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petit moment
매일이 바쁘게 돌아갔다.
일과 시간에 쫓기며
정신없이 달려온 나날들.
딸의 방문이 닫히던 날이 많아졌다.
한때는 내 손을 꼭 잡고
걸음을 맞추던 아이였는데.
그제야 돌아보게 되었다.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들을.
그때 떠올랐다.
파리의 오후,
골목길 돌계단에 앉아있던
어린 딸의 모습.
내 손을 꼭 잡고
세상 모든 걸 엄마와 나누고 싶어하던
그 시절의 반짝임.
그래서 시작했다.
하루에 한 순간이라도 마음을 담아 그리기를.
딸의 살짝 머금은 웃음,
가을을 알리는 살랑이는 바람,
강아지의 반가운 꼬리짓,
말 한마디에 느끼는 감사함,
토요일 아침의 느긋한 눈뜸,
한 입 가득 행복 등...
이런 순간들을.
"이 그림들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문득 딸에게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딸이 말했다.
"le petit moment"
작은 순간들이란 뜻이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딸의 작은 말 한마디가
내 일상 속 사소한 순간들에게 의미를 불어넣고,
그 순간들을 다시 사랑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는 것을.
순간 파리가 떠올랐다.
아이도 그때를 기억하고 있었구나.
우리가 함께했던 그 특별했던 순간들을.
그래, le petit moment.
지나간 시간의 반짝임도,
오늘의 작은 행복도,
딸과의 모든 순간도,
함께한 여행의 설렘도,
그렇게 불러보기로 했다.
시간을 지나며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큰 시간들 사이에서
이러한 짧은 순간들의 호흡이
일상의 긴 호흡을 이어가게 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작은 기록들을 통해
스쳐지나가는 매일의 감정들,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한번 천천히 느끼게 된다.
각각의 순간들이 모여
나의 하루를 빛내주고
삶을 더 깊이 감사하게 한다.
이 소소한 순간들이
내 삶의 쉼표가 되어주길 바라며
오늘도 조용히 그려본다.
우리의 le petit moment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