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내 마음에 걸렸던 일을 글감으로 선택해보세요. 사소하지만 마음에서 지나치지 않는 일, 나를 불편하게 했던 사건은 좋은 글감입니다. 평범한 일상, 사소한 감정도 글감이 될 수 있을까요? 평범한 경험과 생각일수록 독자는 공감합니다. 독자는 글을 통해 미처 몰랐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마주하기 때문입니다.
은유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별거 없는 삶, 시시한 욕망을 밀도 있게 찬찬히 담아내면 특별한 글, 진솔한 글이 된다. 굳어버린 지각과 감성이 아니라 흔들리는 감정과 울분이 사유를 갱신하는 글을 낳는다. 글쓰기는 삶의 지속적 흐름에서 절단면을 만들어 그 생의 장면을 글감으로 채택하는 일이다."
'살아간다는 건 소박한 현실이 곧 소중한 가치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임을 잊지 마세요. 글감을 발견하는 기준은 '나'입니다. 내 삶에 근거해서 쓰는 글이 좋은 글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상과 감정을 다 글감으로 선택할 순 없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즉 무엇을 경험했느냐보다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느냐가 핵심입니다. 그 소재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나요?
모든 글에는 하나의 메시지를 담습니다. 더 나아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예를 들어 독자가 글을 읽고 나서 '내 삶의 가치관은 무엇인지,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지' 등을 떠올릴 수 있다면 좋은 글입니다.'이 글을 통해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한줄로 명확하게 정리하고 글쓰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도 글감을 찾기 어렵다면 인생과 관련된 '키워드'를 찾아보세요. 예를 들어 '10대'라는 키워드로 글을 쓰기로 정했나요? 그렇다면 누구나 겪어 본 10대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10대는 어땠는지를 내 삶에 기반해서 쓰는 겁니다. 어떤 한 단어에서 내 삶에 밀착한 경험을 떠올려보세요. 그때 내 안에서 떠오르는 감정과 생각을 글로 풀어씁니다.
저도 마음에서 지나치지 않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5년 전 중환자실에 누워있을 때 겪었던 경험과 감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하루 24시간 내내 죽음을 바로 눈앞에서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꼈습니다. 중환자실 오기 전에는 너무나도 당연했던 행동, 즉 먹고 자고 싸고 걷는 행위를 혼자 힘으로 하지 못했을 때 비참하고 괴로웠습니다.
(매일 담당 간호사가 돌아가면서 바뀌었기 때문에) '오늘 내 기저귀를 남자간호사가 갈아주면 어떡하나' 걱정하고 있을 때, 제 앞에또래간호실습생들이 의사말을 열심히 들으며 필기하고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생존을 오가는 공간에서 인간으로서 수치심과 초라함을 느끼고 있을 때, 그들은 꿈을 향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피하고 싶은 경험과 불편했던 감정이었지만, 외면하지 않고 글로 풀었습니다. 글로 쓰다 보니 '힘든 경험이 오히려 내 삶의 소중한 자산이구나'깨달았습니다. 덕분에 힘들고 두려운 것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제 삶을 더 사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상 속에서 내 마음에 걸렸던 혹은 나를 불편하게 했던, 그래서 자꾸 생각나고 지나치지 않는 일을 글감으로 건져보세요. 스쳐가는 사건을 찬찬히 살펴보면서떠오르는감정의 흐름에 자신을 내맡겨보는 겁니다. 무언가 내 안으로 훅 들어왔을 때 놓치지 말고 수첩에 옮겨적으세요.
"그 사건을 복기하고 뒤집어보고 바로 보고 따져보고 헤아리느라 오래 뒤척인 몸이 빚어낸 글의 위력. 좋은 글은 자기 몸을 뚫고 나오고 남에 몸에 스민다."은유 작가의 말 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사건과 사람은 다 나에게 시사적이고 계시를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하고 싶은 사건과 사람일수록 더 의미 있는 가치를 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수용의 두 날개는 ‘명확히 보기’와 우리의 경험을 ‘자비로 감싸 안기’다. 이 두 날개가 함께 할 때 우리를 날 수 있게 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다._책 <받아들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