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
초여름, 낮게 깔린 어둠
저녁과 밤 중간 그 어디쯤
어둠에 가려진 먹구름은
언제쯤 퍼부어댈지
그 속을 알 수 없다
검은 이불을 덮은 대지는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기꺼이 어둠을 마주한다
누구의 뜻인지
누구의 의도인지
묻지도 않은 채
뿌리내린 생명을 품은 대지는
인내하고 버티며
희망의 씨앗을 뿌릴 테지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아파하며
고통을 품은 채
오늘도,
내일도,
기어코 나아가리라
6월, 어스름한 초여름 저녁의 습한 날씨.
노여움을 가득 품은 하늘은 서서히 검은 비를 몰고 올 준비를 한다.
낮 동안의 뜨거운 열기를 머금은 대지는 감정을 억누르는 듯,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하늘의 노여움을 초연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듯.
그것은 무기력이 아닌 포용의 자세이다.
자연은 때때로 우리에게 무한한 경이로움을 안겨준다.
그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깨달음과 지혜를 얻는다.
자연은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그저 순응하고 인내하며,
그럼에도 나아간다.
결코 체념이 아닌, 고요함과 장엄함 그 자체이다.
그 속엔 수많은 고통과 결심, 그리고 사랑이 겹겹이 스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