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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진 Jun 24. 2019

100일 하면 습관이 만들어 질까요?

습관과 정체성에 대한 나만의 해석


등장부터 남달랐다


이영미 작가의 강연회가 있었다. <마녀체력>을 꽤나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기대가 컸다. 역시 기대만큼이나 멋진 강연이었다. 


       


 작가님은 등장부터 남달랐다. 강의장에 어떤 분이 자전거를 싣고 등장했다. 




설마.. 라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이셨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자전거를 타고 오셨다는 말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 어디서나 생활속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기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멋져보였다.


강의 내용 또한 훌륭했다. 운동으로 변화된 작가님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책에서 본 내용들도 더러 있었지만, 재편집된 내용을 육성으로 들으니 주는 감동 또한 달랐다. 책 내용을 뛰어 넘는 이야기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다. 


인상깊은 이야기가 몇 개 있었다. 


작가님은 철인 3종 경기에 30번을 도전하고 15번을 완주했다고 한다. 그 말은 15번을 실패했다는 말이다. 인생에서 그다지 큰 실패 경험이 없었던 그녀지만, 운동을 하면서 많은 실패를 경험했고, 다시 도전하게 되었다. 다시 도전하는 과정에서 회복탄력성을 가질 수 있었고, 이는 인생에도 적용되었다. 운동은 그에게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는 정신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운동은 그녀의 컴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키는 153센티미터이다. 정말 작은 키다. 


내가 한참을 숙여야 작가님과 비슷한 위치가 된다.


그 키가 그녀 인생의 컴플렉스였다. 학교에서 회장이 안되고 임원이 안되는 게 키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작은 키가 주는 허약하다는 이미지 때문이라고 혼자 생각했었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 자기만의 컴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었다. 몸을 단련함으로써 키 180센티미터에 대적할만한 체력을 갖추게 되었다. 실제로 180센티미터의 거구들보다 기록이 좋게 나오기도 했다.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 그녀의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었다. 꾸준함과 운동이 어우러진 결과이다.



집중연습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것은 "집중연습"에 대한 이야기였다. 자전거를 더 잘 타기 위해서 폐달에 신발을 끼우는 클릿을 설치하고 이에 적응할 때 작가님은 고생이 심하셨다고 한다. 클릿슈즈를 신고 자전거를 타면 폐달에서 클릿슈즈가 고정되기 때문에 멈추는 과정에서 빠르게 클릿슈즈를 폐달에서 빼내야 넘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빨리 빼내지 않으면 넘어지기 일쑤다. 작가님은 처음 이 과정에서 엄청난 고생을 했다. 하도 많이 넘어져서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아파트 주차장에서 매일 매일 연습을 시작했다.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니 어느날부터 감이 오기 시작했고 금세 클릿슈즈를 폐달에서 잘 떼어 내고 안전한 정지할 수 있게 되었다. 


"집중연습"을 통해 한단계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어느 정도의 성장을 위해서는 집중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비단 사이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듯 싶었다.

"집중연습"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습관도 집중 연습을 통해 만들어 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계속 궁금해 하던 중이기 때문이었다. 이전에도 말했지만 아무리 오랫동안 일찍일어나는 습관을 들인다고 했지만 여전히 나는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고 5분만 더 자고 싶은 마음을 매일같이 품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연스러워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다보니 집중연습을 통해 자연스러워질 수 있다는 말이 어떤 의미일까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100일동안 글을 쓰니 습관이 되었다??!!


이날은 작가님의 강연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강의가 끝나고 100일동안 블로그 포스팅을 했던 <자기혁명캠프> 동기들과의 축하 파티도 있었다. 100일이라면 길다면 긴, 인생 전체로 보면 짧다면 짧은 기간동안 블로그에 글을 써왔던 사람들과 그간의 느낀점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그 사이 사이 일상의 수다가 더 주를 이루긴 했지만...


모인 동기들은 100일동안의 포스팅이 블로그와 본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들 이야기 했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오래된 분들도, 또 지난 1월부터 시작한 분들도 모두 100일이 주는 의미가 컸다고 이야기 한다. 물론 100일 동안 매일 다 쓴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었지만 100일 동안 힘들었다고 한다. 100일동안 매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보니 매일 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자연스러워졌다고 한다. 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는게 나름의 습관이 되었다고 하나같이 이야기 했다. 


100일동안 포스팅을 하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 어느 정도 습관이 되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습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기도 했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는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습관에 대해 내가 너무 "자연스러움"을 강조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100일이 아닌 9개월 넘게 혼자서 매일매일 블로그 포스팅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마다 힘이 든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습관이라는 게 자연스러워야 되는데 하루 하루 고역이라는 생각이 드니 의무감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물론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나름의 보상도 많이 얻었고, 글을 쓰는 일을 즐기기는 했지만 힘이 든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습관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글쓰기와 습관에 대해 내가 너무 엄격한 룰을 적용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쓰기를 "완성"하는 것이 꼭 습관이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게 되는 것이 습관이라고 보는 게 적절해 보였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마다 새벽 5시에 일어나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 힘들긴 해도 또 5분만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렇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순간부터는 계속 아침에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어쩌면 습관이라는 것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라는 사실 때문에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습관과 정체성에 대하여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 습관을 만드는데 습관과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습관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결과 중심의 습관을 형성한다. 그러나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체성 중심의 습관을 세워야 한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P.152>


진정한 행동 변화는 정체성 변화에 있다. 우리는 무언가가 되고 싶어 그와 관련된 습관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 습관을 꾸준히 해 나가는 건 오직 그것이 자기 정체성의 일부가 될 때 뿐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P.56>


책에는 흡연자가 담배를 끊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담배를 끊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을 비흡연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이냐라고 규정하는 것이 습관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습관을 만들고 지속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냐라고 정의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맨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이것을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고민도 했었다. 사실 나는 비흡연가라고 마음을 먹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담배를 끊은 사람은 알 것이다. (죄송하지만 저는 담배를 피워본적은 없습니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이영미 작가님의 강의를 듣고, 100일 프로젝트 자축파티를 진행하면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정체성을 만드는 데 있어 "집중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일정 기간 동안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100일동안 블로그를 써봐야 "나는 꾸준히 블로그를 쓰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도 얼마만큼의 집중연습이 필요하다.


집중연습은 내 뇌에 해야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준다. 블로그에 글을 써야 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뇌에서 신호를 보내고, 그럼으로써 스스로의 존재를 정의내린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정체성이 습관을 오래도록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된다. 비록 한 두번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이미 자신의 정체성이 세워진 상태라면 말이다. 



흔히 습관관련 책에서 나오는 며칠만 하면 자연스러워진다는 이야기도 결국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는 것으로 보는 게 맞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습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푸념도 이런 매커니즘이 빠져 있었기에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이영미 작가의 실패해도 또 다시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마음도 이런 마음이 아닐까 싶다. 스스로를 철인 3종 경기하는 여성이라고 정의 내렸기에 15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15번의 완주를 할 수 있었던 것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그렇게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그녀의 컴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 거고. 


습관을 만드는 일은 역설적으로 매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나름의 집중연습 기간을 통해 스스로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체성이 세워진다면, 매일 하지 않아도 나 스스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걸러도 다음날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습관에도 회복탄력성이 중요하다. 그게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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