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아주 보통의 날이었다.
평범하게 지나가고 있던, 11월의 어느 날
창밖은 회색빛으로 잠잠히 가라앉아 있었고,
나뭇가지에 겨우 매달려 있던 나뭇잎 몇 개가
겨울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예민한 청각,
멜로디는 벌써
차고와 연결된 문 앞에 앉아
신나게 꼬리 흔들 준비 완료
퇴근 후 잘 도착했음을 알리는
차고문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소리
탁 하고 차문 닫히는 소리
멜로디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
이내 들려오는 내 편 발자국 소리
‘짜잔’ 하고 나타난 그의
한 손에는 뜬금없이 케이크 상자가
달달한 것이 문득 정말 먹고 싶었는데,
이것은 20년 넘은 부부의 텔레파시 결과물
한껏 신이 난 나는
호들갑 먹깨비로 변신
저녁 후딱 먹어 치우고
바로 커피 내려, 상자 오픈!
구절초 꽃장식이 가장자리를 따라 조용히 둘러 있고,
중앙에는 진 분홍빛 딸기 조각들이
하얀 크림 위에 눈처럼 소복하게 쌓여 있었다.
“여보 좋아할 것 같아서.“
그의 다정한 말 한마디.
아이들보다 더 신이 난 40대 소녀는
옆 선반에 장식되어 있던 작은 눈사람 인형을
들뜬 내 마음 대신하여 케이크 옆에 세워 본다.
하얀 인형, 분홍빛 딸기, 회색빛 겨울 창밖,
작은 거실 불빛 섞이며 만들어내는 따스한 온도
그렇게 보통의 하루가
입 속에서 사르르 녹아
웃음 한가득, 소중함으로
화기애애했던 어느 초겨울 추억으로 남았다.
특별함을 넘어 선 하루라는 보통의 선물로
회사에서 일하다가 맛있는 식당이나 카페라도 방문하게 되면 퇴근길 다시 들러 꼭 내 것까지 챙겨 오는 내 반쪽
*노벨남편상이란 것이 생기면 1호 되실 분
오늘도 당신의 고통을 위로합니다. 넌출월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