나 자문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 과정들이 녹여져 나의 콘텐츠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은 지식보다 경험이 더 중요한 시대다. 어떤 경험을 얼마나 깊게 직접 해봤느냐가 중요하다. 추후에는 다른 사람에게 일부의 경험을 아웃소싱할 수 있겠지만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면 2,3년 정도는 꾸준히 한 경험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의 정리, 글쓰기


그렇다면 경험만 많이 하면 될까? 경험이 중요한 건 맞지만 경험이라는 구슬을 꿰는 작업 또한 콘텐츠를 만드는데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그 꿰는 작업이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내가 했던 경험을 글로 남겨보는 과정이 콘텐츠를 만들고 알리는 데 꼭 필요하다. 


내가 버킷리스트를 쓰는 과정 또한 그랬다. 경험한 것들을 나는 매번 셀프 후기로 남겼다. 나 스스로 100개의 버킷리스트를 쓴 경험을 정리했고, 사람들과 워크숍을 진행했던 결과를 기록했다. 아쉬웠던 점들도 반성하는 의미로 남겨봤다. 그리고 이런 글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사람들이 나의 버킷리스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버킷리스트에 물어온 사람들도 결국 내가 블로그나 SNS에 남긴 글 덕분이었다. 기업워크숍을 진행하게 된 것 또한 내가 썼던 글을 한 워크숍 기획자가 발견했고 이를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덕이다. 


한편 글을 쓸 때는 두 가지 관점으로 글을 쓰는 게 필요하다. 우선 남들에게 알리는 목적보다는 내가 스스로 복기하기 위한 글쓰기를 추천한다. 철저히 이 경험이 어땠는지, 그리고 내게 어떤 의미가 있었고 어떤 아쉬움이 있었는지를 정리해보는 게 필요하다. 주관이 들어갈 수 밖에 없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돌아보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 과정을 홍보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회고용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나를 위해 글로 정리한 뒤, 그 다음에는 나누는 글을 써야 한다. 내가 좋았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해보는 글쓰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때는 꼭 워크숍을 홍보하는 형태의 글일 필요는 없다. 혼자서 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그렇게 나눌 때 사람들은 내가 정리한 글을 읽게 되고 그것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하나 둘 물어보게 된다. 


결국엔, 시간


하지만 이때 명심해야 할 게 하나 있다. 어떤 콘텐츠도 하루 아침에 "뚝딱"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10년 넘게 쌓아야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나의 경우 3년 정도 걸렸는데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그래서 더 보완해야 할 게 많은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빨리 콘텐츠를 만들어야 겠다는 마음보다는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콘텐츠를 만들어야지"라고 의식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라는 게 내가 만들어야지 하고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의식해서 만든 콘텐츠는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일 가능성이 높다. 충분히 나의 삶에 좋은 자산이 되었을 때 그리고 그것을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 "짠"하고 나오는 것이 콘텐츠다. 


그런 의미에서 조급해 하기 보다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되는 것을 반복적으로 쌓아가되 그것을 어떻게 하면 잘 쌓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 단순히 경험을 쌓기만 해서도 안된다. 내가 쌓았던 경험의 의미를 정리하는 것도 그것을 알리는 것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눈앞에 나만의 콘텐츠가 떡하니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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