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캘거리까지 직항 노선이 생겨
친정 부모님과 우리 가족의 거리가
이제는 비행기로 10시간 반 남짓
늘 밴쿠버에서 갈아타고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는데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 가져오신 밑반찬과 먹거리들로
냉장고 두 곳이 가득 찼다.
괜찮다고 괜찮다고
힘들게 무거운 짐 많이 가져오지 말라셔도
엄마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
무릎 많이 좋아지셨다는 말씀만 하신다.
그래도 딸 마음은 안절부절
편하게 받을 수만은 없는
그런 나이가 되었다.
어제는 직접 가져오신 청국장 가루와 고춧가루로
고추장도 담그셨고, 마트에서 사 온 마늘 두 자루를 하루 만에 다 까셨다.
손주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갈비찜 만들어줄까? “ 물어보신다.
잡채도 먹고 싶다는 아들
(나는 열심히 눈치 주었다만)
엄마 편하게 요리하시라고 옆에서 부지런히
조수 노릇하다가 잠시 시간을 내어 글을 쓴다.
절대 더위 안타는 체질인데,
땀이 송골송골
우리 엄마 체력도 좋으셔.
그냥 편하게 드시기만 하시라니까.
나도 요리 잘해. 엄마.
소용없다.
주말엔 김치도 담그신단다.
내 김치도 맛이 있지만,
엄마김치만큼 맛이 없으시단다.
참말인지 농담인지 알 수 없지만
이제 곧 김치 냉장고도 가득 차겠지.
코스트코와 마트로 직접 운전하셔서
손자와 다녀오신 엄마는 잠시 잠이 드셨다.
시차적응하시는 중
아까 낮엔,
잔치국수를 해 먹었다.
엄마의 육수 맛은 진심이었다.
간단하게 먼저
호박죽도 먹은 후였고,
오독오독 씹히는 무말랭이무침
오이지무침도 있고
각 종 젓갈,
멸치볶음
오징어채 무침
직접 담근 된장
들기름에 참기름에
김, 미역과 다시마
생야채 싫어하는 우리 가족 위해
직접 말리시고 곱게 빻아 오신 각 종 야채가루
제주도에서 온 나물들
등등
평상시엔 밑반찬보다 일품요리 위주로 요리하는
우리 집이 어느새 반찬가게만큼 풍성해졌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징어 뭇국도 잔뜩 끓여 놓으셨다.
(오징어 만지는 걸 아직까지도 싫어하는 딸을 위해)
폭삭 속았수다란 드라마에 등장하는 애순과 관식도
울고 갈 기세다. 나는 금명이 보다 위지 위야.
엄마, 그리고 아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아빠도 곧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