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국

결별과 해후

by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의 해외 이사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느낌이 남다르다,라고 쓰려 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이사니까.


그런데 '다시 한국'이라는 점이 왜 남달라야 하는 거지? 어디에 있든 내가 있는 곳이 집이고 고향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 않았나? 그것이 'on the road' 즉 도정(道程)으로서의 삶이다 운운했던 것 같은데.


책장을 정리하며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과 <끝나지 않은 여행>을 나란히 꽂아 넣으면서도 그리 상기했었고.


아마도 '익숙한 것과의 결별'보다는 '익숙한 것과의 해후'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별(訣別)과 해후(邂逅)라는 단어를 앞에 세워본다.


결별: 1. 기약 없는 이별을 함. 또는 그런 이별. 2. 관계나 교제를 영원히 끊음.

해후: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남.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다시 또 다른 나라로 움직이는 과정에는 기약 없는 이별이 전제되었다. 일본인 동료들, 각별했던 태국인 가족, 체코 친구, 인도인 튜터, 대만인 친구 등. 연이 계속 이어져 연락하고 지내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관계가 거의 끊어졌다고 볼 수 있으니 '결별'에 가깝다.


다른 나라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예정된 혹은 뜻밖의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해후'에 가까울 테고.


‘다시 한국’이 주는 느낌이 남다르다면 그것은 해후(邂逅)를 예견하는 묵은 감정과 그 해후가 가져다 줄 또 다른 조우(遭遇)에 대한 신선한 기대가 서로 부대끼며 빚어내는 마찰력 때문 아닐까. 해후가 좋은 것도 조우를 전제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미지와의 조우, 앞으로 마주할 그 모든 마주침에 깨어 있기를.

다시 한국이든 새로 한국이든.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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