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경험을 흘려보내지 맙시다
얼마 전 모기업 직원들과 습관 챌린지를 진행했다. 30여명의 선발된 직원들은, 스스로가 만들고 싶은 습관을 적어보고 그것을 4주동안 실천했다. 나는 이 챌린지의 진행자로 습관을 독려하는 역할을 맡았다. 직원들의 습관을 응원하고 인증 내용을 주마다 정리했다.
4주 동안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꽤나 재미있는 연수였다. 개인이 꾸준히 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일상의 활력을 주고 그 활력이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확인할 수 있었다. 나 또한 습관 챌린지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일의 보람도 느꼈고, 좋은 기운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나는 습관 코치라는 새로운 역할을 나 스스로에게 부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 많은 회사 직원분들과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는 바람도 갖게 됐다.
사실 나의 습관 코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나는 2019년부터 소소하게 습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 걷기, 감사일기 등과 같은 것들을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중이다. 시작은 나 때문이었다. 혼자 하면 오래하지 못할 것 같아 사람들을 모았다. 다행히 몇몇 분들께서 함께 해 주셔서 4주 프로젝트, 30일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3년 동안 습관 프로그램을 끌고 있다. 물론 그 사이에 사람들은 많이 들어오고 나갔지만 덕분에 나는 나의 습관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고 습관을 함께 하는 소중한 동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기업에서 제안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운영하면서 지난 3년간 습관 프로젝트를 통해 쌓았던 경험들을 연수 프로그램에 녹여 낼 수 있었다. 선물도 주고 독려도 하면서 습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운을 불어 넣었다. 그 과정에서 참여자 분들에게 긍정적인 정서를 심어 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마무리 모임 때는 3월 한 달 동안 행복한 경험을 했다는 참가자의 감동적인 후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나의 습관을 만들려고 사람들과 습관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것이 좋은 기회로 연수 프로그램으로 연결되었고 나에게 수익과 함께 큰 보람을 가져다 주었다.
현재 나는 습관 코칭 외에도 몇 개의 기업 연수 프로그램을 더 운영하고 있다. 내가 진행하는 연수는 지식을 전달하는 형태는 아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달해 줄 정도로 알고 있는 게 많지도 않다. 지식 대신 나는 나의 경험을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중이다. 내가 했던 경험 중 좋았던 것들을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다. 일종의 워크숍이나 챌린지 형태로 운영하고 있는데, 나는 그 속에서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버킷리스트 워크숍이다. 내가 버킷리스트를 쓰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기업 연수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4년 동안 개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워크숍을 기업 연수에 맞게 조금 틀어서 진행 중이다.
다행히 반응은 좋은 편이다. 참여했던 직원들은 삶의 새로운 활력을 느낄 수 있다며 좋아했다. 특히 다른 사람의 버킷리스트를 보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워크숍이 준 효과였다. 버킷리스트 덕에 몰랐던 동료의 욕망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통해 동료의 특성을 알게 되다 보니 팀 워크에도 도움이 된다 했다. 우연히 시작했던 버킷리스트가 우연한 계기로 워크숍으로 만들어졌고 어쩌다 보니 책으로 나오고 퇴사 후 밥벌이가 되었다.
그 외에도 우연히 했던 몇 개의 프로젝트를 기업 연수 프로그램에 적용해서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라서 예측하기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반응이 나쁘지 않아 다양하게 진행해 볼 계획이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회사 밖을 나오고 나니 경험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 막 시작하는 단계라 경험의 쓸모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크든 작든 모든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 든 쓸모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쓸모는 나의 자산이 된다. 괜히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서 하기 싫었던 것들 조차도 말이다. 지금 내가 다양한 워크숍을 준비하고 또 진행하는 것처럼.
하지만 경험을 한다고 전부는 아니다. 그 경험을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최근 몇 개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나의 경험을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5가지를 알게 되었다.
우선 무심하게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 경험을 자산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를 품는 것은 위험하다. 그 의도가 오히려 경험을 경직시킬 수 있다. 자산으로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이 어깨를 굳게 만들고 행동을 부자연스럽게 만든다. 따라서 어떤 경험이든 다 쓸모가 있다는 큰 믿음은 갖되 경험 하나하나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 게 좋다. 무엇이든 자연스러울 때 그 가치가 더 드러나는 법이다.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말되 최선을 다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물론 뼈를 깎듯 열과 성을 다 바쳐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적어도 건성건성, 대충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누군가 부탁해서 하는 경험일수록 더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래도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것에 비해 남들이 부탁하는 일일 수록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괜히 하는 것 같다는 의심 또한 강해진다. 나는 오히려 이런 하기 싫은 마음과 의심을 지우고 정성을 다 해 경험해 볼 것을 추천한다. 그 과정에서 분명 새로운 가치가 발견될 것이다.
세 번째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기 싫은 것도 해보고, 잘 못할 것 같은 일도 해보는 것도 좋다. 특히 내 마음 속에 부정적 감정이 올라오는 것일수록 더 해볼 것을 추천한다. 책 <될일은 된다>에서의 내맡기기 실험처럼 나의 호불호를 버리고 그냥 한 번 해보는 것이 좋다. 오히려 내가 하기 싫은 일에서, 잘 못할 것 같은 일에서 나의 재능이 튀어나올 수 있다.
네 번째로 경험한 것을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서 기록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의 적자 생존은 적는 사람만이 살아 남는다는 뜻으로 통용된다고 한다. 물론 원 뜻과는 차이가 있는 재미로 만들어 낸 말이지만 나 또한 적는 자만이 살아남는 다는 말에는 크게 공감한다. 경험도 마찬가지다. 글로 정리해야 그 경험이 살아남게 된다. 어떤 것을 배웠고, 어떤 것이 아쉬웠는지 간단히 후기를 남겨보자. 기록을 하다 보면 그 경험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었는지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두 번 이상 경험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도 두 번 이상 만나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처럼 경험도 마찬가지다. 여러 번 해봐야 나에게 어떤 쓸모가 있는지를 알게 된다. 한 번의 경험으로 알 수 없는 것들을 두 번 이상 경험하다 보면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도 발견하게 되고 내가 진짜 잘 할 수 있는 분야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한 번의 경험으로는 자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
감사하게도 퇴사 후에 몇 분께서 좋은 제안을 주셨다. 그 중에는 내가 잘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도 여럿 있었다. 잘 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도 여러 번 했다. 처음 해 보는 것들은 나도 모르게 두려운 마음부터 먼저 올라왔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제안을 할 때마다 웬만하면 “say yes”를 외쳤다. 오히려 나에게 제안을 주신 분께 감사하다며 넙죽 받아 먹었다. 그리고 제안하신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해 노력했다. 그렇다고 모든 것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 정성을 다 하는 나의 자세에 대해서는 제안하신 분들도 다 알아주시는 듯 했다. (내가 애써 부정적 반응을 외면했을 수도 있고)
나 스스로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위해 노력도 했다. 여기저기 기웃 거려보며 여러 제안도 했다. 다 성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새로운 분들과 새로운 일들 또한 도모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배운 것도 많았다. 언젠가 어떤 방식으로든 나에게 자산이 될 경험들이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경험을 해 볼 생각이다. 잘 못할 것 같은 일이라도 좋은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경험으로만 흘려보내지 않고 나의 자산으로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잘 다듬어 볼 계획이다. 그리고 그 자산이 나의 삶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삶을 조금 더 활기차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꼭 금전적인 것이 아니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