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글은 소소한 이야기인데 여운이 계속 남는다.
나도 내 이야기 글의 깊이를 더하고 싶을 때가 있다.
2. 책<손바닥 자서전 특강>에서 '뫼비우스의 띠 구성'이 나온다.
"뫼비우스의 띠 구성은 어떤 소재로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도 다시 그 소재를 언급하면서
끝납니다.
글의 처음과 끝이 같은 소재로 맞물려 있는 셈이지요.
처음 내세웠던 이미지가 끝에 반복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돌아오지만 돌아왔을 때는 이미 처음과는
그 의미가 달려져 있습니다."(112쪽)
3. 이 부분을 읽고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만 원이
떠올랐다. 드라마 처음과 끝에는 만 원이 나온다.
드라마 초반, 주인공 기훈이는 경마장에서 상금을
탄다. 경마장 여직원에게 만 원을 팁으로 준다.
소매치기로 돈을 잃고 난 후 그 만 원을 다시
받아온다. 그 돈으로 딸 생일선물과 떡볶이를 사준다.
드라마 끝에서 기훈이는 456억 원의 상금을 탔지만
쓰지 못한다.
은행장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은행장에게 만 원을
빌린다. 그 만 원으로 아주머니의 꽃을 사준다.
처음의 만 원과 끝의 만 원은 만 원이라는 것은 같지만
주인공에겐 전혀 다른 의미다.
4. 나는 과거에 글 한 편을 쓴 적 있다.
어릴 때 할머니 댁 안방 화장대에서 보았던 '진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호승 시인의 산문집에서 읽었던 진주 이야기 내용을
덧붙였다.
"진주는 조개가 모래알 같은 자극물에 의해
상처가 생겼을 때 그에 대한 내부 반응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상처 회복에 필요한 온갖 성분이 상처 입은 부분으로
급히 보내지고, 오랜 시간 동안 상처를 치유하다가
마지막으로 얻어지는 게 바로 진주이다.
상처 입은 조재가 그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영롱한 진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_책<내 인생에 힘이 되는 한마디> 36쪽
그다음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한 사건과 그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인내한 과정,
고통과 아픔이 가져다준 선물 등 내 이야기로 옮겨갔다.
마지막에 진주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나의 상처가 나의 아름다움을 낳습니다.
상처의 고통을 견뎌내는 적극적인 인내의 힘이
진주와 같은 아름다움을 낳습니다."(정호승 시인)
끝에서 언급된 진주가 내 삶과 겹쳐 보이길 바랐다.
5. 뫼비우스의 띠는 평면이지만 한번 꼬아져
시작점과 만난다.
이때 서로 만나는 면은 같은 면이 아니다.
앞면과 뒷면이다. 같은 시작점처럼 보이지만 결코
같은 시작점은 아닌 거다.
(손바닥 자서전 특강, 117쪽)
6. 처음과 끝에 같은 소재를 배치해 보자.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확장될 때
글의 깊이가 달라진다.
7. 쓸 거리가 없을 때 이야기와 가장 어울릴만한
소재 하나부터 먼저 떠올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