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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사쁨 Jul 05. 2024

음쓰를 처음 버리던 날

*사진설명 : 수줍은 관종의 광기



아들 일기


"엄마 나 어딘지 아야. 내가 알여주께"


엄마는 쓰레기를 어디에 버리는지 모른다. 그래서 내가 알려줬다. 자전거 타고, 헬멧 쓰고, 내가 먼저 쓰레기 버리는 곳에 가서 여기에 버리는 거라고 가르쳐줬다. 엄마보다 내가 더 잘 안다. 엄마는 자전거 못타는데 나는 자전거도 잘 타고 힘도 더 세다. 난 대단하다.




엄마 일기


여름밤, 하이가 밖에 나가고 싶단다. "그래 나가자!" 기분 좋게 대답하고 채비를 하는데 남편이 음쓰를 내민다. 말문이 막혀 어버버거렸더니,


"아, 자기 어디 버리는지 모르지?"


모른다. 전혀 모른다. 어디에 버리는지, 어떻게 버리는지. 순간 팔자 좋은 년이 바로 나구나 싶었다. 모태신앙이 팔자를 운운할 만큼 음쓰가 그토록 대단한 것인가 싶기도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음 버려본다. 결혼 전에는 엄마 일이고, 결혼 후에는 남편 일이. 작년 11월 새로 이사온 집에는 싱크대 아래쪽에 음식물 처리기가 있기는 한데 기계의 힘으로 해결할 없는 음쓰가 종종 있었다. 그것이 오늘은 내 몫이 되었다. 남편이 나에게 한참 설명하는 걸 옆에서 듣더니 하이가 자신 있게 말한다.


"엄마, 나 아야. 내가 알여주께."


자전거 슝 타고 앞서가다가 끼익 그럴싸하게 브레이크 잡더니 조그만 손가락 쭉 내밀며 "이이와. 여기야." 한다.


엄마 가르쳐 주느라 신이 났다. 자신만만한 표정에 확신으로 가득찬 걸음걸이. 그런데 리을이 안돼. '이리와' 아니고 '이이와', '나 알아' 아니고 '나 아야', '내가 알려줄게' 아니고 '내가 알여주께' 이 놈의 리을. 이응으로 대체되는 리을이 날 미치게 한다. 정말 귀엽다. 너무 귀엽다.


'우리 하이 오애오애 이을 바음 안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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