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과 영화평 쓸 때 주의할 점
좋은 문장과 표현이 많은 글을 읽고 싶었다. 유시민 작가의 적극 추천으로 '토지'를 읽기로 결심했다. 대하소설이어서 양이 방대하다. 등장인물도 600명 이상 나온다. 수많은 등장인물의 삶과 죽음을 통해 '인생을 산다는 것이 무엇일까?, 삶은 찰나이고 허무하다'라는 생각이 계속 스쳐갔다.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는 인생의 영역이 있다. 이 시대와 공간에 태어난 것, 지금의 부모와 형제을 만난 것, 수많은 사람 중 하필 이 사람과 인연이 닿은 것 등 현재 내 의식과 수준에서는 인과관계를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내 삶을 드리운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그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그 사건을 겪고 싶어서, 여기에 태어나고 싶어서 선택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토지에 나오는 등장인물 대부분이 다 그렇다. 서희, 길상이, 기화(봉순이), 용이, 월선이, 홍이, 한복이 등 원하는 삶을 사는 인물은 없었다. 원하지 않는 운명의 굴레를 살아내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삶은 힘들고 어렵다.
4년 전에 나는 평온했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사건들을 만났다. 나에게는 안 일어날 줄 알았던 일들이 일어났다. 피하고 싶은 일들을 매일 매 순간 마주해야 했다. 나 자신과 내 삶이 싫었고, 그 시간들이 빨리 지나가길 기도했다.
내 자유와 의지로 선택한 일상을 누린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깨달았다. 지금은 내가 누리는 모든 것이 아무리 작고 사소하더라도 꿈만 같고 기적 같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며 축복 넘치는 삶을 살고 있음을 안다.
내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내 뜻대로 안 되는 게 더 잘 된 일이 될 수도 있다. 지나고 나면 아픔과 시련 덕분에 내 삶은 더 아름답고 단단해질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내 삶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경험만을 준다고 믿는다. 지금은 나쁜 것 같지만 꼭 나쁘다고만 볼 순 없다.
다음은 토지를 읽고 가장 인상 깊았던 구절이다.
"어느 제왕이 영화를 한 떨기 들꽃만도 못하다고 하였다던가. 인간이 황금으로 성을 쌓아 올린들 그것이 무엇이랴. 만년의 인간 역사가 무슨 뜻이 있으며 역발산기개세의 영웅인들 한 목숨이 가고 오는데 터럭만큼의 힘인들 미칠쏜가.
억만 중생이 억겁의 세월을 밟으며 가고 또 오고, 저 떼 지어 나는 철새의 무리와 다를 것이 무엇이며, 나은 것은 또 무엇이랴. 저 새끼를 빼앗기고 구곡간장이 녹아서 죽은 원숭이나 들불에 새끼와 함께 타 죽은 까투리, 나무는 기름진 토양을 향해 뿌리를 뻗는다 하고, 한 톨의 씨앗은 땅속에서 꺼풀을 찢고 생명을 받는데 인간이 금수보다 초목보다 무엇이 다르며 무엇이 낫다 할 것인가.(토지 9권, 23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