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 부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마법의 주문 같지 않은가. 마치 비틀즈의 <페퍼 상사>, 그러니까 <Sgt. Pepper’s Lonely Heart Club Band> 앨범처럼 신선하고도 이국적인 정취를 불러오는 전설적인 이름.
지난 3월, 한국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내한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접했다. 원년 멤버 대부분이 이미 세상을 떠난 후라, 생존 멤버들이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멋진 무대를 꾸려냈다는 소식이었다. 고인이 된 원년 멤버들의 생전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동명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생각날 수밖에.
혁명 이후 잊혀진 쿠바의 음악이 돌아왔다. 아니 채집되었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혁명 전 그러니까 카스트로의 공산 정권이 들어서기 전 번성했던 1930-40년대 쿠바 전통 음악의 거장들을 기적처럼 한자리에 모았으니 말이다. 이는 미국의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라이 쿠더(Ry Cooder)'의 작품이다. 당시 그들이 연주하던 사교 클럽의 이름을 따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탄생되었고, 쿠바 하바나에서 6일 만에 녹음이 이루어졌다.(1996) 그리고 라이 쿠더와는 영화 <파리 텍사스>로 인연이 있는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이 이 경이로운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영화화했다.(1999)
빔 벤더스 감독 특유의 로드 무비 스타일이 이 전무후무한 음악 다큐멘터리 곳곳에 소박하게 묻어 있다. 생존해 있는(그러나 한동안 잊혀진) 쿠바의 노장 뮤지션들을 찾아내 기념비적인 연주와 녹음을 이루어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라이 쿠더의 공은 빛나 보인다. 라이 쿠더가 쿠바의 냇 킹 콜이라 부른 보컬 이브라임 페레르(Ibrahim Ferrer), 여성 보컬 오마라 포르투온도(Omara Portuondo), (영화 촬영 당시 90세로) 최고 연장자였던 ‘언제나 청춘’ 기타리스트 콤파이 세군도(Compay Segundo), 그리고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루벤 곤잘레스(Ruben Gonzalez) 등 할배들(할매 포함) 각자의 인생 이야기가 인터뷰와 실제 공연 장면을 통해 교차 편집되면서 아프로 쿠반(Afro-Cuban) 사운드를 더욱 뭉클하면서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결성 이후 첫 번째 라이브 콘서트인 1998년 4월 암스테르담 공연 장면도 좋지만, ‘꿈의 무대’ 뉴욕 카네기홀에서 그들이 생애 마지막으로 다 함께 열정을 불태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그들의 명곡 <칸델라> 즉 말 그대로 불꽃처럼 말이다.
그다지 말이 필요 없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영화들이 있다. 이 영화는 한 시대를 풍미한, 그리고 세계 음악사에 반짝이는 족적을 남긴 쿠바 대표 뮤지션들의 생애 마지막 불꽃을 담은 귀한 기록이라 하겠다. 마치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같은 느낌이랄까. ‘구술 문학’의 음악 버전처럼 느껴진달까.
‘말’이든 ‘음악’이든 ‘구전의 기록’이라는 것은 도식화된 형식을 넘어 보다 생생한 ‘삶'의 목소리를 담아낸다는 점에서, 땅에 발 딛고 선 자들의 역사를 직접 들려준다는 점에서, 색다른 울림을 준다. 이 매력적인 그릇에 담긴 내용을 그저 보고 듣고 즐기는 것 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으랴.
(2016-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