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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Feb 28. 2022

퇴사 후 가장 필요한 "적정한 삶"에 대한 고민

만족, 행복감, 그리고

한라산을 오르며 떠올랐던 말


작년말 퇴사를 하고 한라산에 올랐다. 그냥 가보고 싶었다. 약속의 땅과도 같은 제주, 그리고  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오고 싶었다. 예상대로 겨울의 한라산은 나에게 좋은 영감을 주었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여유를 가지며 나와 주변을 돌보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할  있었다.



그런데 한라산을 올라가면서 떠오른 단어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적정한 삶"이었다. 어쩌다 그 말이 떠올랐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아마도 매체를 통해 김경일 교수의 책 <적정한 삶>을 들어서 그런 것 같기는 하다. 왜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라산에 있는 동안 "적정한 삶"이라는 말이 자꾸 내 머리를 맴돌았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지만 그렇게 살면 초심과 여유를 잃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때문에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적정한 삶>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일로 바쁘단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2월이 끝나기 얼마 전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말이 왜 나에게 중요한지 그리고 한라산에서 툭 하고 튀어나왔던 것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뭣이 적정한 삶일까?




책 <적정한 삶>에서 저자인 김경일 교수는 코로나가 불러 온 사회 전반의 변화를 언급하며 지금의 상황이야 말로 "적정한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때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는 구체적으로 적정한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책에서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나는 적정한 삶을 위해 필요한 세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1. 만족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있다.  서문에 저자는 인간은 만족을  모르는 존재라고 말한다. 만족을 모르기에 계속해서 탐하게 된단다. 물론 이것이 인간의 생존에 유리한 측면도 있었지만 그것은 인간의 수명이 짧았을 때의 이야기라며 지금은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만족감이라는 감정 또한 다른 감정처럼 섬세하게 다듬어 가장 친근한 심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단다.


2. 행복


만족감과 연결되는 개념으로 행복감을 자주 느끼는 것도 필요하다. 저자는 행복을 다양한 관점으로 설명한다. 행복에 있어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하나 하나 사례를 들어 언급한다.특히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김경일 교수는 좋은 관계가 행복을 느끼는데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이것 못지 않게 나쁜 관계에서 해방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즉 내가 빌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하다고.


3. Like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Like다. 그는 Like가 중요하다며 want와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을 원할 때 꼭 한 번 멈춰서야 한다며 이것이 자연스럽게 좋아해서 원하는 건지, 아니면 모두 갖고 있는데 나만 없어서 원하는 건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써보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유대인 교육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글을 읽는 독자들도 작은 리스트를 적어 보면 어떨까? 큰돈에 대한 맹목적인 욕망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에 지혜롭게 쓸 때 가장 중요한 인생의 방향이 잡힐 것이다.

적정한 삶, p.323


이렇게 세 가지 관점으로 적정한 삶에 대해 정리하다 보니, 결국 "적정한 삶"이란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것을 하나씩 실행하는 삶이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책 말미에 이에 대해 김경일 교수 또한 같은 맥락으로 정리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자원을 가지고도 만족감과 행복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 나가야 한다. 최대로 부유한 삶이 아니라 '적정한 삶'이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다.

'적정한 삶' p.354


1인 기업가로서 나의 적정한 삶


책 <적정한 삶>을 읽다보니 한라산에서 내가 왜 이 말을 떠올렸는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책이 반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더" 적정한 삶을 살기 위해 나와 주변의 환경을 다시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어떻게 하면 만족과 행복감을 자주 느끼며 좋아하는 일을 살 수 있을지 고민했다.


가장  부분은 "경제만족"이었다.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사람으로서 경제적인 요인,  수입에서의 만족감을 느끼는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을 벌면 만족감을 느낄  있을지 생각했다.   목표를 세운 금액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회사에서 받았던 월급에 비하면 반도  안되는 금액이지만 1 기업가  해의 금액으로는 다소 과한 금액이기도 했다. 하지만 터무니 없는 목표는 아니었다. 그동안 해왔던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생각해 보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1, 목표보다  많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만족했다. 더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고 2, 3월에도 목표한 수준으로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적정한 목표를 세웠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많이 벌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적정하게 버는 것에도 만족할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낄  있었다.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점검해 보았다. 다행히 조직에 속해 있지 않다보니 나를 힘들게 하는 관계는 별로 없다. 하지만 나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사람들과는 어쩔 수 없이 종종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게 필요해 보였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것을 되새기며 관계에 있어 힘들다는 신호가 느껴질 때는 내 생각을 잘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로 수익을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1 기업가로서 어느 정도의 수입중요하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돈을 벌기 위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어쩔  없는 경우라면 해야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로 "밥벌이" 충분하다면 굳이 밥벌이를 위해서 좋아하지 않는 일까지  필요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내가 좋아하는 일에서 만족할만한 수익을   있도록 노력하는  필요해 보인다. 조금  세련되게 만들어 이를 밥벌이로 적극 만들어 가고 싶다.



내가 진짜 추구하는 삶


퇴사하면서 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솔직히 내가 다니던 직장이 월급이 적은 편이 아니었기에 퇴사를 하면서 그만큼 돈을 벌 자신은 없었다. 어쩌면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생각해 보면 회사를 다니는 게 훨씬 이익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선택했다. 그렇다고 회사 다니는 게 죽을만큼 힘들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 답에는 바로 "적정한 삶"이 있었던 것 같다. 퇴사를 할 때는 이 말의 의미를 잘 깨닫지 못했지만 돌이켜 보니 내가 진짜 추구하려고 했던 삶이"적정한 삶"이었다는 것을 이번 계기로 알 수 있었다. 경제적인 면 외에 내가 추구하는 것들이 있었기에 그리고 퇴사를 하고 1인 기업가로 사는 것이 나에게 훨씬 더 큰 만족감과 행복감을 준다는 판단이 들었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흔들릴 때마다 지금의 마음을 생각하며 어떤 것이 적정한 삶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다시 고민해보고 정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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