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호진 Feb 15. 2022

직업을 찾기 위해 기계적 풍화 작용이 필요하다

40대의 새 도전을 위하여

"달에서도 풍화작용이 일어나나요?"

중학교 입학을 앞둔 큰 아이는 요즘 인터넷 강의로 중학교 1학년 내용을 훑어보고 있다. 선행을 좋아하진 않지만 중학생이 되어서 새로운 수업이 낯설까봐 맛보기 수준으로 보는 중이다. 다행히 아이는 인터넷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다. 중학교 과정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은 듯 해서 다행이다.


그런 큰 아이가 과학 수업 중, 문제로 나온 걸 나에게 물어왔다. 달에서 풍화작용이 일어나느냐는 질문이었다.



풍화작용은 오랜 시간에 걸쳐 바위나 돌이 햇빛, 공기, 물 등에 의해 부수어지는 것을 말한다. 바위나 돌이 물에 의하여 아주 조금씩 녹거나 그 색깔 등이 변하는 것도 풍화 작용이다.


풍화작용은 기계적 풍화 작용과 화학적 풍화 작용으로 나뉘는데, 기계적 풍화작용은 외부에서 압력이 가해져서 돌이 깎이거나 부서지는 것을 말하며, 화학적 풍화작용은 물이나 이산화탄소 등의 영향으로 암석이 녹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산화작용, 염화작용으로 인해 성질이 변하는 경우다. 즉 기계적 풍화작용은 모양만 바뀌는 것을 의미하며, 화학적 풍화작용은 화학 반응을 통해 성질까지 바뀌는 것을 뜻한다.


풍화작용은 공기와 물에 의해서 이뤄진다. 즉 공기와 물이 자극요인이 되어 잘게 부수거나 성격을 바꿔 버린다. 하지만 달에는 공기와 물이 없기 때문에 풍화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물론 달 표면에 떨어지는 작은 유성체들, 태양에서 오는 강력한 방사선 등이 달의 표면을 풍화시킨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풍화작용은 달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을 듯 싶다.


변화라는 풍화작용


갑자기 풍화작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가 맞닥뜨리는 삶의 변화가 풍화작용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풍화작용이 활발히 일어날 수 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달의 그것처럼 변화가 없을 수도 있다.


사실 십수년간 나의 삶은 달의 토양과도 같았다. 회사원으로서 나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회사라는 울타리가 막아 주고 있어서 외부 자극이 나에게 큰 영향을 주진 않았다. 안정적인 하루 하루를 살았다. 한동안 그런 안정적인 삶이 좋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새로운 환경에 대해 갈증이 있었고, 먼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다. 언제까지 안정적일 수 없다는 생각이 오히려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런 나는 갑작스레 새로운 물과 공기를 만나 바뀌기 시작했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 읽게 된 책, 들었던 강의가 나를 부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의 변화는 잘게 부숴지는 정도의 기계적 풍화에 불과했다. 새로운 세상을만나 반가웠고 삶에서 설렘의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잘게 부숴질 수록 공기와 물의 접촉이 더 쉬어져서였을까? 어느순간부터 나는 조금씩 물과 공기와 섞여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게 됐다. 글을 쓰고, 달리고, 책을 읽으면서 나의 삶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결국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나는 휴직을 하고 다시 퇴사까지 하게 되었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나"가 글을 쓰는 사람, 달리는 사람, 모임을 주도하는 사람으로 바뀌더니 급기야 1인 기업가로 홀로서기까지 하게 되었다.


물론 그 화학적 변화가 좋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동안의 나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고, 그 사실이 지금으로서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내가 되었다는 것이 반가울 따름이다. 물론 가끔씩 따라오는 (안정적일 때와는 다른) 불안함과 두려움은 내가 감내해야 할 몫이겠지만 말이다.


40대의 변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


40대가 되면 불혹의 나이라고 하지만 주변의 40대를 보면 30대 때보다 더 불안해 하고 더 유혹에 크게 흔들리는 듯 하다. 기대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55세, 아니 60세에 퇴사를 한다 해도 남은 인생이 길기에 경제활동이 필요한데, 뭘 해야 할 지 몰라 방황한다. 그래서인지 40대 분들 중에 직장인으로서의 "나"가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나"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다.


얼마 전 한 강의에서 직업인으로서 거듭나기 위해서는 2시간 정도 나를 위한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본형 선생님 또한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서 2시간 동안 글을 쓰면서 익숙한 것과 결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별도의 시간을 빼어 내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작업은 새로운 직무로 전환하기 위한 뉴포티의 삶에 필수다. 매일 두 시간 동안의 삶이 분명 개인의 삶을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직업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질적인 변화를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 2시간 동안의 나만의 시간을 갖기 전 우선 선행되어야 할게 있다. 변화를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로 스스로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른바, 화학적 풍화작용에 앞서 기계적 풍화작용을 통해 스스로를 잘게 부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기와 물과 같은 존재를 자주 마주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화를 위한 기계적 풍화작용을 하기 위해서는 공기와 물의 압력으로 돌이 잘게 부수어 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위해 스스로를 외부 환경에 자주, 그리고 많이 노출해야 한다. 나의 경우 강의와 독서모임이 그런 경우였다.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들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독서모임을 통해 책을 읽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또한 내 생각을 정리하는데 유용했다. 이런 노출을 통해 나는 기존의 나와는 모양이 조금씩 달라졌다. 이런 1차적인 변화 덕분에 본질적인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직업을 찾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회사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그게 당장 어렵다면 회사 안의 사람들과 만나더라도 독서 모임과 같이 특정 목적을 갖고 깊은 대화를 해보는 것을 권한다. 그것이야 말로 직업을 찾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이런 외부 환경에 적극적으로 노출함으로써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야 만이 화학적 스파크가 일어나 나 자신의 새로운 직업을 찾기 용이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