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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rain

고장 나다.

by 넌출월귤

2003년, 맨해튼에 살던 나는 플러싱에 있는 한 작은 교회수요 예배 봉사(피아노 반주)를 위해 전철을 타야 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떠났지만, 내 의지와 노력에 상관없이 중간에 서버린 열차. 택시도 탈 수 없는 상황에서 40분을 기다린 끝에 다시 출발할 수 있었다. 긴급 상황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일단 연락은 드리고 늦더라도 교회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이미 예배는 끝나 있었고 교회는 텅 비어 있었다. 더운 여름이었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빠른 걸음으로 왔기에 잠시 숨을 고르고 피아노 의자에 앉아 기도를 드렸다.


사람과의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하나님과의 약속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고


초조하게 다른 열차를 기다리며 조급한 마음 가득 긴장하고 있던 나를 오히려 위로해 주셔서 고마웠다고


목적지가 정해졌다면,


시간을 볼 필요가 없다.

늦을 수도 있지만

뒤돌아 보지 말자.

가야 할 길이라면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며 평안히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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